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267

별이 보이던 순간/배 중진

별이 보이던 순간/배 중진 난 그 애를 너무 얕잡아 보았어 생긴 것이 누추해 깐이 보았고 우리 집 앞을 지나치기에 똥개같이 으르렁거렸어 무슨 일로 다투게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동네 형들이 싸움을 부추기고 재미있어해 깜깜한 밤중에 우린 엉겨 붙어 실랑이를 벌였는데 어떻게 날아왔는지 모르는 주먹에 눈퉁이를 맞는 순간 그렇게 많은 별이 보인 것은 난생처음이었고 아프고 얼얼했던 기분인데 그 애를 더 많이 때린 주먹보다도 그 한 방의 위력은 대단했으며 그때부터 그 애를 다시 보게 되었고 친구는 아니더라도 경계하며 영원한 아픔으로 남았는데 전처럼 막 대하는 버릇없던 태도를 고친 것은 그 한방이었어 별들이 보이는 순간에 세상이 보였던 것이지 깜깜한 밤중에 우린 엉겨 붙어 승강이를 벌였는데 깜깜한 밤중에 우린 엉겨 ..

詩 2015 2015.12.05

촛불/배 중진

촛불/배 중진 촛대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니 촛불 하나 밝힐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수 있으랴 촛대 하나 만들기 위해서 공들인 시간이 얼마며 하루 중에 촛불을 켤 수 있는 시간 또한 많지 않으리 구름은 공연히 떠서 가는 것이 아닐진대 해님의 허락은 누가 얻는단 말인가?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yellowday2015.12.04 03:15 저 촛대에는 얼마나 큰 초를 꽂아야할까요~~~~ 아마도 일본의 야욕을 막으라고~``수호신처럼 서 있지요. 아름다운 석양입니다. 저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이야기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뉴욕도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오솔길2015.12.04 08:50 배중진님~안녕하세요~!!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젊었을 때는 지구가 우연..

詩 2015 2015.12.04

광안리의 밤/배 중진

광안리의 밤/배 중진 부산을 전혀 모르는 사나이가 남동생이 이끄는 대로 센텀시티에서 택시를 타고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갔더니 성수기가 지났는데도 파도만큼이나 인파는 밀려왔고 흥청대는 취객도 많이 보였으며 바닷가엔 낭만의 밤을 즐기는 아베크족들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사랑이 넘쳐흐르는데 백사장을 살짝 벗어난 얕은 물에서는 껌껌한 불빛인데도 식욕을 다 채우지 못한 왜가리가 눈빛을 번쩍이면서 촐랑대는 물고기와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며 부산하면 생각나는 다정한 친구!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기에 연락도 취하지 않았으며 부담을 주지 않으려 만나자고 제의하지 못했어도 어디선가 만날 것만 같은 예감에 앞에서 오는 여자들에게만 시선이 멎어 한가한 중에도 핏발이 서는데 안타깝게도 유명한 동백꽃 한 송이 선사하지..

詩 2015 2015.12.03

가을은/배 중진

가을은/배 중진 가을은 싱그러운 것들을 깡그리 앗아가고 남녀 불문하고 싱숭생숭했던 마음에 허무함의 상처를 남겨 놓고 떠났지 싶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눈물 섞인 빗물로 더욱 처량하게 만들기도 하나 봅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오들오들 떨면서 우린 겨울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따스한 봄날을 동경하며 눈 덮인 얼음판 길을 조심스레 더듬어야겠지요 살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가 봅니다 위대한 사람들이 그렇게 헤쳐 걸어나갔듯이 yellowday2015.12.02 00:30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이 생각납니다. yellowday2015.12.02 08:28 태종대가 한 눈에 들어 오네요~~~ 만고풍상에 깎인 바위절벽도~~~~부산항을 지켜온 태종대 등대도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패티김 가을을 남기..

詩 2015 2015.12.01

추수감사절과 안개/배 중진

추수감사절과 안개/배 중진 날이 샐 무렵 까마귀는 벌써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있었으나 자욱한 안개가 길게 드리워진 곳은 피해 날고 서쪽으론 보름달이 가기 싫은 듯 걸려 있는데 공교롭게도 추수감사절과 보름달이 겹친 다음 날 안개를 먼 조상인 인디언들이 하얗게 표현하여 하얀 늪지대였다가 하얀 숲지대로 바뀌었을 뿐인 마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맛있는 음식 냄새에 참을 수 없어 내려왔는지 늦도록까지 안갯속에서 잔치를 베푸는가 안개는 걷힐 줄을 모르지만 갈길 바쁜 태양은 힘차게 떠올라 밀고 당기며 힘겨루기하길 수차례 마침내 블랙 프라이데이는 찾아오고 하얀 안개는 언제였느냐는 듯 저 멀리 사라졌는데 그들은 내년에도 추수감사절에 까만 밤을 타고 하얗게 나타나리 중고맨매니저2015.11.28 15:53 정다운 벗 배중..

