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 137

낮잠을 즐기는 청설모/배 중진

낮잠을 즐기는 청설모/배 중진 추운 날씨이지만 바람도 잠잠하고 햇볕이 강한 늦은 아침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아 활동하기 좋은 날씨라 예상하고 창문을 여니 잘려 나간 나뭇가지 그루터기에 청설모가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 한 마리인가 두 마리인가 꼼짝도 하지 않아 두려움이 점점 커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기침을 하여 깨워보려고 했지만 그런 것에 익숙한지 들은 체도 하지 않아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능청맞은 청설모는 단꿈을 꾸고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북쪽에서 놀던 사나운 매도 덮치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올해에는 도토리도 예년의 5배 이상 풍년이라고 하더니 열심히 일한 자의 즐거움을 누구라서 감히 방해할 수 있으랴 2019.11.22 06:51 잠시 후에 다시 내려다봤더니 건물에 의해..

詩 2019 2019.11.22

취하지 않은 길/배 중진

취하지 않은 길/배 중진 1984년 오늘, 11월 14일을 두 번 맞이한 날 한국을 떠나면서 미국에 도착하면서 35년이나 체류하리라 꿈도 꾸지 못했고 목적했던바 성취하지도 못했지만 그 당시 들고 왔던 돈보다 나이만큼이나 엄청나게 곱절로 불은 돈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는 나날 한국도 잘 나아가고 있고 미국도 잘 이끌어가고 있는데 설움 많은 타국에서 방황의 길에서 잃은 것은 젊음이요 사라진 것은 꿈이더라 알지 못했던 그리움만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고 사랑했던 사람과 영영 이별한 상처만 부둥켜안았는데 고국인 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오순도순 살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는 오늘이다 2019.11.16 23:11 어떤 이들은 그들이 가는 곳마다 행복을 만들어내고, 어떤 이들..

詩 2019 2019.11.15

아, 단풍이여!/배 중진

아, 단풍이여!/배 중진 잔뜩 기대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기에 손꼽아 기다렸다 네가 온다는 전갈을 받았을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큰 나라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혹여 오다가다 만날 수도 있으려나 희망을 품어 보기도 하여 막상 산천을 휘둘러 볼 때는 즐거운 마음마저 들었는데 뜻하지 않은 가을비가 심술궂은 가랑비가 너의 화려함을 시기라도 하는 듯 가는 곳마다 방해하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굴리며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지 보름 동안 허탕 치고 북쪽으로 허둥대며 올라왔는데 왠지 모르게 휑한 느낌이야 너는 기다리다 지쳐가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 장씩 아픔을 떨궜지만 금쪽같은 시간은 절대로 우리 편이 아니었고 사랑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구나 아! 가을이여! 아! 단풍이여!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해를 ..

詩 2019 2019.11.07

파상공격/배 중진

파상공격/배 중진 남쪽 지방이라 단풍을 이야기하기는 이르지만 울창한 숲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여름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모든 것이 싱싱하다 조금 전 Antique shop에서 산 옛날의 풍경화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자동차에서 자동차로 옮기는데 모기들이 에워싼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잠깐이지만 일을 끝마쳤는데 그 짧은 순간에 열방도 넘게 쏘였다 반응도 빨라 몸에 불이 붙었는지 따가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금방 빨갛게 부어오른 곳에 비상약을 처바르니 그제야 아픔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최신전투기들이 이착륙하는 곳이라 모기들도 날렵하고 기술이 뛰어남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뉴욕의 한여름에도 모기 문제가 없었는데 전혀 방비하지 못한 곳에서 엉겁결에 일 년 치를 다 쏘인 것 같다 ..

詩 2019 2019.10.29

일촉즉발/배 중진

일촉즉발/배 중진 맑은 날로 시작했으나 하이웨이로 나왔을 때는 구름이 머흘렀다 운전하기는 좋았지만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는데 불행하게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로변에 죽어나자빠진 사슴들 크고 작은 주검들 깨끗한 것도 있지만 처참한 모습도 있어 혀를 끌끌 차는데 공사 중인 곳에 갑자기 도달아 죽은 사슴이 또 있어 눈길을 주고 앞을 쳐다보는 순간 모든 차가 멈춘 상태인데 뒤쪽에서 자동차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이 시야를 좁히면서도 달리던 속력을 줄일 줄을 몰랐고 한 치의 공간이라도 필요할 것 같아 앞차에 바짝 붙였지만 그래도 덮치려는 듯 굴러온다 두 눈을 꾹 감고 핸들을 꼭 쥐고 아랫배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찰나 기적같이 큰 트럭이 멈춰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그도 ..

