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267

친한 친구였는데/배 중진

친한 친구였는데/배 중진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연락선이 두절되었지만 초등학교 동기이자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논산 훈련소까지 같이 가 같은 내무반에서 훈련을 받았던 친구가 하루는 막연하게 뭘 할까 망설이고 있던 차 점심이나 같이하자고 친구 통해 물어물어 집으로 어렵게 전화 걸어와 속리산으로 갈까 신탄진으로 향할까 고민하다 신탄진으로 결정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한국에 가면 이 친구는 꼭 만나보고 싶다고 작정했던 친우를 들먹이며 이제껏 생각해왔던 친구의 행동이 아닌 건방지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며 선후배도 없다 하여 절대 그런 친구가 아닌데 고개를 갸웃했더니 인과응보라도 되는 듯 고소하다는 투로 큰 사업을 벌여 억만장자가 되려는 당찬 포부를 앞세워 호기를 부리다 쫄딱 망했다는 비보를 전해 줘 농담으로 한..

詩 2015 2015.11.15

아쉬운 가을/배 중진

아쉬운 가을/배 중진 국화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가을을 마감하곤 했는데 올핸 너무 오랜 여행으로 몸이 지쳐있는 상태라 빼먹을 수밖에 없었고 시간적으로도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영 뒤끝이 깨끗하지 않고 빠진 듯이 허전하여 일부러 식물원을 찾았으나 그 어느 곳에서도 국화가 보이지 않아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집에 와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검색해보니 외진 곳에서 전시하고 있어 재차 방문하여 국화를 보긴 했는데 예년보다 규모가 너무 작았고 하얀 대국은 보이지도 않았으며 경황이 없어 국화 향기도 맡지 못하고 주최 측의 소홀함인지는 몰라도 아직 피지도 않은 것들이 대세를 이뤄 허술하게 가을을 떠나 보내기가 뭣하여 전에 담은 사진을 들여다보나 실물로 보았던 기분을 어찌 대체할 수 있으랴 11/13/2013 L..

詩 2015 2015.11.14

은행나무 때문에/배 중진

은행나무 때문에/배 중진 명자꽃이 밝게 피고 튤립이 소담하게 웃고 민들레가 길을 막고 목련이 우아한 모습을 보일 때 높은 나무에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던 은행나무 꽃 저것이 꽃인가 아니면 포도송이인가 꽃이 피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부채모양 잎이 살짝 수줍게 가려주기 때문이리라 산책하러 나가다 만나는 은행나무는 한국에서부터 알던 나무임과 동시에 외할머니의 사랑이 깃든 은행이 생각났기에 반갑기도 하고 고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평소에는 몇 개 열리지도 않아 항상 지나다니면서도 안타깝고 부실했는데 웬일인지 금년에는 은행이 굉장히 많이 달려 눈을 씻고 올려다보길 수십 차례 한국에 가서 여행을 많이 다녀 올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반으로 줄어들었는데 하필이면 그렇게 좋아하던 은행이 길목을 막을 ..

詩 2015 2015.11.14

초겨울을 맞이하며/배 중진

초겨울을 맞이하며/배 중진 밤새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는 겨울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그것도 모자라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대낮에도 식식거리니 겨울은 참을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가지는 움츠리며 달달 떨고 사방으로 날려 흩어지는 단풍들 비록 쫓겨가며 맥없이 떨어지지만 그렇게 슬퍼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재잘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무엔 뿌리 깊은 내일이 있고 지금은 발가벗어 안쓰럽지만 적나라한 모습이 좋습니다 숨김없어 좋습니다 나무에겐 yellowday2015.11.14 02:09 나이야가라의 거대한 물결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이 곳도 단풍이 낙엽되어 떨어지고 있답니다. 무심한 세월입니다! 오솔길2015.11.16 07:31 배중진님~안녕하세요~ 곱고 순수한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우리는 항상..

詩 2015 2015.11.14

늦은 시간에 날아가는 까마귀 떼/배 중진

늦은 시간에 날아가는 까마귀 떼/배 중진 이 늦은 저녁에 웬일일까 난데없이 긴가민가 까마귀 소리가 들려와 괴이한 생각이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숙소 쪽에서 날아와 반대 방향인 동쪽을 향하여 까마득하게 떠서 수백 마리가 일사불란하게 한 마리의 목소리에 맞춰 응집된 채로 날아가는데 다급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저 많은 것들이 편히 쉴 곳을 서둘러 찾아야 할 텐데 하는 우려와 함께 다른 집단과 잠자리 다툼이 있었던가 아니면 술 취한 사람의 무모한 행위에 일단 솟아올랐는지는 모르되 큰 문제가 아니길 빌면서 먹구름으로 뒤덮인 밤하늘을 응시하네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는 날에 파리에서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져 무려 153명의 삶을 앗아갔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떤 집단은 피의 복수를 저지르..

