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 137

고향에서/배 중진

고향에서/배 중진 몇십 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와 어린 시절 같이 놀던 소꿉동무를 찾아보나 빈집만 우두커니 검고 험악하게 남아 있고 친구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네 삽짝에 가서 이름을 부르면 혹시 나올까 싶어 크게 외쳐보지만 슬픈 메아리만 세상을 혼동케 하네 뛰놀던 뒷동산에 가면 나처럼 찾아와 눈물짓는 동무 있을까 싶어 단숨에 짓치던 곳을 힘들게 올라보니 흰 구름만 예전처럼 흘러가누나 누군가 이곳을 다녀갔을 거 같은 예감이 들어 흔적을 남겨본다 이름을 하나씩 산 위에서 크게 불러본다 삽짝 사립문 삽짝 의 준말. 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든 문짝. 사립문의 문짝. 정신이 사나울 때는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쉼을 자청하는데 그것도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삭이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시원한 가을이 ..

詩 2019 2019.08.27

양심의 가책/배 중진

양심의 가책/배 중진 호텔에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려고 큰 유리 상자 안에 모래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데 투숙객인 20대 초반의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 형상을 부수고 있었고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리지도 않고 동영상으로 담으면서 같이 시시덕거리고 있는 모습이 또 다른 동영상으로 배포되었는데 보면서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무엇에 불만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여럿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공들여 만든 전시물이지 않을까 그에 어울리는 가격도 지불했을 테고 술을 마셨는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두렵다 파괴하는 것이 비이성적이고 웃음까지 머금고 저런 금수 같은 짓을 하다니 마음먹은 대로 시원하게 부서지지 않으니 유리 벽을 타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 얼굴까지도 잔인하게 흩으려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

詩 2019 2019.08.25

수석/배 중진

수석/배 중진 아마도 저 아름다운 수석은 외로웠지 싶습니다. 누군가를 마음에 새겼겠지요 사모하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먼 훗날 외로운 사람에게 발견되고 보존하고 싶은 사람이 애지중지 간직하고 마음에 새긴 대로의 형상으로 변했다가 망부석이 된 것도 있다지 않습니까 부처님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신기한 자연의 모습을 느껴 그들은 매일 대화를 나누고 그것에서 인내를 배우며 그렇게 삶의 생기를 얻는 것이겠지요 불변의 흙2019.08.23 04:43 **비우면 그이상이 채뤄집니다 ** 마음이든, 물건이든 남에게 주어 나를 비우면 그 비운 만큼 반드시 채워집니다. 남에게 좋은 것을 주면 준 만큼 더 좋은 것이 나에게 체워집니다. 좋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릅니다.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

詩 2019 2019.08.23

매미와 어린 까마귀/배 중진

매미와 어린 까마귀/배 중진 어미를 모르는 매미는 애처롭게 졸라대는 어린 까마귀의 칭얼거림을 차마 못 들은 체 할 수가 없어 시원한 목소리로 한껏 높여서 달래줬더니 먹을 것까지 내놓으란다 아무리 짧은 생이지만 그럴 수는 없다며 찍소리를 내면서 먼 곳으로 사라진다 은혜를 모르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들을 가까이하는 것은 해로운 것임을 짧은 세상을 살아본 매미까지도 한다 엄마도 없는데 누가 가르쳐 줬을까 어디에서 배웠을까 한국인2019.08.20 13:23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아직도 많이 덥군요. 막바지 더위 건강하게 이기세요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날씨만큼이나 짜증 나는 세상이지 싶습니다. 시원함으로 여름을 견디게 해줘야 하는데 더욱더 어렵게 만드니 한심하다는 생각이지요. 국민..

詩 2019 2019.08.19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배 중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배 중진 오래되었다고 어찌 그날을 잊을 수 있으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시작된 그 날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날 아무런 기술이 없는 병사라 최전방으로 끌려가 총알받이로 쓰인다는 유언비어에 몸서리치던 그 날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판문점 도끼 살인 사건 8·18 도끼 만행 북괴 도끼 만행 그날부터 완전무장을 하고 식사를 하고 불편한 취침을 하고 출동 준비를 위한 정신무장까지 갖추고 데프콘 3(Defense Readiness Condition 3), 예비 경계태세에서 데프콘 2, 공격 준비태세로 육이오사변 이후 처음으로 전환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조성되었는데 1976년 이후 43년이 흐른 지금 독재자와 대통령은 바뀌었어도 상황은 더욱 악화하여 주먹다..

