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길/배 중진
예전엔 미처 몰랐던 길
파김치가 되어 간신히 오르던 길
세월은 흘러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숨기에 급급했다가
간신히 헐떡거리며
물 위로 코만 띄우던 나날
삶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사람끼리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철천지원수라도 된 듯 피해 다니는 우리 사회
음식점에 갈 수 없어
시켜다 먹고
날라다 먹고
그러다가 지나가던 길
인적이 드문 길
대학교가 많아도 조용한 도로
공항이 근처에 있는데도 침묵만 흐르는 하늘
흑곰이 나타날까 조바심 나고
사슴이 뛰쳐나올까 조심스러운데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장난이 아니라서
창문을 열고 경음악을 꺼버렸다
얼마나 많은지 뒤쫓아오는 느낌이다
구부러진 길
음침한 굴속 같은 길
자연이 살아있어 좋은 길
오가는 차 없어 매우 사랑하는 길
자주 이용하니 마음의 길이 되었구나
8/11/2019 사진 Bronx Zoo
Anderson Hill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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