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사랑을 잃고/배 중진

배중진 2020. 9. 20. 23:27

사랑을 잃고/배 중진

세상에 빛이 있었고 
그 빛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한 것은 당신

그 눈빛이 사랑인 것을 느낀 것은
한참 후의 일

아무렇지도 않게 품은 찬란한 빛
누구나 안고 있는 빛이라 여겼다

빛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나만을 비춰주던 광명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방황은 시작되고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가냘픈 한 가닥 생명의 빛은 또다시 비출 줄 몰랐다

눈물은 빗물이 되었고
온몸을 휘감아 감싼 채
땅을 적시며 오랫동안 흘렀다

허탈한 세상이 되어
자신만을 탓하며
어둠을 걷고 있는 뒷모습은 쓸쓸함 뿐이었다

 

Quebec, Canada 10/2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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