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꽃씨 하나/배 중진

배중진 2020. 9. 7. 01:48

꽃씨 하나/배 중진

 

우린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통하는 것이 있어

초저녁만 되면

어둠이 밀려오면

동네 어귀로 몰려나왔다

 

뚜렷한 계획도 없었고

장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지만

목표가 없고

희망도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의 자식들이었다

 

누군가 악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도

뻔히 빠져드는 것을 보아도

앞뒤 계산하지 않고

의리라 생각하여

따라 했다

 

주는 정

오는 정

모든 시련을 담았으니

사양하지 않고 주는 대로 마셨다

가슴은 터지고 세상이 야속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대로 걷어찼다

참담함의 악순환이었다

그 누구도 선도하려 하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가녀린 소녀의 힘은 엄청나게 컸고

황소같이 씩씩거리던 소년들은

사랑을 싹틔우기 시작했고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9/19/2019 Mercer Museum, PA
9/20/2019 Moravian Pottery and Tile Works,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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