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감쪽같이 사라진 고목/배 중진

감쪽같이 사라진 고목/배 중진 까마귀가 깍깍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항상 따스하게 맞이해주던 넉넉한 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무리도 아니리 아무리 뜨거워도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바람을 잡아줘 여유 있게 날개를 펼칠 수 있지 않았던가 옆집 베란다 추락 방지용 철책 난간에 나란히 앉아 고성을 지른다 이상하고 괴팍한 날씨에 젖은 날개를 말리며 다듬으면서도 아쉬운지 계속 깍깍거린다 있던 나무가 사라져 휑한 자리를 바라보는 인간도 허전한데 그곳을 자주 이용하며 휴식을 취하던 까마귀들이야 어찌 감당할 것이며 오죽하겠는가

詩 2020 2020.08.05

쓰러진 고목/배 중진

쓰러진 고목/배 중진 혹독한 겨울에도 살아남았는데 어렵게 수십 년을 살았는데 폭풍우가 몰아친다는 예보에 별 대수롭지 않게 견딜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넘어졌다 둔탁한 천둥소리 비슷한 것을 남기고 나자빠졌다 자동차가 밑에 많이 있었는데 공교롭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로 옆으로 쓰러졌다 거대한 가지 두 개 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쪽의 것이 휘어짐을 견디지 못하고 밀치면서 밑동부터 투박하게 뒤틀리면서 나가떨어졌다 남아있는 것이 혼자 저 억센 바람을 다 견딜 수 있을까 높은 창에서 이젠 멀리까지 볼 수 있지만 까마귀도 이젠 찾아오지 않으리 매미도 쉬러 오지 않으리 휑하게 자리가 비었고 가슴에 큰 빈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거대한 바람이었다 엄청난 폭우였다 모든 것이 제정신이 아니더니 전깃불마저 나갔다..

詩 2020 2020.08.05

칭얼거리는 까마귀/배 중진

칭얼거리는 까마귀/배 중진 떼 지어 행동하던 까마귀가 아침부터 뜨거운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높은 나무에 걸터앉자 새끼가 쫓아와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흥얼거리는 줄 알았는데 중얼거리는 소리로도 들리고 응얼거릴 땐 그냥 들어줄 만도 한데 징얼거리니 더위와 함께 확 짜증까지 난다 그렇다고 쫓아낼 수도 없고 관심을 가졌다가도 다른 일에 몰두하며 잊어버리려고도 했지만 종일 시원한 나뭇잎 그늘에서 무얼 그렇게 속삭이는지 아니면 엉얼대는 것인지 듣기 싫은 소리라고 쭝얼거리며 얼얼한 귀를 막고 깜깜한 밤이 오길 기대한다 올해 처음으로 노래 부르던 매미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얼마나 질렸으면 7/10/2017 Longwood Gardens, PA 해피해피2020.07.21 15:40 무더운 화요일 시원한 커피 한잔..

詩 2020 2020.07.21

매미/배 중진

매미/배 중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미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긴가민가 숨을 죽이고 뜸을 들이는 소리 이제 갓 나와 여린 날개로 가냘픈 소리를 내는 것인지 간밤의 무서운 소나기에 푹 젖어 내는 소리인지 이제나저제나 귀를 기울이면서도 반가운 소리를 듣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 지상낙원으로 나와서 좋을 것이 뭐 있을까 싶어 나쁜 소식을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건만 어려움을 뚫고 어둠을 헤치고 나왔다 강해야 한다 매우 짧지만, 천수를 누려야 한다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7/18/2020 토요일 아침 8/28/2013 7/19/2013 7/21/2013 복담2020.07.19 20:57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곳에도 매미가 나왔군요 전 어제 매미가 청량하게 노래하는 소..

詩 2020 2020.07.19

영원한 초원이여/배 중진

영원한 초원이여/배 중진 오랜 옛날부터 마음대로 풀을 뜯던 곳 어느 순간, 잔인한 인간이 나타나 죽기 살기로 도망쳐도 보았지만 예리한 창과 화살을 피할 수는 없었느니라 그래도 우린 숫자가 많고 동물의 세계를 알고 있는지라 소수를 희생하고서라도 전체를 살려 우리의 초원을 지키고자 했다 그런데 인간끼리 피를 튀기며 싸우는가 보다 했는데 철면피의 잔혹한 생전 보지도 못한 이상한 흰 사람들이 떼로 나타나 무서운 총으로 갈기기 시작하자마자 우린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다 죽음은 피할 수 없었고 처절한 주검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으나 그들의 미치고 성난 총구는 멈출 줄을 모르고 불을 뿜었다 우리의 평화는 산산조각이 났고 아무도 없는 죽음의 들판으로 변해가면서 무섭게 침묵만 흐르더니 천천히 자연을 숭상하는 무리가 나타..

