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능소화여 반갑지 않은가/배 중진

능소화여 반갑지 않은가/배 중진 외로운 능소화를 달래보려고 찾아갔더니 아예 그림자도 볼 수 없어 자연의 무심함을 탓했는데 불과 며칠 만에 그리움을 표하네 꽃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숨겨진 사연이 가슴을 시리게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재난에 수모당하면서도 깊게 뿌리 내렸으리 작년과는 많이 달랐으며 수척한 모습이고 외로운 바닷가에서 피울 수 없는 여력이지만 많지는 않아도 벌과 개미가 찾아오니 그 고통 잊을 수 있었는데 배신했던 인간을 싫어하는지 가까이 접근하기 어렵게 뭔가 보이지 않는 생물이 진을 치고 쏘아대 다리와 허벅지 심지어는 손등까지 가렵고 퉁퉁 부었네 미국의 능소화는 한국의 그것만큼 아름답지 않음을 비교할 수 있었답니다. 7/7/2016 그립다 못해 담장을 넘는 모질음이 부..

詩 2013 2013.07.26

마음이 편치 않네/배 중진

마음이 편치 않네/배 중진 일주일에 한 번씩 도매상인 Sam's Club에 가서 필요한 식료품을 사오곤 하는데 짜증 나는 일들이 많다 넓은 통로인데도 일방통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렇게나 카트를 세워 놓으니 길이 트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과일과 채소가 건강에 좋다 하여 상태가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하면 상자가 열려있는 것이 태반이고 지나가면서 하나씩 빼서 먹는다는 것인데 남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한 움큼을 집어드는 사람도 있어 남의 일이지만 불화가 치미니 화를 내는 사람이 잘못인가 눈을 딱 감고 현장을 지나치고 집으로 들고 오는 것은 완전한 상태이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사갈 수도 있으며 그렇게 부당하게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막말로 맛을 알아야 산다고 하더라도 상품을 맛대로 고를 수만은 없지 않은가 ..

詩 2013 2013.07.24

까마귀/배 중진

까마귀/배 중진 간밤에 그렇게 쏟아지던 폭우도 조용하고 새벽부터 까마귀는 추위와 배고픔을 찾아 아는 곳부터 시작하여 훑고 지나가더니 어느 정도 주린 배를 채웠는지 날개를 다듬네 아침 내내 해님이 나왔다 숨었다 하였으며 구름 속에서 뭉게구름이 다시 솟아나 슬프게도 점점 짙게 만들어가고 있으니 또 한차례의 눈물이 쏟아지리라 조용하던 까마귀 인간의 동태를 감시하다가 화장실을 찾으니 깍소리를 지르며 못 볼 것을 본 듯 돌아앉는데 검은 새를 사랑함은 겉이 아님을 왜 모르시는가 의리가 있으며 단체생활에 익숙하여 적이 나타나면 공동으로 대처하고 영리함은 인간 다음의 그룹에 속하며 무엇보다도 효심이 지극하지 않았던가 까마귀의 잔인함을 알고 있지만 살기 위한 방편이라 이해하면서도 지저분하게 배설한 곳을 알고 있거늘 깨끗..

詩 2013 2013.07.23

나비의 날개/배 중진

나비의 날개/배 중진 잔치가 벌어졌네 각각 모습은 달라도 유독 좋아하는 음식이 있듯 다른 꽃엔 관심도 주지 않고 꿀이 동이 날만도 한데 계속 모여드니 꿀단지가 아니겠나 싶어 그저 침만 삼키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나비가 떨어져 없는 날개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저토록 탐하기에 벌과 같이 모으지도 않으면서 옆에 벌이 나타났다 싶으면 그 긴 날개로 후려치니 싸움 잘하는 개도 주둥아리 아물 날 없다고 했던가 쌍쌍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생을 마감하는가 싶었는데 접촉을 하지 않는 듯했고 아직도 더 살고 싶은 모양이다 싸움 잘하는 개도 주둥아리 아물 날 없다고 했던가 떨어져 없는 날개에도 날개로도 없는 날개에도 최고야2013.07.23 08:46 추락하지 않으려는 필사의 몸부림, 날갯짓. 장맛비가 잠시 주춤거리고 있습..

詩 2013 2013.07.22

고향의 느티나무/배 중진

고향의 느티나무/배 중진 매미가 하모니카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나는 둥둥 기타를 뜯으면서 뜨거운 날을 잊으려 하지요 한동안은 잊을 수 있지만 잊었던 향수가 스며들고 시원했던 고향 마을의 느티나무를 떠올리네요 가는 사람 어여 잘 가라 손짓하고 오는 사람 무척 반갑게 맞아주던 아주 오래된 마을의 산증인이지요 작은 산이 뒤를 받쳐주고 마을 앞으론 깨끗한 물이 흘러갔었으며 아이들은 물가에서 놀기를 좋아했었는데 까치는 변함없이 찾아오건만 좋은 소식은 매우 뜸하고 변화에 시달리며 핼쑥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이여 기타 소리 둥둥거리고 하모니카 소리 산을 타고 넘네 시원한 절경을 보면서 오늘도 찌는 날씨 속 더위를 잊으려고 노력한답니다. 건강에 유념하시고 추억의 날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Paul Mauriat..

