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128

9월에는/배 중진

9월에는/배 중진 8월엔 지글거리는 하늘에 태양이 두 개 걸린 듯 땀방울도 무지하게 떨어트리더니 9월이 되니 작대기로 뜨거움을 간신히 지탱하는 모양새 들판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허수아비가 안다 혼비백산 기겁하며 도망치는 참새가 짹짹거린다 바라건대 태풍은 들이닥치지 말 것이며 폭우도 쏟아지지 않기를 코스모스의 가냘픈 몸짓으로 빨간 고추잠자리의 한가한 날갯짓으로 파란 하늘을 동경하고 높은 세상을 날고 싶다, 9월에는 Charlottetown, Prince Edward Island, Canada Anne of Green Gables Lucy Maud Montgomery 빨간 머리 앤 9/29/2016 올해는 태풍이 빈번하여 농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다가올 하이선은 엄청나다고 하니 만전..

詩 2020 2020.09.04

그리움 한 줌/배 중진

그리움 한 줌/배 중진 참외를 보았다 개똥참외와 비슷했다 반가워서 가까이 가 살피다가 어렸을 적 원두막을 지어놓은 작은 집의 참외밭에 가서 신나게 놀던 생각이 스쳤다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비바람을 막으려고 사방으로 엉성하게 엮은 것을 나무로 고였다 내렸다 한 적도 있었다 빗방울이 멈추면 멀리에서 노랗게 반짝이는 참외를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인데 쉽게 허락할 주인 양반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 그 집에도 노란 참외를 감추듯 남의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사연이 분명히 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이었지만 삼촌뻘 되는 사람이 있다 골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몸이 뒤틀려 엉금엉금하며 침을 질질 흘리는 무서운 사람이 덩치는 컸어도 괴성만 지르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기형아로 태어났거나 무슨 병인..

詩 2020 2020.09.01

인사불성/배 중진

인사불성/배 중진 검은 봉지엔 술병이 숨겨 있으리 담벼락에 의지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비스듬히 꼬꾸라져 꼼짝을 하지 않는다 구석진 주차장이었고 토요일이라 사람들은 힐끔힐끔 쳐다보곤 혀를 차며 사라진다 인간이 인사불성이 되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바쁜 척들 한다 신고를 할까 말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했겠지만 저 사람도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태어났을 테고 한 가정의 책임 있는 아빠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무척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뭔가에 불만이 잔뜩 쌓여 비탄에 젖었는가 사랑의 공든 탑이 무너졌던가 사업에 실패했는가 의지할 것이 없어 마약의 유혹에 넘어갔나 술독에 빠졌는가 죽은 듯이 잠을 자는데 급기야는 구급차가 달려오고 경찰차가 아무렇게나 주차하고 소방차가 조용했던 곳을 가득 채웠다 그..

詩 2020 2020.08.30

논개/배 중진

논개/배 중진 의연히 일어나 분한 마음을 삭이면서 칼을 휘두르지 않고 화살을 쏘지 않고도 왜장을 수장시켰구나 적장을 품었구나 삼천궁녀의 넋은 남강에도 도도하게 흘렀구나 4/9/2019 인류의 재앙이지 싶습니다. 영원히 평화의 횃불이 꺼지지 않아야 하는데 국익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그리스와 터키는 대치하고 있고 러시아에 대응하여 조성한 NATO 멤버인데도 잘못하다간 동맹끼리 싸우게 생겼으니 웃을 일이 아니더군요. 한국도 한미일 동맹 관계에서 탈퇴하는 양상이고 아마도 곧 세컨더리 제재를 받게 될 듯합니다. 독일도 피하지 못할 테고 한국은 눈엣가시처럼 행동하지 싶더군요. 시원한 주말이 되시기 바랍니다. 요사이는 누구를 믿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최대로 활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를 통찰하고 여..

詩 2020 2020.08.27

아미산/배 중진

아미산/배 중진 애미산아 애미산아 보고픈 애미산아 네가 울창해지고 나도 자라던 시절 우린 행복했었다 항상 우러러보며 꿈을 키웠던 옛날 바쁠 땐 잠시 잊었지만 가슴속엔 항상 자리 잡은 너 기쁠 땐 생각 못 했지만 슬플 땐 다독거려 주던 너 네가 있기에 내가 있는 마음의 동산 꿈엔들 잊을쏘냐 같이 뛰놀던 친구들 세상 어디를 가도 자랑스러운 마음의 고향 남들과 같이 높지는 않아도 작은 나에겐 오르기도 벅찬 너 오늘도 잊지 않고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아미산 나의 산 우리의 산 아미산아 아미산아 그리운 아미산아 어머니의 무덤이 나를 부른다 8/29/2015 보고픈 그리운 외로운 오래간만에 식물원에 갔더니 역시나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몰렸더군요. 장미가 아직도 아름답게 피었지만 꽃을 감상하기보다 넓은 초원을 거닐면서 ..

