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겨울 장미/배 중진

겨울 장미/배 중진 12월 늦게까지 피는 장미 오랫동안 희망을 품으라는 뜻이겠지요 추워 오들오들 떨면서도 솜 이불에 포근하게 휩싸인 듯 밝은 미소 잃지 않고 분발하라고 다독입니다 흰 눈이 녹듯 어느 순간 아무도 모르게 떠나갈 것을 알려주지만 그대 이름은 장미 영원히 기억하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떠난 것을 장미의 향기로 물리쳤다고 얘기하렵니다 Bronx Zoo 01/31/2016

詩 2020 2020.12.11

콧방귀/배 중진

콧방귀/배 중진 어제 눈이 내리려고 하다가 몇 개 보여주는 듯하다 사라지고 말아 매우 아쉽다고 생각했답니다 좀 쌓여줬으면 싶었는데 모든 아픔을 덮어줬으면 하고 희망했는데 코웃음 치며 허공에서 맴돌기만 했지요 너 자신을 알라 너희들이 행한 잘못을 뉘우쳐라 그전에는 모든 것을 덮어라 바라지도 말아라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백신이 가까이 왔는데도 우린 몸져누워야만 했습니다 Thanksgiving Day 11/26/2015 11/27/2015 Robin과 호랑 나무 가시에 대하여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추위니까 대부분의 로빈은 떠나갔지만 가끔가다 보면 남아 있는 로빈도 있답니다. 지렁이를 그렇게 잘 뽑아 먹기에 신기하기만 한 새이지요. 소리가 들리는지 아니면 전파탐지기를 쓰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

詩 2020 2020.12.11

인생무상/배 중진

인생무상/배 중진 원래 그분은 술집을 하려던 사람이 아니었다 농촌에서 가진 것 없이 남의 종산을 돌보던 사람에게 시집을 왔고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인지라 왕래가 잦은 곳이니 자연스레 동네 사람들이 꼬였고 그런 그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건네주면서 자연스레 생긴 주막이었는데 성품 좋고 시원하고 당당하더니 점점 몸이 불어 어지간한 남정네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옷소매를 걷어 올리는 순간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남 보기에 억척스럽다 했어도 인간미는 있었지 싶었는데 추운 겨울 밤사이에 숨을 거두셨다 다음 날 상주도 없이 따라가는 자식들도 하나도 없이 동네 장정들의 빠른 발걸음과 함께 사납게 출렁이는 상여는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높은 곳의 짚 동가리 옆에 쭈그려 바라보는 어린아이들도..

詩 2020 2020.12.11

삶/배 중진

삶/배 중진 인생은 손에 쥐고 가는 것이 없어 자유스러운 중에도 가슴속에는 사랑과 미움이 어쩌면 남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 먼 곳에서 누군가 용서를 하고 칭찬을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상에 남아 있는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리운 눈물을 흘립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허무함에 슬픔을 쏟아냅니다. 모두 그것이 삶이라고 합니다 요란 떨 것 없다고 한편에선 그럽니다 생을 초월한 듯한 방관자의 말이지요 Philadelphia Flower Show 03/06/2018 뉴욕 근처에 있는 호랑가시나무와 약간 차이가 있는듯합니다. 겨울에도 항상 푸르름을 선사하기에 눈이 즐겁고 작은 빨간 열매를 보면서 X-mas 장식에 최적이라 생각도 하는 나무이지요. 멋진 소개에 감사드리며 즐거움이 ..

詩 2020 2020.12.10

헌혈/배 중진

헌혈/배 중진 고등학교 때 도립인가 시립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중학교 때 친구들이 살짝 다가와 헌혈하러 가자고 꼬신다 용돈도 받고 좋은 일이니 따분하게 공부하는 척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잔다 그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큰 도시, 대전에서 엉망인 수준이다 친구가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으면 혹시나 꾀에 넘어갔을지도 모르나 아무리 중학교 시절 알고 지내는 사이일지라도 그때는 거리를 두었다 세월은 말없이 흘러, 말년 병장이던 시절, 군대에서 또 일이 벌어졌다 지루함을 못 이겨 내무반장을 비롯해 병장들만 탁구를 하고 있던 일요일 오후 누군가에 의해 선착순 헌혈을 원하는 지원병을 모집한다는 급전이 왔단다 5박 6일 포상 휴가까지 걸려 있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5명인가 사인을 했고 그..

