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막역지간/배 중진

막역지간/배 중진막역한 친구가 있습니다연세가 드셨어도한국이 아니라서존경은 하되미국에서는 친구 간이죠영하 20도가 되었지만남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다른 날보다 약간 더 춥다는 느낌으로 밖에 나왔는데무척 괴로워하며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추우시냐고 여쭈었더니손을 내밀기에무심코 잡았다가깜짝 놀랐습니다쇳덩이 같은 싸늘함이 손을 타고 공포로 전해졌습니다옛날 국민학교 시절넓은 교실에 난롯불을 피우지 않았을 때선생님이 두 손을 사타구니 사이에 넣고닭똥 냄새가 날 때까지 비비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그렇게 해보시라니까하는 시늉은 하는데몸이 노쇠하시고 지병이 있어뜨근뜨근한 심장으로부터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답니다같은 영하의 날씨도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었죠그 ..

詩 2020 2020.01.22

친구가 그리운 날/배 중진

친구가 그리운 날/배 중진 흰 눈이 내린다 점점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우리 사이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멀리 있기도 하지만 구수한 맛으로 되살아나는 친구 눈처럼 펄펄 날렸다가 뜬금없이 푸른 하늘로 사라지는 녀석들 고향이 있다는 것 그 아래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는 것 그리움으로 눈물적시기도 하지만 남이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도 뒤따른다는 것 건강하여야 할 텐데 즐거움으로 충만하여야 하는데 불편함을 줘도 가끔가다 친구처럼 다가오는 눈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주기도 한다 *화순 만년사의 설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연등이 홍시처럼 보이고 어둠을 밝혀주는가 싶더니 치아가 없는 할머니를 연상케 하네요. 옛날 한겨울에 홍시를 찾으셔 구할 수 없어 안타까운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하면 구할 수도 있지 싶더군요. 새해..

詩 2020 2020.01.19

침묵/배 중진

침묵/배 중진 혼자 하는 운동도 있고 지치고 따분할 때는 옆에 그 누군가 있어 선의의 경쟁을 하면 어려운 고비도 무난하게 넘길 수 있고 무리하면서까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도 하는 법 그래서일까 젊은 사람이 공간을 주지 않고 바짝 옆에 붙어서 시작하는데 기계 조작이 서투르다 싶었고 어렴풋이 그의 왼손이 불편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어 힐끔거렸지만 그 젊은이는 개의치 않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데 왼발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둔탁한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매우 진지한 모습이다 그런 불편한 생활을 했기에 몸놀림 하면서 나오는 소리에 벌써 적응이 되었는가 보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에 찬탄을 금치 못하면서 원하지 않는 도움이겠지만 나의 몫이라 생각하고 같이 보조를 맞추면서..

詩 2020 2020.01.18

공작/배 중진

공작/배 중진 Treadmill 위를 열심히 걷고 있는데 옆쪽으로 누군가 느닷없이 올라탄다 그 친구의 친구도 덩달아 뛰어오른다 조용히 차분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정신없이 덤벼드니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쪽을 바라보니 예상했던 대로 특별한 사람들이 왔다 오후 한 시부터 두시 사이에 단체로 왔다가 썰물처럼 같이 빠져나가는 사람들 보호자의 지시에 따르기에 큰 말썽은 없어 천만다행인데 기계 조작은 할 줄 몰라도 걷는 것은 무난하지 싶었다 운동하던 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어 마저 끝마치려고 서두르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공작의 울음소리를 내지른다 그런가 했는데 그칠 줄을 모른다 아무 거리낌 없이 걷는 것보다도 소리를 더 지른다 요사이 사자의 포효하는 소리에 하이에나의 능글거림에 ..

詩 2020 2020.01.16

포효/배 중진

포효/배 중진 Gym에 가서 열심히 걷기 시작하여 한 10분 즈음 지나면 머리 저 높은 곳에서부터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드넓은 이마를 거쳐 눈썹 근처부터 두서없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뺨을 타고 줄줄 흐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숨은 가빠지고 심장은 마구 요동치며 온몸의 땀구멍이란 모든 구멍에서 뻘뻘 흘러나온다 무아지경이 따로 없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몰두하는데 난데없이 몇 명이 뒤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웅성거리다가 갑자기 사자의 포효소리가 들려온다 기겁을 하고 발걸음을 빨리하는데 계속 쫓아오는 느낌이 들어 불편해도 달리기를 시작하며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온다 죽기 살기로 도망가다가 뒤를 힐끔 돌아다보니 정신이 이상한 장애자가 그런 소리를 내지르며 씩 웃고 있었다 앞사람이 ..

詩 2020 2020.01.11

안개/배 중진

안개/배 중진 자욱한 안개가 찾아와 원하지도 않았는데 덮쳐와 온 세상을 깜깜하게 만들었다 밝은 세상을 맞아 힘껏 출발하여야 하는 새해 분명 걸림돌이었다 마음은 급한데 세상의 모든 것은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먼 하늘 우러러 심호흡하곤 순리대로 살아야겠다 다짐을 해본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끝마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하겠다 남극점 인류 최초로 도달에 성공한 로알 아문센처럼 다수보다는 최정예 대원을 선발하고 탐험한 곳마다 이정표 설치하여 되돌아올 것을 예비하고 원활한 식량 조달을 위해 잔인한 바다표범 사냥도 마다하지 않고 이동수단을 위해선 조랑말 대신 추위에 강한 개를 이용하여 썰매를 끌고 불필요한 것은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과감하게 버려 간소화하..

詩 2020 2020.01.05

산 너머 밝은 태양이/배 중진

산 너머 밝은 태양이/배 중진 보이지 않는 무서운 바람이 불어와 조용하던 소나무 가지를 미친 듯 몸부림치게 만든다 그동안 잘 지냈던 나뭇가지인데 일순간에 부러져나가는 것은 아닐는지 잠깐만 그렇게 괴롭히다 멈췄으면 했는데 소나기까지 동반하여 종일 심술사납게 지랄하는 것이 오늘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끝장낼 심산인가 보다 꼭 닫힌 창문을 통해 울분을 토하며 빗물처럼 떨어지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내버려 둔다 이제껏 살아왔는데 별일이야 생길까 하는 소심한 생각을 떨치면서도 피하지도 못하는 나무에 측은지심이 들었다 잘나가는 인간에게도 시련은 있으리 소망하지 않았어도 느닷없이 닥쳐오리 그렇다고 다 무너지는 것은 아니고 마음을 독하게 먹고 소신껏 탈출하는 오뚝이 인생은 반드시 있으리 언제나 밝은 태양은 기다리는 자에게..

詩 2020 202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