詩 2015 2015.11.13

비 오는 날/배 중진

비 오는 날/배 중진 비 오는 날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도 서러운 판에 밟혀서는 더욱 안 되겠기에 낙엽을 피해 걸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갈팡질팡 쉽지 않았고 혹여 밟았어도 미끄럽지는 않았으나 떨어진 자국이 검붉은 핏빛인데 단풍으로 화려해 눈이 부시더니 낙엽으로 변하여 땅이 어지럽고 이래저래 혼란한 삶이 씻겨가네 yellowday2015.11.13 09:16 여기도 지금 비가 오고 있답니다. 그동안에 못내린 비가 보상이라도 하듯 가을비가 자주 내립니다. 불변의흙님 댓글 8 흔적.8 귤이 있다 없어진 자리에는 향긋한 귤 냄새가 남고 새가 놀다 간 자리에는 지저분한 새털이 남는다. 사랑이 있다 간 자리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남고 욕심이 설치다 간 자리에는 안타까운 후회가 남는다 우주의주인공님 댓글 감동적인 사..

詩 2015 2015.11.13

그리움/배 중진

그리움/배 중진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나무와 낙엽 벌써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삶을 회상하네 저 높이 내가 살았던 곳 저 잎이 이곳에 있었는데 쌀쌀한 바람만 무심하게 가로지르네 미국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누가 말하면 나는 당신을 더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식구들이 많습니다. 농담 겸 진담이며 상투적으로 그렇게들 답을 하는데 시를 음미하면서 애절함이 깃들어 침묵게 하지만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음을 알기에 매사 만족하며 살 수는 없지 싶기도 합니다. 멋진 11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불변의 흙2015.11.12 05:55 - 조심.- 고양이의 발톱을 조심해야 하고 개의 이빨을 조심해야 한다. 고슴도치의 가시를 조심해야 하고 스컹크의 엉덩이를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자존심을 조심해야 한..

詩 2015 2015.11.12

초등학교 친구들/배 중진

초등학교 친구들/배 중진 교실에서나 운동장에서 천진난만한 모습과 해맑은 웃음은 우리를 무럭무럭 성장하게 했으나 세상을 알면서 근심·걱정은 술·담배를 찾게 하고 설상가상으로 끊지도 못하게 했으며 결국은 주름살로 세월을 기록하고 병마에 시달리며 어려운 발걸음으로 어딘지도 모르고 오늘도 가고 있지 않은가, 친구여! 그러다가도 어렸을 적 친구를 만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어리광도 부려보고 그 이후 있었던 일들을 고자질하듯 그릇된 세상을 나무라면서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하며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 그날과 똑같이 뛰놀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즐겁고 감개무량하지 않은가 그 당시의 친구여! 그 옛날의 초등학교 친구여! yellowday2015.11.12 04:04 줄다리..

詩 2015 2015.11.11

나목/배 중진

나목/배 중진 나날이 나무는 나목으로 변하고 나뭇잎은 나뒹굴며 나그네에게 나긋나긋 속삭이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감출 것이 없고 자연 앞에 겸허한 자세로 솔직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일 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수수한 자태에 수줍은 모습으로 수묵화가 되어 수호천사인 양 수이(쉽게) 가지 말라 하네 yellowday2015.11.08 05:25 나이야가라를 보고싶어집니다. 무지개를 보았으니 좋은 일도 생길것 같고요~~~ㅎ 불변의 흙2015.11.08 06:15 - 변명 -. 한 사나이가 길을 가다 길바닥에 튀어나온 돌멩이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같이 가던 사나이가 말했다. “괜찮아, 실수란 누구나 하는 법이니까.” 이튿날, 사나이는 그 길을 가다 또 그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다. 같이 가던 사나이..

詩 2015 2015.11.08

단풍과 첫눈/배 중진

단풍과 첫눈/배 중진 단풍 구경하러 나왔는데 첫눈이 내리고 있어 탄성은 같아도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이었지만 관광버스는 줄기차게 달리고 있었고 눈발도 그칠 기세는 아니었으며 아름다운 단풍이 가끔 나타나고 햇볕이 내리쬐면 그쪽으로 우 몰렸다가도 눈이 쌓인 곳이 있으면 그것마저 놓칠세라 우왕좌왕했는데 한국에서 오신 분들에겐 모든 것이 신기했을 테고 같은 길을 또 가는 사람은 시큰둥하면서도 뭔가를 찾아보려고, 몰랐던 것을 더 알려고 눈을 굴리니 단풍 여행하면서 채색된 마음에 기대하지 않았던 흰 눈으로 덧칠하면서 잊지 못할 아름다움 켜켜이 쌓여 영원토록 보존하리라 10/18/2015 첫눈 yellowday2015.11.07 06:40 뉴욕엔 벌써 첫눈이 내렸군요~ 빠르기도 합니다. 맨아래 사진 너무 멋집니..

詩 2015 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