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공연히/배 중진

공연히/배 중진 잘 알지 못하면 나서지 말아야 하는데 봄이 왔다고 살랑거리니 엉덩이가 들썩거려 어디론가 바람과 같이 떠나고 싶어 남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죽 끓듯 하는 날씨를 어찌하겠는가 관조하면 좋은 세상 공연히 일을 만들어 불행을 엮어내니 봄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고 폭풍설이 퍼붓는다는 비보에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나쁜 소식이 계속 보도되면서 급기야는 며칠 연기하기로 했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더 험난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하여야만 했던 봄맞이 행사였고 세상사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공연히 트집 잡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씨밀레님 중년은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분홍 추억이 생각나고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에도 회색의 고독을 그릴 수 있..

詩 2017 2017.03.12

때아닌 눈/배 중진

때아닌 눈/배 중진 모두 겨울이 떠났다 했다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햇살도 눈 부셨으며 땅속에서 스멀거리는 소리 들리면서 만물이 생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온도가 펄쩍 뛰어 여름이라 느끼는 순간 모두 깔깔거리며 방심하던 순간 느닷없이 하늘을 심술궂게 까맣게 덮고 웅장하게 큰 송이가 앞을 가리며 쏟아지니 벌거벗은 땅은 속수무책으로 하얗게 질려갔다 그동안 자랐던 싹들이 노랗게 변해가며 빠끔히 눈 속에서 눈치를 보고 있고 훌쩍 자란 것들은 간신히 숨 고르기를 하며 가벼운 바람에도 벌벌 떨고 있다 당분간 한겨울 못지않은 추위가 엄습한다니까 후회의 눈물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달콤한 분위기에 또 속았다고 했다 뒤통수가 아플 만도 했다 2017.03.11 23:46 3/10/2017 눈 3/11/2017 영하 1..

詩 2017 2017.03.11

봄날/배 중진

봄날/배 중진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 삶의 터전으로 떠나 나란히 짜 맞춘 거리에는 한산하기만 한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 즈음에는 매연 뿜는 노란 버스가 아무 곳에나 멋대로 멈춰 산만한 아이들을 뱉어내기 시작하며 활기를 띠고 차들이 빠져나간 곳으로 하나씩 들어차는 차량을 보노라면 경주말이 출발선에 들어오는 착각이 들어 신호가 떨어지면 무한한 질주가 시작되리 한 가족 모여 그동안 미뤘던 사랑의 이야기 꽃피우리 구름이 머흘던 하늘도 석양의 빛에 압도당했는지 쩍 갈라 화려함을 더해주니 열린 공간으로 까마귀 떼가 하늘을 덮는다 저 미물도 갈 곳을 알아 아침에 떠났던 곳을 다시 찾았고 어제와 같이 순서를 기다리다 일었던 먼지가 가라앉듯 어둠이 엄습하듯 무거운 침묵만이 흐른다 저렇게 날마다 기나긴..

詩 2017 2017.03.09

봄바람/배 중진

봄바람/배 중진 때아닌 봄바람이 살랑살랑 어두운 곳에도 찾아와 두껍게 걸친 옷을 하나씩 벗겨내 약간 당황은 하면서도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싫지 않아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니 오래간만이어서인지는 모르되 서로가 떨고 있었으며 풋풋한 냄새까지 더하는데 열정을 태운 것은 잠깐이었고 아지랑이같이 사라져 그리움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하면서 온다간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사라진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그 이후 몸살이 나고 재채기를 연신 하며 구석마다 찾아다니느라 맑은 콧물은 눈물같이 쏟아졌으며 정신은 안개 속을 헤매듯 혼미하고 얼마나 부르짖었는지 목소리까지 변하였어도 갈망하는 봄은 보이지 않아 처음 만났던 해맑은 사람이 아닌 몰골로 세상이 두려워 어두운 곳에 처박혀 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남들은 실성한 사..

詩 2017 2017.03.04

자유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배 중진

자유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배 중진 노랗고 약한 싹이 그 엄청난 땅을 뚫고 삐쭉 세상을 바라보았다 탄탄치 않은 삶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자유를 동경하고 자유를 의지할 곳이란 없는 척박한 땅이었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은 자자손손 이어져 오는 자유의 소중함을 알기에 두 손 하늘 높이 번쩍 쳐들고 힘껏 소리쳤다 세상은 깜짝 놀랐고 봄바람은 불고 있었으나 끝내 갈망하는 봄은 오직 않았고 시련과 고통은 있었지만 아예, 독립에 대한 의지는 싹둑 자르지는 못했다 혹한에도 땅속으론 물이 흐르듯 자유의 흐름은 그 어느 곳을 불문하고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때를 기다릴 뿐이다 오솔길2017.03.02 06:00 배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