詩 2019 2019.10.21

낙엽/배 중진

낙엽/배 중진 무슨 사연이 있어 낙엽은 저렇게 수북이 쌓이나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갈바람에도 허망하게 날아가는 것일까 머뭇머뭇 말을 걸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 쭈뼛쭈뼛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는 하소연 오랜 기다림에 지치고 속상한 마음에 변한 색깔이여 슬픔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추한 모습이라 더욱더 안쓰러워라 Today in History: November 11 © MPI/Getty Images 1620: The Mayflower Compact is signed 41 pilgrims signed the Compact aboard the Mayflower when they landed in what is now Provincetown Harbor near Cape Cod. The Compact..

詩 2019 2019.10.18

염탐꾼/배 중진

염탐꾼/배 중진 무서운 세상이다 언제 몇 시에 다녀갔는지 알고 있다 Cellular telephone이 편리하기도 한데 두렵기 짝이 없다 그것도 몇 년 동안의 기록을 집에서 출발하고 음식점에 도착한 시간이 나오고 얼마나 오랫동안 운전했으며 레스토랑에 머물렀는지 그리고 자동차까지 걸어간 거리와 시간 집에 도착한 시간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오니 거짓말로 남을 속일 필요가 없고 그 시간에 뭘 했는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다 일기를 쓰는 데는 그만한 도움이 없지 싶은데 이런 사실을 모르면 괜찮지만 알고 난 다음부터는 자유를 사생활을 침범당하는 느낌이라 불편할 수도 있다, 그 누군가에게는 한국인2019.10.17 19:23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북한과 어렵게 비기고 온 축구대표 ..

詩 2019 2019.10.16

박꽃/배 중진

박꽃/배 중진 남의 담장을 기웃거린다 길을 가다가 발을 멈춰 보고 또 보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본다 깊숙한 어떤 곳에서 꺼내어 본다 분명 박꽃이요 하얀 꽃이 꼿꼿하게 고개를 들었다 고향에서 보았던 둥그런 박이 아니고 사연이 많은지 길쭉하게 주렁주렁 매달렸다 초가지붕 위에서 둥근달을 맞이하면 좋으련만 두런두런 정다운 이야기 나눈다면 보기도 좋으련만 깜깜한 밤이 길어만 가는데 풀리지 않는 긴 인간사 위태위태 바람에 흔들린다 Full moons will occur in 2019 1/21 Wolf Moon 2/19 Snow Moon 3/20 Worm Moon 4/19 Pink Moon 5/18 Flower Moon 6/17 Strawberry Moon 7/16 Buck Moon 8/15 Sturgeon Moon ..

詩 2019 2019.10.13

갈매기의 비행/배 중진

갈매기의 비행/배 중진 갈매기는 모르리 조금 후에 일어날 결전의 뜻을 대포 소리가 경천동지하는데도 자유스러운 모습으로 파도를 타네 떼를 지어 나네 삶과 죽음이 교차하려는 찰라 쓰러진 깃발은 누가 주워 계속 달려갈 것인가 앞장설 것인가 저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갈망하는 자유를! 바닷바람이 세구나 겁도 없이 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치달려가는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구나 아름다운 해안에 전사자들은 말없이 누워 허망하게 사라져갔지만 누운 자리마다 그들의 평화에 대한 집념은 남아있고 높고도 넓게 펼쳐진 자유는 갈매기처럼 파도 위를 난다. (1989 film) 한국인2019.10.09 14:11 쾌청한 가을날입니다. 미국도 가을은 쾌청한지요? 맑은 날씨만큼 모든 일이 잘 풀렸으..

詩 2019 2019.10.09

낄낄거리는 악마들/배 중진

낄낄거리는 악마들/배 중진 천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약간 모자란 듯 하지만 남을 해칠 줄 몰랐고 가벼운 농담에도 잘 웃었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잘 따랐는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정을 모른다고 부려먹기만 하고 간신히 산목숨에 풀칠할 정도로만 임금을 주었으며 일할 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숙식까지 마련해줘 감사했는데 그것이 화를 불러일으켰고 연고자가 없어 죽음의 그림자는 무섭게 달려왔다 세 명의 악마가 짜고 엄청난 보상액의 보험에 당사자도 모르게 서류를 위조하여 가입시켰으며 보험료도 높아 빨리 죽어줘야만 했고 젊고 건강한 사람을 하루라도 속히 처리해야만 했다 자동차 사고를 가장한 사건으로 위장하였고 증인도 없는 새벽에 죽어갔으며 그렇게 한 많은 세상을 등지고 감쪽같이 묻혔는데 하늘이..

詩 2019 2019.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