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 180

연리지/배 중진

연리지/배 중진 도도한 목련도 외로움을 타는가 곧게 뻗어가던 가지가 이웃에 의지하는가 싶더니 바짝 배를 맞추고 살기를 몇 해 살다 보니 눈을 돌려보니 더 아름다운 것을 발견했는지 서서히 마음을 떠나 곁에 있는 가지와 사랑을 속삭이다 몸이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그쪽으로 붙었네 동네가 민망하여 전에 살던 가지를 떨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이렇게 가다가 저렇게 휘어졌는데 그래도 곧은체하며 뻔뻔했고 가운데 섰으나 불만이 없는 것은 세상에 없고 보통은 보듬고 감싸고 매사 감사하고 부족해도 만족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지 더 높은 곳을 올려다봤자 거기서 거기임을 왜 몰랐으며 봄이 돼야 한 번이라도 더 눈여겨보고 아름답다 하지 않겠나 연리지 連理枝 1.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

詩 2017 2017.02.04

홍시/배 중진

홍시/배 중진 일찍이 됨됨이가 귀한 줄 알아 꽃이 피자마자 더욱 눈여겨보았으며 비가 쏟아진 후 막 달려가 떨어져 상심한 것을 애지중지 주워 모아 실로 아픔을 꿰매기도 했고 그토록 모진 바람에도 견디며 건실하게 자란 모습이 대견하고 주위의 알록달록한 잎과 어울려 불그스름하게 홍조를 띤 모습은 자나 깨나 잊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자초지종 말도 하지 않고 떠나야 한다고 우긴다 그토록 정성을 다했건만 내 사랑이 아니었다 느꼈을 때의 심정이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생채기를 내고 싶어도 언감생심 내 몸같이 여겼거늘 그렇게 해서야 쓰겠나 고이 보내주는 이 마음 조금만치라도 알아주면 달콤한 맛이겠네 오솔길2017.02.04 07:44 배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

詩 2017 2017.02.04

뜻있는 곳에/배 중진

뜻있는 곳에/배 중진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있는 자가 없는 자를 항상 업신여겼다 인간으로 보지도 않는다 종이나 노예로 막 부렸다 고분고분 따르면 그런 흐름은 끝없이 계속된다 용기 있는 자가 나서야 한다 습관처럼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아무리 외롭고 두렵더라도 일어서야 한다 애초부터 길은 없었고 험한 길을 다듬으면 모두 평등하게 잘 다닐 수 있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엔 항상 길이 열리게 되어있다 시간이 좀 걸려도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 뭘 쓰려고 했는지 기억이 전혀 없고 막막하기만 하네요. 살짝 메모라도 해 놓을걸. 나중에 생각이 나면 글을 완성하여야겠습니다. 완성 오늘 생각난 것으로 갖다 붙임. 5/5/2020 그리움만 남..

詩 2017 2017.02.04

똥개/배 중진

똥개/배 중진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크게 짖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집 앞을 매일 올라다니는 녀석이 만만하게 보여 공연히 시비 걸고 업신여기며 깔보기까지 했었는데 언젠가는 뭔가 수틀려 홧김에 이래라저래라 했고 말이 떨어지면 득달같이 고분고분 듣는 것이 아닌듯하여 손을 좀 보려고 했더니 다짜고짜로 대드는 것이 아닌가 화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도저히 방관할 수 없어 어둠 속으로 밀어붙이고 손을 보는데 엉겁결에 보이지 않던 주먹이 날아와 눈퉁이를 맞추니 초저녁인데도 별이 확 퍼지듯 얼얼하고 캄캄하기도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싸움을 중도에서 그만둬야 했는데 운 좋게도 그 녀석은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여 천만다행이었지만 다음 날부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무서운 녀석으로 보였고 그 이후로는 만만한 상대..

詩 2017 2017.02.02

세상에 이런 일이/배 중진

세상에 이런 일이/배 중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그랬다 비가 굉장히 퍼붓는 새벽에 들이닥친 건장한 두 남자 하나는 다리가 부러졌고 의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술을 베풀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길을 묻기에 저쪽으로 간다면 된다고 했는데 뒤미처 그들을 쫓는 병사들에게 체포됐고 청천벽력같이 공범으로 몰리면서 포퓰리즘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아름다운 Key West, Florida로 유배되어 난공불락 요새인 성에 갇히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기에 탈출하려고만 애를 썼으며 목숨을 걸기도 했으나 천행으로 살아났고 Yellow fever가 창궐하여 건장한 장정들은 쓰러져갔으며 유일하게 의술을 지니고 있어 죄인으로 병사들과 죄수들의 병을 막아내다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하여 사선을 넘나들기도 했는데 ..

