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감쪽같이 사라진 고목/배 중진

배중진 2020. 8. 5. 11:49

감쪽같이 사라진 고목/배 중진

 

까마귀가 깍깍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항상 따스하게 맞이해주던 넉넉한 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무리도 아니리

 

아무리 뜨거워도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바람을 잡아줘

여유 있게 날개를 펼칠 수 있지 않았던가

 

옆집 베란다 추락 방지용

철책 난간에 나란히 앉아 고성을 지른다

 

이상하고 괴팍한 날씨에

젖은 날개를 말리며

다듬으면서도 아쉬운지 계속 깍깍거린다

 

있던 나무가 사라져

휑한 자리를 바라보는 인간도 허전한데

 

그곳을 자주 이용하며 휴식을 취하던 까마귀들이야

어찌 감당할 것이며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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