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나 홀로 너 홀로/배 중진

나 홀로 너 홀로/배 중진 하얀색이 그리워 하얀 꿈을 꾸면서 백곰은 몸부림치지만 헛수고이고 푸른 색이 그리워 푸른 꿈을 꾸면서 향수를 달래지만 헛되도다 나 홀로 너 홀로 고개를 빼 들고 코를 킁킁이며 뭔가를 잡으려 애쓰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허무뿐 어제와 변함없어 내일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 하얀색이 그리워 하얀 꿈을 꾸면서 백곰은 몸부림치지만 헛수고이고 푸른 색이 그리워 푸른 꿈을 꾸면서 향수를 달래지만 헛되도다 나 홀로 너 홀로 고개를 빼 들고 코를 킁킁이며 뭔가를 잡으려 애쓰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허무뿐 어제와 변함없어 내일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 불행하게도 저 백곰은 죽었고 그 우리는 텅 비었으며 오랫동안 방치한 상태를 마지막으로 2019년 이후 가보지 않았답니다. 사..

詩 2013 2013.10.08

왕퉁이/배 중진

왕퉁이/배 중진 달도 동글동글 밤도 동글동글 감도 동글동글 갈도 탱탱 익어갈 때 산으로 가을을 찾아 어린 것들이 엉금엉금 기어오르는데 그곳엔 막연하게나마 밤과 감이 있다는 소문이다 산감이 없는 우리의 산이기에 마음 놓고 올라가는 동생들 털래털래 쫓아가다가 납작 엎드린 동생들의 핏기없는 표정 위에 험상궂은 왕퉁이가 금방이라도 죽일 것같이 협박하며 머리 위를 빙빙 도는데 동생을 구한다고 옷을 벗어 돌리며 뛰어들었으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벌도 기가 막혔는지 애교로 두 방만 쏘았으나 대갈통이 밤톨이 되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쩍 갈라지는 느낌이었고 정신이 없었는데 동생들은 그때 일을 기억이나 할까 당해보지 못했으니 알 리가 없겠지 벌어진 밤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나고 저 밤도 벌에 쏘여 벌어진 것은 ..

詩 2013 2013.10.08

사고의 계절/배 중진

사고의 계절/배 중진 어둠을 대신하여 안개가 자욱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종일 이슬비를 뿌리고 갈라 터진 나무껍질을 뚫고 추운 날에도 아주 작고 신기한 잎이 삐져나오곤 했었는데 오늘따라 떨어져 수북이 쌓인 노란 잎을 보면서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고 벌들이 윙윙거릴 때를 상기하고 날씨가 바뀌었다고 꽃을 지우듯 나뭇잎을 버리니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어찌 알았더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둥치로 말을 대신하는 아카시아는 떨궈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알기에 봄에 아픔을 이겨냈듯이 더 추워지기 전에 또 버려야 함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리라 떨어지는 빗방울같이 슬픔으로 적시고 잎이 삐져나오곤 했었는데 수북이 쌓인 노란 잎을 보니 침묵으로 고난을 이겨내는 법을 알고 있지 않은지 떨궈야 살아..

詩 2013 2013.10.07

뉴욕의 밤(chestnut)/배 중진

뉴욕의 밤(chestnut)/배 중진 그대가 있음을 대부분 모르지만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서운한 감정이었어도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 있네 내리쬐는 햇살 쏟아지는 빗물 흘러가는 구름 몰려가는 바람이 그대를 키우고 자라게 했으며 이젠 풍만한 모습이지만 보는 이 없다면 누굴 위하여 가시투성이 살짝 제치고 금지옥엽 제 새끼 토해내겠나 거두는 사람 있어 좋은 일 아닌가 대추, 밤, 그리고 감이 많지 않은 뉴욕이랍니다.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자라면서 보았던 것들이 없어 가을이 되면 매우 서운한 느낌이지요. 분명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지만 그 많은 것들 중에 그래도 보고 싶은 가을의 정경이랍니다. 그대가 있음을 대부분 모르지만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서운한 감정이었어도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 있네 내리쬐는 햇살..

詩 2013 2013.10.05

구애/배 중진

구애/배 중진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사람이 보거나 말거나 사람이 듣거나 말거나 사람이 웃거나 말거나 멋대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충동적으로 나무 위에서 또는 밑에서 쫓고 쫓기니 심란하였고 정신없었으며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지칠 줄도 몰랐는데 한참 들여다보면서도 호기심을 떨굴 수 없었고 사랑 행위를 보고 싶었는데 끝내 허탕 친 모습이니 그대 Sulawesi Hornbill과 Victoria Crowned Pigeon이여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멋진 분위기를 조성하여 다음에는 꼭 성사시키려무나 이루지 못한 사랑 측은하기 짝이 없었으며 게거품을 문 모습 처량하기 그지없네 yellowday2013.10.04 12:52 상대가 맘에 안 들었나 봅니다. 하하 완재2013.10.04 14:06 배중진님 안녕 하세요~ ..

