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함정/배 중진

배중진 2020. 7. 2. 02:48

함정/배 중진

 

연세가 드신 친구님이

비가 막 쏟아진 후의 길을 나섰다

건강을 위해서

언덕길을 피해

평탄한 길을 가다가

큰 나무 밑의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포장 돌출부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무사고를 자랑하며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별일이야 있겠느냐는 식이다

 

그런데 걸렸다

오래된 나무도 싫어하는 콘크리트에

오랜 경험의 노인장도 허를 찔리고 말았다

 

갈등의 세상

순탄하지만은 않은 세계에 살고 있다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평생 넘어진 적이 없다고 했는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것이다

그만큼 주지를 시켰는데도

아직도 과거를 들먹이며 괜찮을 거라고 단단히 믿는다

 

답답함을 못 이겨

나무뿌리도 밖으로 나오려는 세상

 

짓눌려 숨을 못 쉬겠다는 

난데없는 흑백 문제까지 돌출하여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질식할 것 같은 오늘날

애매한 사람만 픽픽 쓰러져간다

 

Blue Ridge Mountains, in Asheville, North Carol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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