詩 2013 2013.07.22

매미/배 중진

매미/배 중진 부모를 모르는 철부지가 설움에 울고 더위에 몸부림치며 짧은 생을 한탄하지만 다소 시끄럽다 하여도 시원하게 들린다고 좋아했으며 여름에는 아주 제격이라며 칭찬도 하는데 비비며 기도하는 심정을 어찌 알 수 있으랴 나무에 굳게 붙은 껍질을 보면서 우린 죽었다 깨나도 저럴 수는 없는데 어쩌면 저런 모습의 내세가 있을지 누가 알까 갔다 온 사람은 없고 상상으로만 여기고 있으니 구애를 한다지만 인간에게 여름철의 폭염을 잘 견디라고 응원도 하는 배려심에 감사하며 탈바꿈을 시도하면서 불멸의 세계를 암시하는지도 모르지 잘 보고 갑니다. 한가로움이란 아무 할 일이 없어 졌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하네요. 새롭게 시작 된 한주! 몸도 마음도 한가로운 한주 되시길..

詩 2013 2013.07.22

소꿉장난/배 중진

소꿉장난/배 중진 찌는 더위를 피해 온종일 뒹굴다가 무료하고 답답하여 단단히 각오하고 나갔는데 비장한 만큼이나 열기는 숨을 턱턱 멎게 하고 하늘에서도 먹구름이 참기 어려운지 뭉클 솟아오르는데 앞쪽에서 마주 다가오는 아이들 둘에 그들의 엄마가 행진하듯 줄을 이어 오기에 살폈더니 남자애는 하모니카를 불 줄 몰라 훅훅 소리 내고 여자애는 구멍도 없는 피리로 킁킁대고 엄마는 장단을 맞추면서 허리를 굽혀 따라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깔깔거렸더니 꼬맹이가 다가와 멈추더니 하모니카를 삑 불며 뭐라고 우물거렸으나 전혀 알 수 없었던 차 엄마가 밀면서 행진을 계속하는데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선가 보았던 것을 흉내 내고 있어 웃으니 온몸에서 흐르던 땀도 멈추고 길을 내주고 비켜서서 한동..

詩 2013 2013.07.21

순간의 쾌락/배 중진

순간의 쾌락/배 중진 아주 예쁘게 생긴 사람 매우 아름다운 사람 보면 볼수록 정이 가고 가까이하고 있음에 행복을 느끼게 했던 사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졌는지 나도 모르고 너도 알지 못하지만 지금 있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심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다가 많지 않은 시간도 예전처럼 흘러갔기에 이별을 하게 되는데 사랑이라는 단어는 아예 있지도 않았으나 이 순간을 잃기 너무 아쉬워 잡아보려고 하지만 세상에 뜻대로 되는 것이 있던가 모든 것을 잊으라 소나기는 하염없이 쏟아지고 정처 없이 그 비를 쫄딱 다 맞으면서도 식지 않는 열정이여 지금은 어디를 향하여 떠나가며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잊으라 소나기는 하염없이 쏟아지고 정처 없이 그 비를 쫄딱 다 맞으면서도 식지 않는 열정이여 지금은 어디를..

詩 2013 2013.07.20

연분/배 중진

연분/배 중진 짝사랑일까 연분일까 다른 벌이 접근하려 해도 속에서 나오질 않으니 기다리다 지친 벌은 딴 곳으로 날아가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래위로 정신없이 더듬는 자만이 알리라 화장이 지나쳐 온몸이 분가루이지만 얼굴도 붉히지 않고 나왔다가 잠시 심호흡을 하곤 또 곤두박질하니 오늘 사생결단을 낼 심산인가 보다 같이 떠날 수 없는 임이 야속하고 뜨거움으로 숨 가빠도 하루해가 짧다는 듯이 탐하니 우리가 함께한들 천 년일까 백 년일까 문을 꼭 걸어잠그고 그대만을 위해서 살리라 짝사랑일까 연분일까 다른 벌이 접근하려 해도 속에서 나오질 않으니 기다리다 지친 벌은 딴 곳으로 날아가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래위로 정신없이 더듬는 자만이 알리라 화장이 지나쳐 온몸이 분가루이지만 얼굴도 붉히지 않..

詩 2013 2013.07.20

정원의 비밀/배 중진

정원의 비밀/배 중진 저 정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래된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잔디가 푸르고 건강하며 꽃들이 향기를 뿜고 있는데 거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 호기심으로 어슬렁거렸는데 느닷없이 보이지도 않는 곤충들이 무차별 공격을 하여 금세 가렵기 시작하더니 울긋불긋 꽃이 피기 시작하여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 쫓기다시피 물러섰고 패배감으로 멀찌감치 서서 조금이나마 정원의 비밀을 간파하였는데 아무리 건강하고 장수하는 만물의 영장이라도 작은 것에 항복할 수밖에 없는 약자라는 것을 다리 얼굴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고 매우 가렵답니다. 약을 발라도 별 효과가 없네요. yellowday2013.07.18 17:21 벌레가 사람을 쫓아 내었군요. (하하) 昔暗 조헌섭2013.07.18 08:06 요즘 사람들이 쓰는 ..

詩 2013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