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경자년 마지막 날/배 중진

경자년 마지막 날/배 중진 경자년 마지막 날 경자가 흐느낀다 주룩주룩 눈물을 흘린다 잘못을 알기에 모든 것을 씻어주려고 하는가 보다 흰 눈으로 덮어주기보다는 확실하게 가져가려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섭게 떠돌아다녔다 주위의 아는 친구들 아무렇지도 않은데 수많은 인간이 죽어가는 공포감을 매스컴을 통해 확인한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너와 나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가면 사회적 거리를 두고 집에 와서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돌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맞았다고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언젠가는 맞겠지만 그 언젠가가 문제다 그동안도 많은 사람이 쓰러질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돈 없고 권력이 없으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

詩 2020 2021.01.01

면죄부/배 중진

면죄부/배 중진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어머니를 망치로 잔인하게 내리쳤다 그리곤 친구들과 마약을 하고 카니발에 가서 흥청망청 쏘다니다가 4시간 만에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아 일하시는 상점에 전화했더니 아무도 받지 않았고 걱정되어 상점에 가봤더니 바닥에 누워 계셨단다 1986년도 경이니 과학적인 수사에 한계가 있었고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피의자는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지만 인간인지라 죄를 짓고 여분으로 사는 삶이어서인지는 모르되 결혼했어도 마약에 찌들어 살고 큰 사건으로 감방을 들락날락한 것은 아니지만 삶이 여의치 않아 이혼당하고 혼자 사는데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과학은 발달해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헤치고 의학은 연구 끝에 궁금한 인체의 비밀을 파헤..

詩 2020 2020.12.30

바닷가의 살인/배 중진

바닷가의 살인/배 중진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으리 인간이기 때문에 불협화음 생겼으리 남의 사랑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혼외 불륜이 더 짜릿한 전율을 남겼으리 증권에 넋이 빠져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더니 알게 모르게 은행에서 현금은 빠져나가고 급전을 빌려 메꾸다 보니 이자는 눈두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런 사실을 사랑했던 사람이 눈치챘고, 잔소리하고 집사람 몰래 만나는 여자가 5명이나 되니 방법은 오직 하나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없애고 보험금 20억 원으로 새롭게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이혼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고 갔고 조용하고 멋진 바닷가의 레스토랑에서 최후의 만찬을 하면서 순조롭게 빨리 정리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끼리의 해결책이라 타결을 본 뒤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를 유혹하여 바닷가를 거닐..

詩 2020 2020.12.27

공황발작/배 중진

공황발작/배 중진 난데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맞이하면서 인간은 공포에 떨었다 숨기에 바빴고 사람만 나타나면 도망치듯 피했고 상대방을 에돌아 지나갔으며 마스크를 벗고 혼자 걷다가 누군가 나타나면 서로 고개를 돌리고 마스크부터 착용했다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고 좁은 공간에서 같이 숨 쉰다는 것은 정말 난처한 지경이라 공황장애까지 일으킬 징조를 보인다 그러다가 고개를 바짝 들고 나대는 사람이 나타나자 너도나도 자유를 원한다며 방심을 했다 우한 폐렴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더 많은 인간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쓰러져 눕는 인간이 점점 불어나고 전 세계는 통제 불능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방역에 동참하느라 나의 모든 활동을 자제하고 불편을 감수했는데도 뜻하는 바와는 정반대로 ..

詩 2020 2020.12.24

호랑이 담배 피울 적/배 중진

호랑이 담배 피울 적/배 중진 옛날 옛적에 할머니는 안방을 지키시고 우린 초저녁까지 할머니 방에서 놀다가 잠을 잘 때면 나만 홀로 사랑방, 할아버지가 쓰시는 방으로 건너가야 했는데 그때가 가장 무서웠답니다 안방 마루에 불을 밝히고 동생들한테 사랑방까지 가기 전까지는 전깃불을 끄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여 약조를 받아내곤 뛰기 시작합니다 부엌을 거쳐 나뭇간 소가 있는 널찍한 외양간 광 그리고 사랑방이지요 바로 들어가기 직전의 아궁이 언저리가 광으로 들어가는 곳이라 넓기도 하지만 컴컴하여 도둑놈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더 무서웠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도착하여 안방에다 대고 외쳐 마루의 불을 끄라고 하곤 사랑방 불을 부리나케 소등하고 쏙 들어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사랑방에 고래고래 소리 질러 할아버지..

