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참, 그리운 친구/배 중진

참, 그리운 친구/배 중진 밝고 천진난만 친구를 처음 본 것이 초등학교 시절 누군지도 몰랐으며 나이도 모르고 잘생겼다는 첫인상만 남아 있고 우리 동네에 들어왔기에 알고 싶어도 그땐 용기가 없어 말도 나누지 못했지만 장래의 벗이 누구네 마당에서 놀고 있었기에 그 집의 친척이라는 것만 알았고 흘낏 지나쳤으며 그렇게 세월은 흘러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중학교 2학년 말 며칠 있으면 삼학년이 되는 시점 우리 마을로 이사 왔는지도 몰랐는데 우리 반을 기웃거리기에 어찌 난로를 지필까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지 우린 통학생이기에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동급생들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등교했기에 솔방울 타오고 조개탄 배급받는 일을 우리 반은 통학생이 많아서 같이 했지만 친구는 혼자고 처음..

詩 2017 2017.04.01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배 중진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배 중진 모처럼 좋은 날씨이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시간이고 청춘이요 젊음이 몸부림치는 계절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옛날에 테니스 하던 곳을 둘러본다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한데도 발길은 그곳을 향하며 추억을 더듬는다 푸르름이 가득하고 온화한 기온이요 봄바람도 강하지 않아 운동하기에는 더 좋을 수가 없는 분위기 날씨는 전과 다름이 없는데 그리운 친구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지랑이 속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일단 테니스코트에 들어서면 만나는 사람마다 다 아는 사람이었고 뛰며 땀을 뻘뻘 흘려도 즐거워했고 공을 쫓느라 헉헉거려도 기쁘기만 했는데 사랑했던 그 날들은 사라지고 조용하기만 했으며 좋아했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지금 살아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중에서도 ..

詩 2017 2017.03.29

삶과 죽음의 선택/배 중진

삶과 죽음의 선택/배 중진 멀리 높은 설산으로 둘러싸이고 깊고 푸른 깨끗한 바다가 출렁거리나 외딴집에서의 삶이란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데 닭장 속의 많은 닭 중에서 한 마리를 골라 식탁에 올려야 하는 상황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알래스카 여인의 고민이 심각하다 살기 위해 가축을 죽여야 하는데 가장 나이 먹은 것을 고르기란 쉽지 않았으며 그중 발목이 굵은 것을 골라 미안함을 표시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최종 고른 것은 다른 것이었고 붙잡힌 것은 잠시 후의 운명을 알지도 못하면서 몇 번 몸부림치다가 주인이 쓰다듬어 주니 눈망울만 멀뚱거렸고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괴로워 천으로 덮은 후 도끼로 목을 후려치니 푸드덕거리다 늘어졌고 머리 없는 닭을 거꾸로 들고 있자 피가 콸콸 쏟아진다 어려서 어르신들이 닭의 모가..

詩 2017 2017.03.28

멋대로인 방패연/배 중진

멋대로인 방패연/배 중진 어린아이는 자랑을 띄워 양지바른 마루에 앉아 계실 엄마에게 솔개같이 높게 떠오른 의젓한 방패연을 보여드리고 싶었을 뿐이었고 얼은 손을 호호 불며 남의 산소 옆에 몸을 숨겨 목을 움츠리고 말을 잘 듣지 않는 방패연을 길들이느라 연줄을 늘였다 댕겼다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지만 삭풍까지도 멋대로 불어 대책 없이 까불거리는 방패연을 점점 더 큰 둥구나무 근처로 몰아가고 있더군요 필사적으로 잡아당겼지만 능글맞게 히죽거리는 잔가지에 그만 목줄이 단단히 걸려 닭 쫓던 개의 신세가 되어 얼레만 달랑 들고 터덜터덜 대문을 들어서니 엄마는 다 아셨다는 투로 찐 고구마와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를 내어놓으시며 상실로 허한 마음 가라앉히고 실타래같이 얽힌 가슴 시원하게 풀라 하시더군요 웃을 수도 없는 꾀..

詩 2017 2017.03.25

봄바람/배 중진

봄바람/배 중진 봄기운은 몸속에서 스멀거리기 시작하는데 어제보다 턱도 없이 기온은 뚝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들이 불쌍하게도 미친 듯이 몸부림쳐 겨울 못지않은 혹한이 밀어닥치리라 예감하면서도 몸은 근질거려 밖으로 나가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도 찬바람에 고개는 자라목처럼 쑥 들어가니 당분간은 봄을 기다리지 말자 다짐을 해본다 아예 기를 꺾으면 문제가 없지만 기가 꿋꿋하게 살아 눈치 보다가 나온 저 찢어진 눈들 세상은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작년에 그만큼 속았으면 자중할 만도 한데 봄바람의 유혹엔 당할 재간이 없는가 보다 그래도 쌓인 눈더미에선 그칠 줄 모르고 이별의 눈물이 흥건하게 흘러나온다 질퍽질퍽하게 昔暗 조헌섭2017.03.24 09:21 또 한 주를 마무리해야 하는 금쪽같은 금요일이..