詩 2017 2017.02.02

쌓인 감정의 골/배 중진

쌓인 감정의 골/배 중진 생각지도 않은 눈이 막 쏟아진다 얼마나 감정이 쌓였으면 저렇게도 퍼부을까 또박또박 쌓인 눈 위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짓밟아 나아가니 철퍼덕철퍼덕 거친 들판의 지친 말발굽 소리처럼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맞받아치고 또바닥 또바닥 여운을 날리며 길게 한이 맺힌 완행열차가 내달리듯 남긴 흔적 움푹 파인 상처 끝 모를 어둠은 다가와 엄숙히 감싸 안고 사정 볼 것 없는 눈발은 모든 것을 포근하게 덮는다 昔暗 조헌섭2017.02.01 07:55 1월 한 달도 신정 구정 쉬고 나니 어느덧 2월~~~ 쌀쌀하던 어제와 달리 대구의 오늘 아침에는 포근하네요.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만 하려 할 뿐 상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듯, 그래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점점 벽이 두터워지는 것은 아닐는지!..

詩 2017 2017.02.01

찰라/배 중진

찰라/배 중진 추운 아침에 창밖을 잠깐 응시하니 벌어지는 차량 행렬 누군지는 모르지만 경찰차 호위 아래 영구차를 앞세우고 깜박이등을 켜고 천천히 길게 따라가는 슬픈 차량 그래도 품위 있게 살았던 사람인가 보다 춥지만 밝은 햇살이 비춰 호상이지 싶고 남의 일이지만 잠시 삶과 죽음에 관하여 생각도 했는데 일부러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눈을 돌리면서 생긴 일이니 무심하게 흐르는 것은 삶과 죽음뿐만이 아니리 昔暗 조헌섭2017.01.31 07:24 설 연휴 잘 지내셨지요. 저도 부산, 합천으로 좋은 추억 남기고 일상의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흔히 생각하기를 모든 환경이 안정되어 평안하고 풍족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오히려 나태한 청어들이 천적인 숭어에게 잡혀 먹히듯이 편안한 생활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어 파멸로..

詩 2017 2017.01.31

커피/배 중진

커피/배 중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갈증과 공복을 해결하기 위해 커피를 끓인다 물을 percolator에 적당히 넣고 커피 가루 몇 숟가락 골고루 편 다음 건강과 맛에 도움이 된다는 계핏가루 뿌리고 십분 즈음 기다리면 되는데 한 번은 가느다란 전기선이 폭발하여 가슴을 철렁하게 했고 두 번째도 역시 선이 불타는 장면을 목격했고 세 번째는 수증기 뿜는 대신 밑바닥으로 물이 흘러나와 더 큰 문제 발생하기 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갈고 보니 수명이 오 년, 이 년 그리고 일 년으로 줄어들어 안타까웠지만 그렇다고 커피를 끊을 수도 없어 고민이고 방치할 수도 없기에 전류 흐르는 커피포트가 항상 불안했으며 믿을 수가 없게 속을 바글바글 끓여 옆에서 아우성치는 동안 무료하게 그 속을 들여다보다가 언제부터인가 따라 걷..

詩 2017 2017.01.29

볼품없는 고목/배 중진

볼품없는 고목/배 중진 집 뒤에 경사가 급한 산이 쏟아질 듯 서 있고 높은 나무를 원하지 않는지는 몰라도 가슴높이로 자른 굵은 나무는 속이 통통 비어있고 껍질이 병들어 약해지고 구멍이 숭숭 뚫렸어도 할 일은 하는가 보다 자른 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 제법 잔가지를 많이 뻗었는데 빈 곳 어디에 실같이 가는 관이 있어 갈증에 허덕이는 잎들에게 영양제를 공급하나 신기하기도 하고 삶이 극적이기도 한데 거기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열매까지 맺으니 조건부터 맞지 않으면 불평불만이 많은 인간은 손사래를 치고 터 잡기를 거절했을 텐데 너무나 정반대라 지나가면서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인생을 배워나간다 알 수 없는 사용자2017.01.26 15:05 행복한 설날이 우리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올 설은 희망과 용기를 주..

詩 2017 2017.01.26

치악산/배 중진

치악산/배 중진 시절이 하 수상하던 1980년 치악산으로 관광객과 고시 준비생이 아닌 중년 남자가 들어온 것이 이상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승진 시험을 치르기 위해 순경이 방을 얻어 고시생들을 감시한다 방마다 상을 따로 차려 주기에 같이 식사를 하지 않았지만 옆방에 기거하고 있어 숨소리를 제외하곤 무엇을 하는지 거의 다 들을 수 있었는데 따분한 여름날 오후 가만히 있어도 비지땀이 삐져나오는 시간 날개 없는 똥파리도 무료했던가 어떻게 알았는지 목매달아 죽은 여인을 보러 가자고 호기심을 돋운다 모골이 송연했지만, 어느 순간 그를 따라나섰고 산골짜기 야영객들은 간밤의 비로 물이 불어났어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왁자지껄했고 옆에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모르고 있었으며 높고 많은 나무와 숲으로 가려져 아무도 찾지..

詩 2017 201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