詩 2020 2020.08.21

생생한 꿈/배 중진

생생한 꿈/배 중진 그렇게 도망 다녔는데도 마침내 역병에 걸렸다 마스크를 쓰고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우스웠다 이제까지 발버둥 치며 살았던 것이 허탈했다 구순이 넘으신 가친의 안쓰러운 모습이 보였고 마을 어르신들이 마지막 얼굴을 보려고 몰려오셨다 더러운 몰골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지만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무슨 위로의 말씀을 하시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군대 친구도 있었다 1979년 이후 못 보았던 그리운 전우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아 조만간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저버리게 생겼다 조금 있으면 식이 거행된다고 했고 피라미드의 중간 즈음인 듯했다 모여드는 군중들을 뒤로하고 무릎을 꿇고 잠시 기도를 드렸다 억울한 듯 복받치며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졌지만 어깨를 들썩이며..

詩 2020 2020.08.16

등대/배 중진

등대/배 중진 뜨거운 낮 동안은 집에서 꾸물거리다 시원한 밤 동안은 뭔가를 찾아 움직인다 벌써 몇 개월째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에 창궐할 때는 검은 구름만 흘러 다녔는데 관계 당국의 지시에 따라 마스크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고 손 자주 씻으니 희망이 보이고 굳게 닫혔던 상점들이 문을 열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바람이 고요한 강가 새로 설치한 교량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막힘없이 무섭게 차량이 달리도록 허락하고 조명이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아낸다 석양의 붉은 구름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뤄 찾는 이들이 무척이나 도 많았다 곤충들이 밤을 재촉하는 노랫소리 출렁이는 강물 소리 다정한 연인들이 풀밭에 앉아 소곤거리는 소리 많은 불빛 속에서도 등대에서 돌면서 비춰..

詩 2020 2020.08.15

달맞이꽃/배 중진

달맞이꽃/배 중진 그토록 사모했던 사람은 사랑을 몰랐던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던가 만날 때마다 달콤한 말로 속삭이지 않았던가 느낌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당연한 사랑이라고 했는데 배신을 했고 배약을 했다 그 사랑 이외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야속한 사람 간절한 소망마저 내팽개쳐지고 그리움만을 간직한 채 세상에서 쫓겨난 사랑 오랜 시간이 무심하게 지나친 뒤 뒤늦은 사랑을 깨닫고 죽음의 계곡을 넘어 귀신의 골짜기를 찾아들었지만 사랑했던 사람의 그림자는 그 아무 곳에도 없고 메아리만 깔깔대며 귓청을 찢누나 아름다운 노란꽃이 달빛 받아 달빛 따라 하염없이 달만 보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최근에 기청제라는 말씀을 들었답니다. 기우제는 자주 들었는데 그런 것도 있나 살펴보니 있더군요. 입추가 지났는데도 ..

詩 2020 2020.08.13

마음의 길/배 중진

마음의 길/배 중진 예전엔 미처 몰랐던 길 파김치가 되어 간신히 오르던 길 세월은 흘러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숨기에 급급했다가 간신히 헐떡거리며 물 위로 코만 띄우던 나날 삶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사람끼리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철천지원수라도 된 듯 피해 다니는 우리 사회 음식점에 갈 수 없어 시켜다 먹고 날라다 먹고 그러다가 지나가던 길 인적이 드문 길 대학교가 많아도 조용한 도로 공항이 근처에 있는데도 침묵만 흐르는 하늘 흑곰이 나타날까 조바심 나고 사슴이 뛰쳐나올까 조심스러운데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장난이 아니라서 창문을 열고 경음악을 꺼버렸다 얼마나 많은지 뒤쫓아오는 느낌이다 구부러진 길 음침한 굴속 같은 길 자연이 살아있어 좋은 길 오가는 차 없어..

詩 2020 2020.08.12

연리지/배 중진

연리지/배 중진 무슨 인연일까 너와 나는 어떠한 관계일까 아주 오래전엔 친구였을 듯 장난도 치고 서로 어루만지기도 했겠지 어느 날 무지막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서로의 보호막이 되는듯하더니 그대로 뜻이 맞았네 서로 의지한 체 또 수십 년 몸은 부풀고 곁가지가 생기고 다툼도 따르고 몹쓸 바람이 혹독하게 몰아치던 날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운명의 날 단말마적인 비명을 남기고 옆의 가지는 쓰러지면서 우린 상실감으로 울부짖던 날 하루 이틀이 지나던 날 주검을 거두는가 싶었는데 날카로운 톱날은 우리의 밑둥치까지 싹둑 잘랐구나 우리의 연분은 아주 오래전에 시작했던 거야 연리근은 못됐을망정 연리목이었어 그렇게 사랑은 끝이 났지만 언젠가는 비익조가 되어 사랑을 승화하고 싶어 Rhinebeck, New York 8/21/..

詩 2020 20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