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고추잠자리/배 중진

고추잠자리/배 중진 가을 하늘이 낮다고 빙빙 돌면서 여유 있게 높이 올라가는 고추잠자리가 사랑스럽습니다 가만히 정지한 상태에서도 이곳저곳 동정을 살피며 떨어지지 않는 것은 기적에 가깝지 싶습니다 머리에 비해 큰 눈을 가지고 데굴데굴 주위를 살피는 것은 신기하기만 했지요 무섭게 생긴 입에 살을 갖다 대면 실룩샐룩 먹으려고 덤비는 것이 오히려 간지럽다는 느낌입니다 여름을 보내느라 지친 날개는 많이 망가졌어도 생생한 그들의 지도처럼 보이고 어딘가에서 그들의 삶은 계속되리라 생각도 합니다 모든 것이 그리운 추수의 계절, 가을에 없어서는 안 될 농촌 풍경 중의 하나입니다 인간과 같이 영원히 존재하길 기원하고 생각만 해도 어린아이의 심정이 되어 감사합니다 9/20/2015 세종시 이모님 댁 외갓집 가을 호박 - 詩..

詩 2020 2020.09.21

매미의 운명/배 중진

매미의 운명/배 중진 7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미의 노랫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귀를 크게 열어 놓았다 그러길 며칠 매우 약한 소리가 잠깐 들리는듯하기에 신경을 곤두세워 간신히 잡았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그 나무의 둥치는 보름도 채 되지 않아 강하고도 몹쓸 바람에 뒤틀리면서 쓰러졌다 매미는 숨어 지내던 나무의 운명을 알았을까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사랑과 감사함으로 보듬어 주지도 못했는데 큰 공터로 남게 되었는지 그 지역을 떠나야만 했는지를 모두 숨어서 지냈던 여름 같은 인간끼리 만나는 것을 꺼리던 시절 오랫동안 암흑에서 지냈던 매미들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함을 알았는지 밝은 세상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더니 사회적 거리를 두는 듯하더니 아예 크게..

詩 2020 2020.09.21

사랑을 잃고/배 중진

사랑을 잃고/배 중진 세상에 빛이 있었고 그 빛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한 것은 당신 그 눈빛이 사랑인 것을 느낀 것은 한참 후의 일 아무렇지도 않게 품은 찬란한 빛 누구나 안고 있는 빛이라 여겼다 빛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나만을 비춰주던 광명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방황은 시작되고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가냘픈 한 가닥 생명의 빛은 또다시 비출 줄 몰랐다 눈물은 빗물이 되었고 온몸을 휘감아 감싼 채 땅을 적시며 오랫동안 흘렀다 허탈한 세상이 되어 자신만을 탓하며 어둠을 걷고 있는 뒷모습은 쓸쓸함 뿐이었다 Quebec, Canada 10/21/2015

詩 2020 2020.09.20

고향/배 중진

고향/배 중진 동네의 어르신이 농사를 지어보신 경험이 별로 없는 분이 교육계를 은퇴하시고 비 오는 날 마을 어귀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신작로 따라 가지런하게 꽃을 심는 것을 보았지요 아마도 상전벽해로 점점 거세지는 조용한 마을을 위해 웃어른이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하면서 언젠가 동네의 젊은이들은 마음을 순화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유교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느끼면서도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봄에 심은 꽃씨는 가을에 더 많은 꽃씨를 생산하기에 순박하고 작은 마을은 항상 찾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의 고향이 되었지 싶더군요 국립 자연사 박물관 (워싱턴 D.C.) 10/17/2015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Mohonk, ..

詩 2020 2020.09.16

이, 가을에는/배 중진

이, 가을에는/배 중진 팔팔 끓던 땅이 식어가는 것이 시간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꼿꼿하던 몸이 구부러진 것이 세월의 흐름을 보는듯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풍의 계절에 들로 산으로 뛰쳐나가 아름다운 세상을 즐겨보리 비록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두 다리 성하니 더 늦기 전에 가고 싶고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챙겨 정신적 육체적 부족한 것을 메꾸리 이, 가을에는 10/21/2015 관 악 산2020.09.16 07:30 멋지고 좋은 작품에 편안하게 쉬어갑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그 드는 나이만큼 깊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봅니다. 군데군데 자리 잡아가는 주름사이로 옹송 그린 세월을 덧없다고 하지 않는 것은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초가을 향기가 느껴..

