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마음의 길/배 중진

배중진 2020. 8. 12. 02:48

마음의 길/배 중진

 

예전엔 미처 몰랐던 길

파김치가 되어 간신히 오르던 길

 

세월은 흘러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숨기에 급급했다가

간신히 헐떡거리며

물 위로 코만 띄우던 나날

 

삶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사람끼리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철천지원수라도 된 듯 피해 다니는 우리 사회

 

음식점에 갈 수 없어

시켜다 먹고

날라다 먹고

그러다가 지나가던 길

 

인적이 드문 길

대학교가 많아도 조용한 도로

공항이 근처에 있는데도 침묵만 흐르는 하늘

 

흑곰이 나타날까 조바심 나고

사슴이 뛰쳐나올까 조심스러운데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장난이 아니라서

창문을 열고 경음악을 꺼버렸다

얼마나 많은지 뒤쫓아오는 느낌이다

 

구부러진 길

음침한 굴속 같은 길

자연이 살아있어 좋은 길

오가는 차 없어 매우 사랑하는 길

자주 이용하니 마음의 길이 되었구나

 

8/11/2019 사진 Bronx Zoo

 

Anderson Hill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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