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능글맞은 곰/배 중진

배중진 2013. 7. 16. 03:11

능글맞은 곰/배 중진

 

어슬렁어슬렁

킁킁거리며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혹독한 삶을 저주하며

 

마지막으로

필요한 음식을 찾아

잣나무 밑에 당도하니

땀 흘려 청설모가 숨겨놓은 먹이가 있었고

 

먼저 찾아 먹는 놈이 임자요

어쩌지 못하고 빼앗기는 놈이 약자더라

잠을 자는 놈은 잔다지만

먹을 것을 다 빼앗긴 놈은 어찌 지내려는지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공격자세를 취하지만

상대는 미련하기 짝이 없는 곰이라

달걀로 바위치는 격

 

농사라고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성을 들여 모았는데

앞길이 캄캄하고 긴긴 겨울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련하고 잔인한 놈 벼룩의 간을 내먹다니

 

 

 

 

 

 

 

 

 

 

 

 

 

 

 

 

 

 

 

 

 

저 정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래된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잔디가 푸르고 건강하며
꽃들이 향기를 뿜고 있는데

 

거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
호기심으로 어슬렁거렸는데
보이지도 않는 곤충들이
무차별 공격을 하여

금세 가렵기 시작하더니
울긋불긋 꽃이 피기 시작하네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
쫓기다시피 물러섰고

 

패배감으로 멀찌감치 서서
조금이나마 정원의 비밀을 간파하였는데
아무리 건강하고 장수하는 만물의 영장이라도
작은 것에 항복할 수밖에 없는 약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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