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배 중진
그때만 해도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신바람이 나서 호들갑을 떨며 설쳐댔던 나날
내일, 무엇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면서
오늘, 마냥 즐거워했던 시절
그렇게 여행 일정은 짜였고
살던 곳을 떠나 자동차로 여유만만하게
서부를 향해 가면서
유명한 곳 있으면 찾아가고
소문이 자자한 곳은 빼놓지 않고
특별한 음식을 선보이면 맛보며
들릴만한 곳 들리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았고
하늘 또한 굉장히 높았다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들렸고
졸졸대는 시냇물 소리도 흥겨웠다
처음 보는 것이 많아 신이 났으며
활짝 마음을 열어 놓으니
가는 말도 곱고 오는 말도 친절했다
고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와는
즐거움을 같이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언젠가 같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여행 중에서도 가장 기대했고 흥분했던
옐로우스톤 네셔날 파크에 들어가서
태곳적 아름다움을 종일 즐기고
호텔 방으로 막 들어가는 찰나
청천벽력 같은 전화가 울렸고
비보는 전해졌다
미천한 인간이 아무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할 때
지구 저편에서는
세상에 제일로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낙상하셔
수술을 성공리에 받으시고
회복하시다가
중환자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하직하셨단다
어쩐지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즐거워했는데
하나뿐인 어머니께서는 고통을 당하시며
처절히 생과 사투를 벌이고 계셨던 것이었다
남의 이목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음을 터트렸다
긴 밤 내내 호텔 밖으로 나와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아래 섰더니
동물들의 울음소리뿐이라
두려워 그 많은 별을 우러러보지도 못했다
어머니의 별이
빛을 발하고 있겠지만
선뜻 눈에 들어오는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달을 보며 사랑을 속삭였는데
이젠 더 멀리 별을 찾아 헤매게 생겼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인생에 제일 즐거웠던 순간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아, 어머니!
주위는 온통 탄식 소리였다,
밤새도록.
© Wikimedia Commons
Wyoming: The Old Faithful Inn
Yellowstone National Park
Founded: 1904
Built in 1903-04, the Old Faithful Inn is considered the largest log structure
in the world. Its jaw-dropping, multi-story lobby features a huge stone fireplace and
rough-hewn log columns. While most of its guest rooms aren't as historic in
appearance as the hotel's origin date would suggest, there are "old house"
rooms that offer a rustic simplicity with a few modern amenities.
9/20/2011 한국 시각
9/19/2011 미국 시각
9/12/2011 추석
희희낙락
희희낙락할 때
히죽거릴 때
'詩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난 사랑/배 중진 (0) | 2020.09.15 |
---|---|
그대가 떠난 날 이후로/배 중진 (0) | 2020.09.12 |
꽃씨 하나/배 중진 (0) | 2020.09.07 |
9월에는/배 중진 (0) | 2020.09.04 |
그리움 한 줌/배 중진 (0) | 2020.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