詩 2020 2020.12.08

배려/배 중진

배려/배 중진 누군가 약국 담장 옆에 차를 바짝 붙여 놓았다 생각에 아무도 오지 않으리라 바쁜 사람이 없으리라 잠깐이면 되는데, 뭘 그런데 거짓말같이 그 순간에 그곳에 나타난 차가 있었다 한참 기다리다가 빠질 만큼의 공간이 있는지 가늠하고 긴장하면서 차량을 움직였다 약국에서 나온 여자는 젊어 보였고 남을 힘들게 했던 차는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누군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는데 자세하게 살필 수가 없었다 불평을 할 만한 피해자는 간신히 차에서 나와 바퀴가 달린 보행기를 끄집어내고 그것에 의지해 발뒤꿈치도 땅에 대지 않고 조심스레 먼 길을 어렵게 걷기 시작했다 장애자 주차 공간이 있으련만 누군가에 의해 점령되었는지 아니면 그런 시설 있는 것조차 모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연세를 꽤 잡수신 할아버지는 앞만 바라보고 ..

詩 2020 2020.12.05

이별가/배 중진

이별가/배 중진 우리의 만남은 정말 극적이었다 우연이겠지만 기도를 드렸다 소생하기를 뜻은 이뤄졌고 귀뚜라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옥에서 걸어 나온 것이다 환경만 바꿔줬는데 네가 자랑스럽고 내가 기쁨을 얻었다 뒤늦은 만남이라 성치 않은 몸이라 명랑한 노랫소리 기대하지 않지만 뭔가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살아있음을 천명했으면 해서 이별가 한 곡 어떨까? 여기 뉴욕도 매우 많습니다. 떨어진 열매를 보면서 밤이라 착각하기 쉬운 마로니에를 보면서 이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이 궁금하기도 했지요. 우리만 매우 낭만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멋진 12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칠엽수, Maronnier 바닷가에 갔는데 낚시꾼들이 많았고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탁 트인 시원한 맛에 마스크..

詩 2020 2020.12.03

귀뚜라미/배 중진

귀뚜라미/배 중진 냉장고에서 상추를 꺼내 막 씻으려고 하는데 뭔가 움직였다 생각지도 않은 귀뚜라미였고 어떻게 나흘 동안 냉장고 안에서 살았단 말인가 믿기지 않았고 어쩔 줄 몰랐어도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하여 창문을 열고 밖에 내놓았다 운 좋게 살아남길 기원하면서 다음 날 무엇보다도 먼저 아침에 창문을 열고 살피니 영하의 날씨에 어제보다 움직임이 둔하긴 했으나 그래도 약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까마귀는 떼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었으나 요행인 것은 창가에까지는 다가오지 않았다 나의 비밀을 알 리가 없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리고 어디론가 그들의 세계로 돌아갔으면 물론 명랑한 소리를 낼 리가 없다 죽다 살아났으니 귀뚜라미의 명도 길긴 긴 모양이지만 활발한 움직임에 아름다운 목소리 시원한 계절에 다시 들려왔으면 1..

詩 2020 2020.12.02

불쌍한 영혼/배 중진

불쌍한 영혼/배 중진 모두 잠든 시간 꿈속에서 헤매는 순간 누군가의 처절한 절규에 눈이 뜨였다 어린아이 칭얼거리는 소리로도 들리고 절체절명의 까마귀 부르짖음과도 같았다가 통증으로 울부짖길 한참 시계를 보니 새벽 03:30분 나만 깜짝 놀라 깨어났나? 건물 쪽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괴상한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았지만 주유소 쪽에서 나는 슬픈 비명은 당분간 끊이지 않았다 천만다행인 것은 파괴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제삼자의 목소리도 없었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깜깜한 밖의 동정을 살피다 잠자리에 누워 멀뚱멀뚱 이상한 사람의 상황을 그리다가 슬픈 생각에 이르렀고 구제받아야 할 영혼인데 방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가 저 사람을 위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는 스르르 잠 속으로 떨어졌다 11/..

詩 2020 2020.11.29

결혼/배 중진

결혼/배 중진 조카가 결혼식을 올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게 소용돌이치고 살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너와 나를 위해 거리를 두고 혹여나 바이러스가 묻어왔을까 손을 씻고 또 씻고 옆에 있어도 보고 싶은 당신 촌각이라도 헤어지기 싫은 당신 세상이 수상하고 어수선해도 믿음직한 당신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는 당신이기에 난관을 같이 헤쳐나가기로 했다 둘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크고 작은 축복을 나누기로 했다 거울같이 잔잔한 호수에 네 마음을 띄우고 내 사랑을 비추고 미끄러지듯 거친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 풍랑이 거세게 미치도록 몰아칠지라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손을 맞잡았음을 자랑스럽게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의 떳떳한 삶을 인정해달라고 간청하였다 11/28/2020 토요일 이런 와중에 조카의..

詩 2020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