詩 2020 2020.07.18

평화로운 숲/배 중진

평화로운 숲/배 중진 큰 나무 밑에 차를 세우고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큼직한 거미가 hood 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엎치락뒤치락하는가 싶더니 꼿꼿이 서지 못하고 누운 상태에서 버둥거리며 움직여 자동차의 엔진으로 들어가기 전에 쓸어버리려고 먹던 음식을 밀치고 나가서 자세히 보았더니 아뿔싸, 혼자가 아니었고 작은 벌이 물고 날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거미의 다리가 대여섯 개 정도 떨어져 있어 상태를 짐작할 정도였지만 저녁 즈음에 곤충들도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먹게 될 것인가 밥이 될 것인가 멀리에서 보기엔 평화로운 숲인데 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화살은 쏘고 다시 주워올 수 있지만 말은 한번 하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으니 말을 조심해서 하라는 뜻이에요. [네이버..

詩 2020 2020.07.13

함정/배 중진

함정/배 중진 연세가 드신 친구님이 비가 막 쏟아진 후의 길을 나섰다 건강을 위해서 언덕길을 피해 평탄한 길을 가다가 큰 나무 밑의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포장 돌출부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무사고를 자랑하며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별일이야 있겠느냐는 식이다 그런데 걸렸다 오래된 나무도 싫어하는 콘크리트에 오랜 경험의 노인장도 허를 찔리고 말았다 갈등의 세상 순탄하지만은 않은 세계에 살고 있다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평생 넘어진 적이 없다고 했는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것이다 그만큼 주지를 시켰는데도 아직도 과거를 들먹이며 괜찮을 거라고 단단히 믿는다 답답함을 못 이겨 나무뿌리도 밖으로 나오려는 세상 짓눌려 숨을 못 쉬겠다는 난데없는 흑백 문제까지 돌출하여 가뜩이나..

詩 2020 2020.07.02

칩룡/배 중진

칩룡/배 중진 모든 물자가 풍족한 곳에서는 힘을 못 쓰는 중간관리자이지만 부족한 곳에서는 생살여탈권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 일반 병사의 외박증을 끊어주고 불침번 시간을 정해주고 부족한 물자 보고하고 관리하고 소대장에게 일일 보고하고 가까이서 시중을 든다면 아무리 졸병이라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 선임병도 살짝 다가와 부드러운 소리 하는 곳 아첨하던 체제 그런 것을 즐기는 이병 엉덩이에 뿔이 난 송아지 북한에서 이상한 징후가 포착되고 백두혈통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낌새가 이상한 변화가 있는데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누군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뭔가 부족한 것을 활용하는 잠룡이 있다 누구일까? 복룡은! Lasdon Park 6/12/2020

詩 2020 2020.07.02

착각/배 중진

착각/배 중진 우리 모두 착각 속에 사는 현대인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고통을 잊으려 하고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미소 짓는다 바닷가에 핀 능소화 구중궁궐 속 담장에 기댄듯이 어제도 오늘도 님을 기다리며 기웃거리다 살짝 담을 넘었네 다소곳한 여인도 아름답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꾸는 네 모습이 가상 키도 하구나 오늘 너와 나의 어울림에 그동안의 외로움은 구름처럼 흘려보내고 끊임없이 성가시게 굴던 바람의 유혹도 뿌리치고 꿀벌의 으름장 앞에서도 새침함을 잃지 않았고 나비의 화려한 몸부림에도 도도함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잖는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리움을 떨구고 환각 속의 달콤한 정을 나누자꾸나 너와 나, 오붓이 *뛰어난 음악가 덕분에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분명 인류에게 해가..

詩 2020 2020.06.27

새옹지마/배 중진

새옹지마/배 중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병원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우리 의사 선생님과도 약속했다가 취소시키길 수십 번 남이 가까운 곳에서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대면하고 대화 나누는 것을 꺼리니 서로 이해하는 편인데 난국이니 조용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건은 터져 나온다 연세 드신 분이 치과에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가지런한 치아를 자랑하게 되었는데 아뿔싸, 음식을 씹을 때 뭔가 걸린다 싶어 조용히 꺼내 살펴보니 최근에 봉한 것이 떨어져 흉하기까지 한데 치과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의 요구대로 진료할 수 없다고 한다 거울 앞에 입을 벌리면 흉악망측한 모습인데 천만다행인 것은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니 감쪽같다는 것이지 날도 뜨겁고 답답하여 벗고 싶은 마음이 ..

詩 2020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