詩 2020 2020.09.16

희미한 사랑/배 중진

희미한 사랑/배 중진 아름다운 시절이 꿈결처럼 흐르고 무슨 조화에서인지 컴퓨터에서조차 사랑을 사모한 아름다운 글을 지우고 추억의 사진을 없애도 전문가에 의해서 모든 것이 낱낱이 되살아나더라 홧김에 모든 흔적을 내동댕이쳤다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듯해도 영원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누구란 말인가 왜? 속 시원히 발길을 돌리지 않는단 말인가 세월이 엄청나게 흘렀는데도 천 섬 몬트리올 Montreal, Canada 10/20/2015

詩 2020 2020.09.15

떠난 사랑/배 중진

떠난 사랑/배 중진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같은 사랑이 있지 싶답니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한때 이어지려 했던 사랑 무슨 이유에서인지 맺어지지 않아 가을을 그리워하듯 찾아 헤매지만 벌써 멀리 떠나 혹독한 겨울만 안겨 줘 씁쓸한 사랑이라 처절하게 외치지만 누구의 것도 아니고 당사자끼리만의 좁은 사랑이지 싶습니다. 해는 거듭되고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한번 떠난 내 사랑만은 돌아올 줄 몰라 냉정한, 야속한 세상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토록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만큼 아픔도 그렇게 크게 다가오는 법이지요 10/16/2015 미국에 도착 10/23/2015 뉴욕 10/25/2015 뉴욕 10/27/2015 한국으로 출발 해바라기와 코스모스의 조화라고나 할까요? 이제껏 못 보았던 광경에 저도 가을 기분이 ..

詩 2020 2020.09.15

그대가 떠난 날 이후로/배 중진

그대가 떠난 날 이후로/배 중진 나는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해왔는데 그댄 부족함을 느꼈는가 봅니다. 그날, 떠나던 날을 영원히 잊지 못하는데 왜? 그때까지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는지요 생생하게 기억하는 밤, 무심하게 떠나던 날 나보다 나은 여자와 팔짱 끼고 사라지던 날 악몽은 시작되었고 잊으려고 몸부림쳐 보았지만 사라지지 않는 당신의 얼굴 끊이지 않는 나의 눈물 그토록 사랑했었는데 이토록 가슴 아픔일 줄이야 그대가 떠난 날 이후로 나이아가라 폭포 10/19/2015

詩 2020 2020.09.12

호사다마/배 중진

호사다마/배 중진 그때만 해도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신바람이 나서 호들갑을 떨며 설쳐댔던 나날 내일, 무엇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면서 오늘, 마냥 즐거워했던 시절 그렇게 여행 일정은 짜였고 살던 곳을 떠나 자동차로 여유만만하게 서부를 향해 가면서 유명한 곳 있으면 찾아가고 소문이 자자한 곳은 빼놓지 않고 특별한 음식을 선보이면 맛보며 들릴만한 곳 들리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았고 하늘 또한 굉장히 높았다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들렸고 졸졸대는 시냇물 소리도 흥겨웠다 처음 보는 것이 많아 신이 났으며 활짝 마음을 열어 놓으니 가는 말도 곱고 오는 말도 친절했다 고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와는 즐거움을 같이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언젠가 같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여행 중에서도 ..

詩 2020 2020.09.10

꽃씨 하나/배 중진

꽃씨 하나/배 중진 우린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통하는 것이 있어 초저녁만 되면 어둠이 밀려오면 동네 어귀로 몰려나왔다 뚜렷한 계획도 없었고 장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지만 목표가 없고 희망도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의 자식들이었다 누군가 악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도 뻔히 빠져드는 것을 보아도 앞뒤 계산하지 않고 의리라 생각하여 따라 했다 주는 정 오는 정 모든 시련을 담았으니 사양하지 않고 주는 대로 마셨다 가슴은 터지고 세상이 야속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대로 걷어찼다 참담함의 악순환이었다 그 누구도 선도하려 하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가녀린 소녀의 힘은 엄청나게 컸고 황소같이 씩씩거리던 소년들은 사랑을 싹틔우기 시작했고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9/19/2019 Mercer ..

詩 2020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