詩 2020 2020.12.23

떠나는 해/배 중진

떠나는 해/배 중진 반갑다고 한지 어제 같은 숫자가 겹쳐 행운이 겹친다고 좋아했는데 인간을 조롱하는 경자년이 될 줄이야 경악을 금치 못하게 자멸로 이끌어 벌써 희생자가 얼마나 되는가 방법이 없고 대책이 없다 빨리 사라지길 기원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희망한다 음침한 철길 컴컴한 터널 살기 띤 기차가 돌연히 눈앞으로 들이닥친다 억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친다 경기를 일으켰다 식은땀이 흥건하다 경자를 보고 싶지 않다 제발 떠나가라 우리의 만남은 슬픔이었다 악연도 이런 악연은 없었다, 일찍이 11/13/2018

詩 2020 2020.12.20

철새/배 중진

철새/배 중진 철새가 찾아올 만한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바다는 가까워도 늪이 있는 곳은 약간 떨어져 텃새만 목청을 높입니다 이민 정책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더 많은 사람이 기회를 찾아 땀을 흘렸으면 하지만 텃밭을 누구에게도 내어 주려고 하지 않는 본성을 드러내지요 찬바람이 되어 가슴을 후벼팝니다 떠났던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자존심은 구겨져 있고 허공만 빙빙 돌며 화려했던 과거만을 회상하니 눈물이 흐릅니다 말로만 듣던 아름다운 세상 현실은 녹록지 않고 무정한 세월만 무참하게 흘러갑니다 02/04/2019

詩 2020 2020.12.19

첫눈/배 중진

첫눈/배 중진 흔들 수 있는 나무는 첫눈을 맞이하지 않았다 만남을 위해 먼 길을 바람과 함께 빠르게 달려왔지만 꼿꼿한 자세로 곁눈질도 하지 않았다 무엇이 두려워 서로를 경계하는 것일까 아픈 상처를 보듬어 줄 수도 있으련만 4계절을 견뎌온 나무는 끝내 흰 눈을 멀리하였다 냉혹한 눈은 한을 품고 비수가 되어 엉뚱한 인간을 난도질하려 한다 *숱한 세월 가슴에 응어리진 사연이 고드름 녹듯 사라져 버린다 지난 일 년 정말 어려웠지요. 새로운 희망이 고드름처럼 생겨 대지를 적시듯 우리에게 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즐거운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詩 2020 2020.12.18

더 나은 반쪽/배 중진

더 나은 반쪽/배 중진 나는 너에게 어떻게 비치고 너는 나에게 어떤 사람일까 부모 자식의 연으로 시작해서 우린 정말 많은 인연을 맺었지요 소중하지 않은 만남은 없지 싶고 영원한 만남 또한 없지 싶습니다 나의 자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너의 됨됨이를 항상 살펴보기도 합니다. 우리 사이 인연이 있었다면 상대적인 삶도 있지 싶습니다 잘 꾸려가는 우리도 있고 티격태격 싸움박질만 하는 남남도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아군이 되어야지 하고많은 날 적군처럼 싸워서야 하겠는지요 승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행복은 작은 만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한마음으로 끌고 밀어주고 소박한 미소 지으며 서로 흘린 땀을 닦아주면서 보다 나은 반쪽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이 항상 필요합니다 New York Botanical Garden 01/23/..

詩 2020 2020.12.14

해님의 행방/배 중진

해님의 행방/배 중진 늦은 시간인데 해님이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고 또 보고 나타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늦잠을 주무시는가 보다 사방은 어두웠고 공연히 일찍 일어났나 하는 생각도 안 할 수 없더니 몸에서 점점 활기는 사라지고 분위기에 압도되어 졸리기까지 하다 안개와 겨울비는 자욱하게 서성이고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우니 어젯밤 잠을 설쳤다는 핑계를 대고 사람들은 낮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 평안한 모습이다 밖에 나가봐야 코로나바이러스만 극성이고 우리같이 나약하고 나이가 든 사람을 좋아한다며, 사랑한다며 같이 가잔다고 졸라댄단다 태양이 사라지니 우리의 희망도 깜깜한 어둠 속이다 12/15/2017 12/16/2017 이상한 종교들이 많기에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국에서 배운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는 것을 보..

詩 2020 20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