詩 2013 431

한가위/배 중진

한가위/배 중진 매미가 떠나면서도 서운하지 않은 것은 귀뚜라미들의 송별연이 있었다는 것이고 오늘같이 바람이 심상치 않은 날엔 갈 곳이 있기에 추위도 어쩌지는 못하리 세월은 무상하고 고작 2개월 남짓 세상살이 더위에 허덕이다 땀을 닦고 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옷을 갈아입자 검은 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눈발이라도 뿌릴 기세로구나 고국에선 민족 대이동으로 혼란할 테고 명절이 되었는데도 가지 못하는 심정이야 오죽하랴 고향 가는 길이 고약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짜증 나도 그 속에 텀벙 뛰어들어 같이 쓸려가고 싶어라 텅 빈 집에선 반갑게 기다리시는 분도 계시지 않고 기름으로 튀기는 음식도 없어 냄새도 나지 않을 테고 깔깔대며 송편을 빚었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을뿐더러 명색이 추석이건만 보름달을 제외하면 무엇이 다..

詩 2013 2013.09.17

보름달과 박/배 중진

보름달과 박/배 중진 나와 동생의 돼지가 따로 두 마리 있는 돼지우리 뒤쪽에 호박과 박을 심으신 할머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고깔모자 쓰고 자라는가 싶었더니 어느 사이 촌 냄새를 피해 지붕을 타고 자라나 멀리 내다보고 박은 달빛의 도움으로 더 높은 닭장과 잿간까지 타올라 하얀 꽃을 피우느라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이슬을 먹고 나날이 자라더니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는지 보름달을 기다려 따라나서려 하네 엉덩이가 들썩들썩 닭들이 놀래 소리를 쳐도 정분이 난 마음 알기나 할까 금은보화가 가득 찼으리라 생각되는 재물 욕심은 박을 슬금슬금 켜면서 삭이고 무한한 공간에 모든 것을 담아보네 할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정성, 우리들의 호기심도 보름달과 박/배 중진 나와 동생의 돼지가 따로 두 마리 있는 돼지우리 뒤쪽에 호..

詩 2013 2013.09.15

송편/배 중진

송편/배 중진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길 기원하며 식구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둥글고 납작한 곳에 콩이나 팥, 깨 등을 넣고 둥근 것을 고이 접어 반달형태의 송편을 빚네 할머니의 작고 꼬부라진 송편 어머니의 인자한 모습을 닮은 송편 아버지의 무뚝뚝한 성격이 보이는 송편 동생들이 제멋대로 만든 찢어진 송편 깔깔대는 분위기로 보름달도 둥실둥실 춤을 추며 떠오르고 귀뚜라미 하늘 높이 신이 나서 노래 부르니 식식거리며 송편을 쪄 솔잎냄새 진동하네 자연에 대한 은혜의 표시로 사랑을 담고 조상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정성을 담고 가족에 대한 화목의 표시로 행복을 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표시로 안녕을 담았네 사랑 은혜 행복 화목 안녕 희망 사진은 작년 9/15/2012 제30회 미 동부 추석 대잔치에서 찍은 것입니다. ye..

詩 2013 2013.09.14

천둥이 무섭지 않은 귀뚜라미/배 중진

천둥이 무섭지 않은 귀뚜라미/배 중진 그동안 여름인지 가을인지 애매하게 매우 시원했었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다 귀뚜라미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그들은 가을이 저만치서 오는 것을 미리 알고 그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고 허겁지겁 달려왔다더군 그동안 잠잠하다가 가끔 존재를 알려주던 그 멋쟁이 매미들이 시들하다가 오늘 딱 한 번 들려주기에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없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그것도 겁을 모르는 귀뚜라미가 밤낮으로 기승부려서일 거야 그것을 몰랐던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찢고 귀를 쩌렁쩌렁 자극했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한도가 있었고 번쩍거리다 점점 멀어져 갔는데 그것이 꼭 구름이 충돌을 피하려 돌아가서가 아니었다더군 그리곤 귀뚜라미의 함성이 밤하늘을 호령하네 #무섭게 쏟아지던 소낙비였고 밤하늘을 가르는 번개..

詩 2013 2013.09.13

미안해서 어쩌지/배 중진

미안해서 어쩌지/배 중진 수영장 가득 꿀이 담겨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철 지난 시기에 그래도 옛정을 잊지 않고 찾아왔는데 바닥이 났으니 이를 어쩌나 한때는 그대가 원하는 만큼 만족감을 퍼주기도 했었으며 변변치 못했는데도 사랑을 쏟아주고 어루만져주며 종일 놀다 갔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렇게 헤어진다 해도 결초보은하는 심정이었으면 하고 최고는 아닐지언정 지족불욕이었지 싶은데 수영장 가득 꿀이 담겨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철 지난 시기에 그래도 옛정을 잊지 않고 찾아왔는데 바닥이 났으니 이를 어쩌나 한때는 그대가 원하는 만큼 만족감을 퍼주기도 했었으며 변변치 못했는데도 사랑을 쏟아주고 어루만져주며 종일 놀다 갔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렇게 헤어진다 해도 결초보은하는 심정이었으면 하고 최고는 아닐지언정 지족불욕이었지 싶은..