詩 2017 2017.03.01

춘몽/배 중진

춘몽/배 중진 그 혹한 견디면서 봄을 기다렸던 심정 남들은 모질게도 잘 버팅긴다고 칭찬이 자자했던 순간도 잠시 그 봄을 맞이하기도 전에 부푼 꿈 피워보기도 전에 뎅겅뎅겅 톱질 당하여 항상 그늘이라 생각되는 곳에 너부죽이 죽어있구나 아름드리가 되기까지의 그 길었던 시간 모든 슬픔과 기쁨 같이 나누면서 때론 방패가 되고 시원함을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위험하여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싹둑 자르는 그 잔인한 심사 제발, 그 뿌리만은 통째로 뽑지 말아달라 애원하며 눈물 흘리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버틴다고 버팅긴다고 버틴다고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아름드리가 되기까지의 그 길었던 시간 댕강댕강, 뎅강뎅강 댕강댕강 뎅겅뎅겅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노력했..

詩 2017 2017.02.26

영화 같은 이야기/배 중진

영화 같은 이야기/배 중진 괜찮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어 시간 맞추느라 여유가 많은 사람이 점심을 허겁지겁 간단하게 때우고 달려가 장탄식을 하며 3D로 눈앞에 걸리는 것을 손가락으로 튕겨도 보고 눈과 눈 사이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느라 움찔하면서 이리저리 진지하게 장면을 쫓기도 했는데 대충 때운 점심은 그렇다 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늦게 맞이한 저녁은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안으로 부리나케 깊숙이 넘겼더니 늦도록 밤이 괴롭고 시달리면서 왜 우리 인간은 파리나 모기와 같이 작지 않게 태어나 먹어도 돼지같이 많이 먹어야 하고 없는데도 채워야 하고 부질없이 산과 강을 개발이란 미명아래 파헤치고 막아야 하는가 생각에 이르렀으며 식사도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맛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손이 크니..

詩 2017 2017.02.24

떨어진 베고니아 꽃/배 중진

떨어진 베고니아 꽃/배 중진 베고니아 꽃이 필 때는 잘 몰랐다가도 꽃이 떨어지고 나서야 아쉬움을 달래는 이 마음 너무 염치없어라 긴 장대 끝에 작은 꽃들이 몰려 피어나더니 저들은 멀리 떨어져 나가길 원하고 바람 불 때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그런 마음이었겠지 실낱같은 끝에 갑자기 세 개의 방향이지만 하나의 잎으로 싸맸고 그리곤 그 속에 단단한 씨앗은 숨어 있지만 보이며 또 팔랑개비 날개가 두 개 보이고 그 끝에 세 개의 노란 꽃이 존재를 알린다 작으면서도 오묘하고 절차가 꽤 복잡하며 가냘프고 하얀색이라 잘 보이지 않으니 길게 낚싯대를 세우고 끝에 사랑의 찌를 달아 좋아하는 사람이 걸려들길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세월만 흘러 결국은 혼자 시들어 간 베고니아 꽃 이름 속..

詩 2017 2017.02.24

메아리/배 중진

메아리/배 중진 높은 설산이 명상에 잠기니 출렁이던 호수도 덩달아 차분한 모습입니다 돌덩이같이 묵직한 마음 내려놓으니 온 천하를 사랑의 빛으로 은은히 감싸는듯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무슨 문제가 심란케 하였는지 가슴을 마구 뛰게 했는지 흔들림 없는 산에게 물으니 한점 바람 없는 밝은 하늘이 따스한 미소 지으며 맑은 호수같이 좀 더 깊이 잠기어 보란다 오솔길2017.02.21 08:35 배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다 성경책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로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이에 가라사대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마태복음 22장 21절 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주님의 은혜 가득한 나날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욥을 읽..

詩 2017 2017.02.21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이 시원하게 크니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남에게 들키는 것도 적지 않고 말귀 알아들을 때 짓궂은 동네 청년들이 눈깔방맹이나 황소눈깔이라고 놀렸음을 기억하고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 적도 없지만 날조되어 더욱 웃음거리를 만들었던 왕눈이 싫었던 것은 사실 성장하면서 눈 때문에 남들에게 도움받은 적은 없지만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좋다는 생각이고 미국에서의 삶이 한국에서보다 긴 지금 역시 커야 덜 차별과 서러움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미치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적대감을 표출해 두렵게 하지 않고 만족감을 얻으며 웃으면서 헤어져 너그럽게 아량을 베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선하게 보이는 눈이 싫지 않고 무탈하게 건강하여 영원히 똑바른 세상을 볼 수 ..

詩 2017 201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