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호랑이굴로 들어간 누나/배 중진

호랑이굴로 들어간 누나/배 중진 겁도 없이 손자 돌봐주러 대구에 있는 아들 집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도 들어갔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을 수도 있음을 예측하지 않았을까 평소에도 희생정신이 뛰어났고 장녀로서 동기간한테 각별히 배려도 많이 했지만 하필이면 이럴 때 소식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멀리에서 겁부터 났다 아비규환인 곳에서 촌각을 어찌 다툴 수 있을는지 날숨과 들숨을 어떻게 고르는지 답답한 심정이었다 역병이 매우 가까이 접근한 느낌을 받아 몸서리쳐진다 무슨 대책이 있겠지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고 연약한 여자이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들판을 태우는 연기가 보기 좋고 냄새도 구수했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성당이나 사찰의 종소리까지 들려온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태울..

詩 2020 2020.03.13

공포의 하늬바람/배 중진

공포의 하늬바람/배 중진 극성을 부리던 북풍이 잠자니 화려한 건물들에서 발하는 빛으로 맨해튼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네 바닷속까지 무아지경이네 좋은 사람도 보이지 않고 나쁜 사람도 사라진 총천연색 말없이 서 있는 인간의 세상 내일을 모르는 욕망의 세계 아시아 쪽에서 하늬바람이 불어온다 언제 갈바람이 강타할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이 좋다 아무도 아프지 않은 현재에 만족한다 중국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고 한국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며 일본에선 아무 일도 없는척한다 어쩌다가 모두 검은 그림자에 휩싸였는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는지 무섭게도 빠르게 전파된다 인간에 의해서 전염이 된다 모두가 상대를 두려워한다 음침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 2020.03.06 01:17 Stock ma..

詩 2020 2020.03.04

마스크/배 중진

마스크/배 중진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은 있지만 자진해서 자가격리하였고 확진자도 나오지 않아 뉴욕에서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창궐하는 역병에 대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불길이 심상치 않아 조용히 대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한다 유비무환이라 했으니 마스크를 팔만한 곳을 방문하여 몇 개 사두려고 했더니 없다 다 떨어졌단다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도 턱없이 한참 웃돌아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긴 줄을 선 것도 아니고 같은 시간에 똑같은 물건을 원하는 사람도 하나도 없는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산을 그나마 저지하는 데 꼭 필요한 방한대는 없었다 Saxon Pharmacy에 가서 여쭈어보고 CVS에 가서 찾다가 물어보고 Staples의 점원에게 넌지시 귀띔하고..

詩 2020 2020.02.28

강 건너 불구경/배 중진

강 건너 불구경/배 중진 아우성 불타는 소리 검은 연기 날름거리는 불기둥 불길은 강풍을 타고 세상을 덮치려는 기세라서 불구경도 잠시 겁이 덜컥 나기 시작하며 다리가 떨려오고 심장이 졸아붙는다 아무리 초라한 초가집이라도 잡혀야 하는데 최근에 한 집 건너 불이 나기 시작한다 초저녁, 야밤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는 듯하다 꾸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 보복했다는 자백이 나왔는데 그는 초등학교 갓 졸업한 가난한 집안의 아이였다 불난 집마다 사연이 있어 취합해 보니 중학교도 가지 못하는 처지의 불쌍한 아이였다 밥 한 끼 얻어먹으려다 남의 것이 탐이 나서 손댔다가 들켜 그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죄는 뉘우치지 못하고 감히 없다고 업신여긴 이웃에 친구네 집에 성냥불을 그어댄 것이 걷잡을 수 ..

詩 2020 2020.02.21

삶/배 중진

삶/배 중진 오늘같이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해본다 음침한 날씨가 이어지고 우울한 기분에 잠겨있고 흉흉한 병균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인류는 종말을 맞을듯한 느낌이다 봄날은 오지 않을 것인가 늦게 오면 맞이하러 나가면 된다 식물처럼 계획 없이 그냥 하늘만 바라볼 인간이 아니다 움직여야 한다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여 지혜롭게 난국을 극복하여야 한다 그것인 인류사였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꾸려가는 늘 봉2020.02.19 13:01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리 듯, 주유소에 들리지도 않았지만 세월이는 잘도 달립니다. 고운 불벗님! 안녕하세요? 조만간, 청보리 어린 싹에 봄볕이 푸짐하고 나릿물 소리 정겨운 시냇가에는 버들가지 물오르니, 지구촌 일원으로 존재하 게 허락하신 전능자에게 ..