詩 2017 2017.03.23

베고니아의 설움/배 중진

베고니아의 설움/배 중진 아침마다 기도드렸으리 고요를 깨고 발걸음 소리만 들리면 오늘은 제발 하고 간절히 소원하였으리 꽃이 핀 것은 못 보고 꽃이 떨어져서야 보았으니 얼마나 원망했을까 참, 둔한 사람 향기가 없음을 한탄하며 언제나 피는 것이 아닐진대 저렇게 무관심해서야 발이 달려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으면 싶은데 아, 운명이여! 어찌 일 년을 또 기다릴 거나? 이쁜선이2017.03.22 08:44 안녕 하세요? 조금 쌀쌀한 아침 입니다 행운은 행복을 끌고 다니고 불운은 불행을 끌고 다닌다고 합니다. 행운과 불운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좋은 날 하고 외치면서 활기차고 행운이 넘치는 좋은 하루를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_^ '꽃보다 더 예쁜 꽃은..

詩 2017 2017.03.22

광란의 삼월/배 중진

광란의 삼월/배 중진 죄라면 사랑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팀인데 좋아했기 때문에 패자에게 떨어지는 형벌을 받는다 고통스럽고 하루가 지루하게 길며 매우 어둡다 그렇게 믿었는데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열심히 뛰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으며 심판도 불공정했고 선수들 간에 믿음이 사라졌지 싶다 항상 이길 수만은 없겠지만 상대방을 얕보지 않았나 자책도 하고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나 의심도 해본다 아직도 경기는 진행 중이나 더는 관심이 없으며 누가 챔피언이 된다 하여도 별 흥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광란의 삼월 올해의 대학농구 챔피언전은 끝이 났고 나의 팀이 내년엔 부활하길 학수고대한다 이쁜선이2017.03.20 22:13 소중한 벗님 잘 지내셨어요? 봄이 우리곁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 입니다 2박3일간 서울 나..

詩 2017 2017.03.20

해빙 분위기/배 중진

해빙 분위기/배 중진 하늘은 높고 맑아 구름 한 점 찾아보기 어렵고 너와 나 사이 지고지순한 사랑 한 점 의혹 살 일이 없는데 어느 순간 먹구름은 밀려오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폭설은 거칠 것 없이 쏟아져 모든 교통을 방해하듯 때아닌 걱정에 휩싸여 별일 없으리라 가볍게 여겼더니 화를 키워 소통 두절이 되었네 힘이 넘치면 단번에 해치울 흰 눈이지만 봄기운이 감도니 저절로 풀리겠지 싶고 사랑이 넘치면 우악스럽게 품 안에 품던가 그윽한 매화 향기에 자연스럽게 젖어보는 것도 방법이겠지 봄이니까 튤립을 많이 보고 왔답니다. 필라델피아 꽃 전시회의 주제가 네덜란드였기에 스피드 스케이트, 자전거, 튤립, 그리고 풍차 등이 대세였지요.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봄이 도래했는데 당분간은 춥다는 예보랍니다. 환절기 ..

詩 2017 2017.03.20

그래도 봄은 찾아오고/배 중진

그래도 봄은 찾아오고/배 중진 봄바람이 살짝 깃든 목련이 부스스 떠니 로빈(robin)이 죽을상을 하고 동정 어린 눈빛으로 움츠려 앉아있고 서쪽으로 시름시름 넘어가던 반달도 햇볕을 쬐며 원기를 회복하는데 꽁꽁 언 연못가에서 밤을 지새운 오리와 캐나다 구스(Canada goose)는 아침인데도 배가 부른지 그늘을 찾아 몸을 숨기니 춥다고 엄살을 부릴 이유가 없고 앙상한 가지와 흰 눈으로 덮인 곳을 카디널(cardinal)이 밝은 소리를 내며 먹을 것을 찾으니 참새가 날아와 훼방을 놓지만 새들의 목소리는 경괘하고 봄이 온다고 즐거워하여 듣는이가 덩달아 봄기운을 느끼네 일찍 핀 수선화는 엉망이 되었어도 똘똘 뭉친 봉오리는 생기발랄하여 덮인 눈을 헤치고 솟아 나와 조만간 그윽한 봄 향기를 뿜으리 복담2017.0..

詩 2017 2017.03.18

폭풍설/배 중진

폭풍설/배 중진 비록 며칠 살기등등한 추위였지만 제법 봄기운이 완연하여 그동안 숨었던 자연의 신비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난데없이 폭풍설이 도래한다고 호들갑이고 공급이 달릴까 봐 난리를 치면서 사재기하느라 극성이다 TV를 시청하지 않으면 춥다 생각이 들면서도 하늘은 파랗고 바람마저 불지 않아 무서운 정적만이 감돌뿐이요 날씨는 모든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좋기만 했고 긴가민가 전문가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으나 저 멀리에서 무섭게 달려와도 피부론 지루하게 느끼는 하루였는데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는 자정이 훨씬 넘었어도 가로등만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싱겁다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 흰 눈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꿈을 꾸련다 강성우2017.03.15 06:36 안녕하세요 오늘 수요일도 웃는..

詩 2017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