詩 2015 2015.11.28

감사의 계절/배 중진

감사의 계절/배 중진 딱딱한 봄부터 시작하여 뜨거운 여름을 헐떡거리며 보내다 떡하니 가을이 넘실거리며 도래하니 풍족하지 않아도 먹고 마시는 것에 감사하고 따스하고 시원하게 입고 덮고 잘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추운 겨울 맞이할 수 있는 건강을 주셔 더 바랄 것이 없으며 부족한 것을 살 수 있는 여유의 경비를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하는데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썰렁한 계절에 주위를 둘러보아 불운한 사람이 있으면 따스한 말씀이라도 건네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는지 오늘따라 보름달이 굉장히 크고 붉게 보이네 중고맨매니저2015.11.26 17:38 정다운 벗 배중진님(~)고맙습니다(~) ..

詩 2015 2015.11.26

산을 기어오르는 것은/배 중진

산을 기어오르는 것은/배 중진 애초에 고산준령은 있었으나 먹고살기에 급급하여 쳐다보지도 못했고 탐욕에 젖어 공기가 탁한 것도 모르고 지냈고 건강을 챙길 즈음엔 이미 은퇴연령에 도달하여 너도나도 줄줄이 산으로 향하며 자연을 사랑하고 잘못 일군 환경을 살리고자 한창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경고차 공기 맑은 산꼭대기를 찾아가면서 그동안의 잘못을 사하고 무분별하게 개발한 것을 후회하지만 호되게 곤욕을 치렀나 얼굴과 등줄기에 땀만 줄기차게 흐르네 설악산 전설에 따라 칠선녀가 토왕성폭포에 하산하여 절묘한 풍경에 도취되어 옥피리로 노래하였다 하여 그 후 토왕성폭포 상수지를 선녀봉이라고도 하였다 함. 요번에 경주구경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고 왔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아 들어갔고 첨성대 앞을 거닐기도 했으며 맛있는 보..

詩 2015 2015.11.23

아침 나무/배 중진

아침 나무/배 중진 일출 직전 창문을 여니 동쪽 하늘은 벌겋게 불타오르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배고픈 새들은 아침부터 분주하여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삶이 움직임과 동시에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며 앙상한 나뭇가지에 날아와 부리를 다듬는데 까마귀가 까옥거리며 몰려왔다 기운차게 사라지고 찌르레기가 끼리끼리 재롱떨다 재빨리 떠나가고 딱따구리도 외로이 줄기를 두들기다 날아가는 것이 보여 벗고 서 있는 나무이지만 도무지 외롭고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오히려 측은하게 생각되네 모든 아름다움이 사라졌지만 단풍이여 다시 한 번 오라하고 외쳐봅니다. 매우 화려하여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멋진 11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뉴욕도 비가 내렸지만 떨어지는 빗방울 ..

詩 2015 2015.11.22

은행나무/배 중진

은행나무/배 중진 은행나무에 잎이 아직 많이 붙어있지만 일부는 섣불렀던지 떨어져 쓸쓸히 누워있었고 은행나무에 은행이 아직도 많이 매달려 있지만 일부는 떨어져 악취를 풍기며 뒹굴고 있네 이웃의 나뭇잎들은 다 떨어져 나가 수북하게 쌓였다가 바람에 휩쓸려 오락가락하는데 노란 모습을 자랑하면서 드높은 하늘을 애모하는 것은 떨어져 천덕꾸러기가 되느니 오랫동안 가을을 꾸미고 싶어서이겠지 너마저 떨어지면 어디 가서 아름다운 가을을 즐길 수 있으랴 15년 동안 그가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 상상도 못 하겠지만 의술이 발달하여 새 생명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의 삶이 남을 위하여 좋은 일만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랍니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숨졌으나 세상을 힘차게 사는 젊은이에게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멋진 시간이 ..

詩 2015 2015.11.19

평등/배 중진

평등/배 중진 같은 종류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어 키도 비슷하나 하나는 몸이 더 불어 많은 가지를 쭉쭉 뻗어냈지만 다른 하나는 약간 위축된 듯한 느낌을 주었고 봄볕이 똑같이 비춰주어도 하나는 이웃보다 잎이 돋는 시간이 이 주일 정도 늦어 그 원인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으나 한갓 우려로 봄과 여름을 맞이했고 여름엔 그런 생각을 추호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무럭무럭 자라 무성하기만 하고 까마귀도 그런 차별을 하지 않고 찾아와 더위를 식히며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가을엔 늦게 잎이 피기 시작한 것부터 계절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생기를 잃기 시작하여 옆의 건강한 나무보다 인간이 평하는 생애가 짧지만 늦가을엔 그 누구의 눈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니 이웃을 중상모략 시기할 이유도 없고 약한 자를 능멸..

詩 2015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