詩 2020 2020.02.18

발렌타인 데이/배 중진

Valentine's Day/배 중진 사랑한다고 더욱더 다정한 표현을 하는 날 오래간만에 애교 만점인 카드를 교환하고 평상시는 비싸서 근처도 가지 않던 보석을 선뜻 끼워주고 향기 그윽한 꽃다발을 안겨줘야 보이지 않던 사랑이 확인되는 날 덩치 큰 사람의 거추장스러운 응석도 포용하는 날 덩달아 잘못한 점도 용서하는 날 하느님은 성서적으로 당신을 항상 사랑하리라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불행으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켜주는 것은 바로 알게 모르게 애정으로 감싸는 better half! 마음 한가운데 있는 너그러운 인생의 동반자! ☞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

詩 2020 2020.02.16

처절한 몸부림/배 중진

처절한 몸부림/배 중진우리가 지금 달나라에 왔나 아니면 별나라에라도 왔나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고인간도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는데전혀 부담 없던 공기가이렇게 중요하게 다가올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을까보이지 않는 맑은 공기를 유린하지 않았던가없는듯하다고 나쁜 말을 쏟아내지는 않았던가내가 뱉은 숨은 남에게 병이 되고남이 쏟은 숨은 나에게 상어처럼 큰 바이러스가 되어 치명적으로 전염될까 봐 혼비백산 도망친다살아야지살아내야지어떻게 해서라도 이 순간을 극복하여야지피하여야지어떤 나라가 그래도 괜찮을까지도를 펼쳐놓고마스크를 쓴 채 뚫어지게 살펴본다이웃을 떠나 살 수는 없는데눈물을 머금고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깨끗한 것을 존중했어야 했는데그때 아꼈어야 했는데 요사이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싶은 심정..

詩 2020 2020.02.11

하필이면/배 중진

하필이면/배 중진 요사이 줄곧 건강했는데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아시아인들과 접촉을 꺼리는 판에 콧물감기에 걸렸다 젠장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방안에 처박혀 있어야 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원하지도 않는데 코에서 콧물이 질질 흘러내린다 가끔가다 목구멍이 따끔거리다가 재채기도 한다 콜록콜록 기침도 한다 코를 풀고 목구멍을 청소하다 보면 손가락이 축축한 느낌이 들어 화장실로 바로 달려가서 비누로 손을 닦지만 돌아서면 금방 또 콧물이 흘러나온다 Super Bowl이 열리는 날 으레 그랬던 것처럼 친구네 집에 가서 떠들며 맥주를 마시는 날인데 혼자 TV를 시청하여야 하는 불행한 날이 되고 말았다 최소한도 남에게 전염은 시키지 말아야겠고 친구들이 다들 연세가 많아 일단 걸리면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두..

詩 2020 2020.02.03

그리움/배 중진

그리움/배 중진 그리움은 정을 두고 떠난 사람이 뒤늦게 후회하며 찾더라 그리움은 저 자신을 모르면서 욕망을 드러낼 때 찾아들더라 누구나 품고 속을 태우는 그리움 그러나 인생의 경륜이 쌓일수록 작아지는 그리움 모든 것을 움켜쥐려 하지 말고 같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정성을 쏟으면 그만인 것을 뭔가를 바란다면 부질없는 짓이 반복되는 법 시원한 하늘 우러러 마음속 끈끈한 것 버리고 걱정이 태산이면 보름달같이 지나칠 것이요 깊은 강물이 가로막으면 시름도 흘려보내거라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사랑이어라 오션닥2020.02.06 12:30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을 즐깁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사람이 있지요 아이는 태어난 그대로 자유롭게 키워라고 하네요 어릴 때는 부모가 손잡고 같이 가다가 유치원에 가면 아이를 앞세..

詩 2020 2020.01.30

배신/배 중진

배신/배 중진 조직 안에 누가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그 안에 들어갔다 군대 안에 어떤 악마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강제로 합류하게 되었다 시키는 대로 움직였고 사회에서 맛보지 못한 것들을 체험하며 짬밥도 많이 먹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눈치를 봐야 했으며 24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였다 나만 생각했었는데 나를 버리고 나의 존재를 의식하지도 않았다 숨죽인 오랜 시간이 지나 한 줄기 빛과 같이 누군가 알게 모르게 어둠 속에서 도움을 준다 호의를 베풀어 준다 그래도 두려운 존재라서 감히 말을 걸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모습이 순진하고 기특하여 더욱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는가 보다 집에도 같이 놀러 가고 기합에서도 빼주기도 하여 이젠 혼자 자랄 수 있는 능력까지 배양하게 되었으며 전역을 ..

詩 2020 202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