詩 2013 2013.09.13

9/11/2001 희생자를 추모하며/배 중진

9/11/2001 희생자를 추모하며/배 중진 오늘은 9/11 희생자 추모일 12년 전 우리가 생각했던 세상을 확 뒤집어 놓았던 날 세월이 덧없이 흐른다 해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110층의 건물에서 사람이 나뭇잎같이 떨어지고 건물이 부서지며 주저앉아 잔해만 남는 동안 울부짖으며 경악하고 발만 동동거렸지 도울 길이 전혀 없었으며 증오는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고 인간의 잔인성을 규탄하지만 아직도 여파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고 남아있는 가족들이 그들의 못다 한 꿈을 이뤄가지만 허공으로 사라지는 수천 명의 이름 하나하나가 메아리치며 되돌아와 화살같이 가슴에 꽂히네 무고하고 해맑은 젊은 피해자들은 영원히 그 당시의 모습을 곱게 간직했으나 육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비탄에 잠겨 영령들을 기리지만 다시 만나 즐거운..

詩 2013 2013.09.11

단말마적 비명/배 중진

단말마적 비명/배 중진 동물을 가까이하다 보면 가끔 들려오는 울부짖음에 아직도 생생하고 뼈아픈 기억 하나 있으니 그것은 송아지의 단말마적 비명 먹지 마라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갓 태어나 망둥이처럼 팔짝거렸으며 엉덩이에 뿔이 솟았는지 닥치는 대로 탐하더니 운명이었던지 쥐가 먹어야 할 쥐약을 먹고 자빠져 발버둥 치며 고래고래 엄마 소를 찾으며 울부짖지만 어미는 큰 눈이 더욱 휘둥그레져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며 핥기만 할 뿐 인간도 살리지 못하는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힘이 빠지며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는 송아지와 그것을 애도하는 아이들은 울고불고했지만 어쩔 수 없었으며 그렇게 어스름한 저녁을 쉽게 보냈지만 반평생이 지났어도 그때의 기억은 동물들이 소리 지를 때마다 떠오르네 어미는 큰 눈이..

詩 2013 2013.09.10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배 중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배 중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 시절보다 훨씬 이전에 태어나 남들도 다하니 해볼까 하다가도 허튼소리 하는 듯하여 삼키길 몇 번 후 용기를 내서 입술에 침을 발라 다시 하려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겸연쩍기만 하고 뭘 하다가 들킨 듯 쑥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입안에서만 뱅글뱅글거리고 있으니 간지러운 말보다는 몸으로 표현하기가 쉽겠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실없는 소리라도 듣고 싶어 눈을 살포시 감아 용기를 북돋우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찾듯이 하루 이틀에 거침없이 나올 리 만무한 민감한 사항인지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사랑을 하긴 하는 것인지 그저 동물적인 사랑 행위인지 팔자에도 없는 사랑 타령을 하니 달 밝은 가을밤에 청승스럽네 아닌 밤중에 홍두깨..

詩 2013 2013.09.10

토깽이/배 중진

토깽이/배 중진 아주 작은 토끼가 어미도 없이 홀로 인간이 잘 다니는 길목에서 귀엽게 풀을 뜯어선 오물거리는데 너무 철없어서인지는 모르되 무서움도 모르고 가까이 가면 멀뚱거리기만 하며 해칠 것 같지 않으면 다시 풀을 씹지만 눈은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움직이는 대로 따라다니는데 주인이 무성한 풀을 다듬은 이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궁금하기 짝이 없었으며 안부가 걱정되어 정신없이 찾아보았지만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으며 장소가 너무 좁아 넓은 곳으로 옮겼든지 아니면 그동안 컸다고 가출하듯 떠났는지 보이지 않는 토끼는 도대체 어디로 토꼈단 말인가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로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떨어졌던 사람의 소식이 더욱 그리운 이때 그동안 알고 지내던 토끼가 그리워 저 멀리 달동네에서 그림자..

詩 2013 2013.09.09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배 중진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배 중진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봄날엔 봄날엔 푸를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푸른 잎으로 푸르게 푸르게 덮인 속에서 희망찬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가을엔 가을엔 멋질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단풍 잎으로 멋지게 멋지게 덮인 속에서 높다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거예요 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이쁜선이2013.09.08 00:25 친구님 반갑습니다 하늘이 참곱고 예쁜계절(!)(..

詩 2013 201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