詩 2019 2019.08.19

생각나는 사람/배 중진

생각나는 사람/배 중진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지만 어딘가에 꿈틀대며 살아 있는 그리움 꼭 집어 아픔을 설명할 수는 없어도 우리 사이 다정한 관계에서 좀 더 가까이 잡아당겨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공연히 불만일 때도 있어 그래서는 안 되지 만지지 말고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가치가 있고 그런 사람이 이런 험악한 세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마는 그래도 그 그리움의 상대와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가끔 들어 뜬구름같은 그리움 때문에 가을철이 되면 더욱 심해 오를 수 없는 높은 하늘처럼 한국인2019.08.15 11:37 한국은 비가 내리는 광복절입니다. 우리나라가 건국된 날인데... 건국의 의미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뉴욕도 많이 덥지요? 막바지 더위 잘 ..

詩 2019 2019.08.14

협력/배 중진

협력/배 중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조그마한 것이라도 도와주려고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Pillbox에 일주일 치 먹을 알약을 넣어준다 연세가 연세이니만큼 조반 전, 아침 식사 때 그리고 저녁때 복용하는 것이 다양하고 복잡하여 걱정인데 가득(full) 채워드렸더니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몰라 잠시 망설이신다 꽉 차 있어 어디부터 뚜껑을 열어야 하는지 난감하신 표정이다가 바보(fool)처럼 느꼈는지 울상이다 사소한 것에서도 쉽게 좌절하셔 모든 것을 어렵지 않게 사용하시도록 배려를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함정(pool)에 빠져 아이가 된듯한 모양새다 간절한 소원은 협력해서(pull together) 곤란을 거뜬하게 극복하는(pull through) 것이다 2019.08.13 07:21 바보(fool)처럼 ..

詩 2019 2019.08.13

바퀴벌레/배 중진

바퀴벌레/배 중진 한밤중에 부엌에 나오니 바퀴벌레 한 마리가 움직인다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걸렸기에 살금살금 다가가서 엉겁결에 실내화를 벗어 후려쳤지만 어찌나 빠른지 보이지 않는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1대0 완전한 패배였고 씁쓸한 기분이었다 어둠 속 조용한 곳 냄새에 매우 예민한 놈 다음 날 자정이 되었을 때 얼음물을 마시려고 나왔더니 어제의 그놈이 허둥대며 도망가기에 물병으로 내리쳤으나 교묘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 파리채를 휘둘렀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2대0 또다시 설움을 곱씹고 끈끈이를 쓰레기통 주위에 두 장 깔아 놓았다 오늘 밤은 머리를 써서 그냥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쓰레기통으로 오르는 곳을 봉쇄하려고 생각했고 어제는 빈 쓰레기통이었는데도 얼쩡거려 오늘은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것을 일부러 담아 놓..

詩 2019 2019.08.08

총기참사/배 중진

총기참사/배 중진 총성이 들렸다 무차별 대학살극이 또 벌어졌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난사하여 비극적 사건이며 충격적이다 잔인한 오락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고 매우 자기중심적이며 미국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자신만이 아닌 남을 생각하고 친구와 이웃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참다운 정의를 행동으로 옮기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겠지만 악마의 저주를 받아 심신 미약한 비열한 자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평화의 종소리는 과연 누구를 위하여 울리려는가 Today in History: August 5 © Hulton Archive/Getty Images 1305: William Wallace is captured Scottish knight and the leader of the first Scot..

詩 2019 2019.08.05

희망은/배 중진

희망은/배 중진 이별은 떠나는 자나 남는 자에게도 고통이지만 꼭 그렇게 가야 한다면 모두가 꽃길만 아름다운 길로만 가길 원하지요 인생은 영원히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슬픔과 함께 인격이 성장하는 것도 느낄 수 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지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경험하는 일이라서 아픔도 쉽게 잊을 수 있고 항상 있는 일이라고 평범하게 말할 수도 있으나 인간은 단말마적인 비명을 지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을 만큼 수명이 짧다는 것이지요 한국인2019.08.05 20:27 한국은 가마솥입니다. 더위 건강하게 이기시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둥근달2019.08.05 23:24 풀/김재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가 베..

詩 2019 201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