詩 2013 2013.10.03

작은 새 Red Bishop/배 중진

작은 새 Red Bishop/배 중진 눈치를 살피며 가까스로 옹달샘 근처까지는 무리 없이 다가왔으나 물 한 모금 간신히 마신 후 동정을 살피며 내친김에 목욕을 하려고 했더니 만만한지 큰 새도 아닌 것이 눈을 부라리고 달려드니 도망칠 수밖에 낌새를 살피며 또 슬그머니 다가섰더니 역시 못 본 것이 아니었고 못 본체하면서도 부릅뜨고 감시를 하고 있더군 동태를 살피며 여러 궁리를 해보았지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방법은 없으니 목욕 한번 못 했다고 어떻게 될 리가 있을까 눈치를 살피며 가까스로 옹달샘 근처까지는 무리 없이 다가왔으나 물 한 모금 간신히 마신 후 동정을 살피며 내친김에 목욕을 하려고 했더니 만만한지 큰 새도 아닌 것이 눈을 부라리고 달려드니 도망칠 수밖에 낌새를 살피며 또 슬그머니 다가섰더니 역..

詩 2013 2013.10.03

가을의 멋/배 중진

가을의 멋/배 중진 풋풋한 냄새 떨치는 봄도 좋고 땀내 풍기며 아귀다툼하는 것도 좋지만 한발 물러서서 멋을 부리는 가을이 왠지 모르게 끌리게 하네 연초록의 낯섦을 달래주는 벌과 나비가 있어 좋고 싱그러운 향기를 얻으려 달려드는 벌과 나비가 힘차 보여도 포도주 한잔에 불그스름하게 익어가는 산천이 좋더라 고달픈 삶을 이겨낸 성숙한 여유라서일까 봄은 봄대로 뜻을 심었고 여름은 여름대로 잘 가꾸느라 땀을 흘렸으며 가을은 화려하게 몸단장을 하여 마음껏 보여주다가 버릴 것 버릴 줄도 알아 절로 고개 숙여 존경하지 않을 수 없네 机扈2013.10.02 18:36 과일들이 먹음직 스럽습니다 뿔 없는 염소인가요 조금은 우스광스럽습니다 꽃도 피고 열매도 익고 조금은 바쁜 계절인 것 같네요 아름다운 10월 건강하시길 바랍니..

詩 2013 2013.10.02

떨어진 은행/배 중진

떨어진 은행/배 중진 매일 산책하는 곳에 은행나무가 있어 매우 반가웠으며 친근감이 들어 자주 살피지요 고향에도 있는 은행나무 한국인이 드문 이곳에서 만나니 많지 않은 열매가 어느 곳에 매달렸는지 눈을 감아도 훤히 알 수 있답니다 기온이 썰렁하게 떨어진 어느 날 색깔이 누르스름하더니 몇 알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있고 길바닥에 나뒹구는데 가슴이 철렁했답니다 많지 않은 한국인이 이 가을에 사라지는 것 같아 무상함을 벌써 안겨주네요 제가 사는 곳에 가냘픈 은행나무가 몇 그루 있어 지나갈 때마다 우러러보며 동정을 살피는데 이상하게도 은행이 몇 개 열리지도 않는답니다. 그러더니 요즈음은 추운 날씨였는지는 모르지만 작년과 같이 나무가 죽어가는 과정인지는 모르되 벌써 노란 열매가 빠져 땅바닥에 나뒹굴더군요. 나무는 ..

詩 2013 2013.09.30

돌탑/배 중진

돌탑/배 중진 그렇게 하늘을 찌르는 폭포는 아니었고 천둥 치듯 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시원함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았으며 화폭에 소리를 담는 화가들도 많았는데 높고 유명한 나무가 세 갈래로 갈라져 올라가는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차분히 무사고를 기원하며 돌아다니는데 안전을 위해 계단도 새로 만들었고 길도 포장해서 위험을 제거했지만 제멋대로 뛰놀다간 수십 길 밑으로 떨어질 수 있기에 아찔한 느낌이라 발밑을 조심하는데 돌이 많은 산이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되 아무렇게나 뾰족한 모습으로 돌탑을 쌓아놓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반기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었으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yellowday2013.09.29 19:46 비둘기 발목에 ~~~전서구인가요??..

詩 2013 2013.09.29

천고마비/배 중진

천고마비/배 중진 하늘이 높고 맑아 모든 것은 저절로 잘 익어가고 있었으며 풀벌레 소리도 드높아 사랑스러운 분위기인데 등화가친 하자니 지적으로 얻는 것은 많아 좋아도 말만 살찌는 것이 아니고 활동이 적어 둔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화려한 산천은 어서 나오라 부추기고 좋은 날씨를 이용하여 각종 모임과 행사가 곳곳에서 유혹하니 짧은 호기를 어찌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으랴 천고마비의 계절은 순식간에 지나가니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 누가 대신하여 건강을 지켜주겠나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멋진 가을이 되었으면 하늘이 높고 맑아 모든 것은 저절로 잘 익어가고 있었으며 풀벌레 소리도 드높아 사랑스러운 분위기인데 등화가친 하자니 지적으로 얻는 것은 많아 좋아도 말만 살찌는 것이 아니고 활동이 적어 둔한 느낌을 ..

詩 2013 201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