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 137

인종 차별/배 중진

인종 차별/배 중진 한국에서 살 때는 일찍이 몰랐는데 미국에 오자마자 사람들의 색깔이 달랐다 그렇게 다르게 다가왔다 흑인종 황인종 백인종 황인종이 듣기 좋은 말은 결코 아니었고 황인종끼리도 피부의 색에서 차이를 느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 놓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것이 우선 피부색이 다름을 초월하여야 하고 차선이 상대적인 관계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주위에 보이는 많은 흑인과 마음 터놓고 이야기했던 적이 별로 없다 백인들과는 전화통화도 하고 집에 놀러 가서 음식도 먹고 즐거움을 배가하고 슬픔을 나누기도 한다고 해서 백인이 된듯한 느낌 또한 전혀 받지도 않았다 같은 한인끼리는 정을 나누지만 속내를 들킬까 봐 겉돌기만 하니 미합중국에서 나는 영원히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봐 인종 사람..

詩 2019 2019.01.19

인자요산/배 중진

인자요산/배 중진 어려서는 물이 그리웠다 넋 놓고 바라보고 싶었다 끝없이 헤아려 보고 싶었고 근처에서 놀고 싶었다 아마도 강과 바다가 가까이에 있지 않아서일 테고 산은 휘둘러 볼 때마다 걸렸다 높지는 않았어도 어린 시절엔 꽤 높아 보였다 그렇다고 슬기로운 아이는 아니었고 불만은 없었어도 도무지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세파에 떠밀리다 보니 태어난 곳과는 전혀 달라도 자의 반 타의 반 좋다고 정착한 곳은 불행하게도 산이 아예 없는 곳이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었고 어질지는 못해도 그렇다고 포악함과는 사뭇 다른데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넘실거리고 있는 지역이다 적극적으로 인생을 즐기지는 않지만 주어진 것만으로도 지금 만족해하며 살고 있는데 할머니와 가친만큼 오래 살는지는 알 수 없다 그..

詩 2019 2019.01.19

인간아/배 중진

인간아/배 중진 미국에서 사귄 친구를 빼고 한국에서 맺었던 친구들의 생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축하도 하지 않았으며 사계절 중에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갑자기 전화기에 다정한 벗의 생일이 떴다 보낼 카드와 물건 등도 덩달아 올라왔다 이상하다 전혀 기록하지 않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겸연쩍기도 하여 카카오톡으로 근황을 물으면서 혹시 생일이냐고 떠봤더니 음력으로 작년 시월에 맞이했단다 반세기 동안 친구였는데 우린 어째서 남들도 다 축하하는 생일을 그냥 쳐다보고 보냈을까 우리의 존재가 그렇게 밋밋했던가 친구가 탄생했기에 재미없었던 청소년기 무탈하게 서로 의지하며 보냈지 않았던가 마음속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지 않았던가 그동안 같이 마신 술잔이 얼마였고 사회에 대한 푸념을 마냥 늘어놓아도 다 ..

詩 2019 2019.01.14

인생삼락/배 중진

인생삼락/배 중진 금수저를 물고 나온 백인 용모가 잘생기고 훤칠한 사람 지능 지수가 전 세계 상위 1%에 들어가는 수재 불평불만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끼리끼리 부부가 모여 성교할 상대를 바꿔 혼음하길 좋아하는데 그것마저도 싫증이 났는지 이혼 이야기가 나오니 부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그동안 뛰어난 IQ로 배웠던 수단을 총동원하여 손으로 목을 조르고 끈을 사용한 것처럼 위장하고 평소의 성생활 하듯 옷을 벗겨 놓고 금요일 오후 친구들과 요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가서 집으로 때를 가리지 않고 전화질을 수시로 하였다 임신 중인 아내가 걱정이나 된다는 듯이 교묘하게 Alibi를 만들어 놓은 것은 집을 떠나기 전에 아내가 살해된 방 온도를 매우 춥게 만들어 검시관이 정확하게 죽은 시간을 파악할 때 시체..

詩 2019 2019.01.10

인생무상/배 중진

인생무상/배 중진 살을 에는 강한 바람에 몇 그루 되지도 않는 큰 소나무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마치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동네 어귀에서 산지기 하며 주막집을 하는 친구 어미는 갑자기 거대한 덩치가 쿵 하고 쓰러지면서 말도 못 하고 돌아가셨고 죽은 지 하루 만에 뭐가 급하다고 슬퍼하며 매달리는 상제 하나도 없이 저 소나무 요동치듯 요란한 치장 펄럭이며 상여가 들썩거리는데 요령잡이도 말을 아끼지 싶도록 모두가 빠르게 치달려갔다 그것도 공동묘지로 우린 짚 동가리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콧물 질질 흘리며 그것도 구경거리라고 멀거니 바라보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죽은 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훌쩍거린다 저렇게 떠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왜 허무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단다 우리는 추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죽음의..

詩 2019 2019.01.10

인면수심/배 중진

인면수심/배 중진 한순간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오랫동안 불행한 신세로 전락한 아름다운 여인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의식불명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고 의지의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어 식물인간이라고 불리는데 그런 그녀에게 산 사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한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있을 줄이야 말도 못 하고 항상 누워있다고 성적으로 학대하여 임신을 시켰으며 기적같이 그런 몸에서 신기한 생명이 꼼지락거리며 홀로 탄생한 것이다 신의 가호였던가 할 말 잊은 그녀에게 새 생명을 하사한 것일까 숭고한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분명 축복할 일인데 화가 치미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긴긴밤이다 ★이슬이★2019.01.08 12:29 `” °•..

詩 2019 2019.01.08

인생/배 중진

인생/배 중진 아침에 잠깐 만난 사람 그에게는 그의 갈 길이 있고 나는 나의 길이 있기에 잠깐 스쳤을 뿐 막연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잊었는데 저녁때 전화가 왔다 병원에 있으니 부탁인데 집에까지 데려다주면 고맙겠단다 그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겼었단 말인가 치과에 예약이 되어 있고 밤에는 달마다 모이는 회의가 있는 날인데 예약 시간 맞추려고 가다가 왼쪽 발에 힘이 없어 덜컥 주저앉았고 그런 상황을 멀리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와 Urgent Care Radiology Department에 보내 X-ray images를 찍는 등 요란법석을 떨었던 모양이고 오후 내내 병원으로 또 실려 가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았던 모양이다 가깝다는 친구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로만 들렸고 병원에서 지팡이..

詩 2019 2019.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