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어린 마음에 간절한 소망 하나 있었으니 엄마에게 나의 방패연을 보여 드리는 것이요 하늘 높이 솟구친 힘찬 모습을 보셨으면 부엌이나 마루에서 사랑방 지붕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태극마크도 선명한 방패연을 보셨으면 해서 줄을 스르르 풀었다간 멈추면 용을 쓰면서 승천하는 모습에 나 자신도 감탄하며 꼭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만 동네를 지킨다는 거대한 느티나무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안절부절못하게 하고 기세 좋게 솟구치던 늠름한 모습은 간데없고 갈기갈기 찢어져 바동 바동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통곡을 하고 있으니 동지섣달 긴긴 밤 어이 잠을 이룰까 그 여린 맘을 짓밟기라도 하듯 문풍지는 끝도 없이 굉음으로 절규하고 문이란 문은 집을 때려 부술 듯 사방에서 들썩거리는 데 높은 곳에..

詩 2013 2013.01.31

이른 봄/배 중진

이른 봄/배 중진 발걸음이 뜸한 곳 봄도 더디게 오는 주변이지만 이 집의 문턱은 낮은지 이른 봄이 서성이는 곳 바다가 가까운 양지바른 곳이라 새들이 떼로 몰려와 요란하고 한때는 유명한 사람도 자주 다녀가더니 이젠 박물관으로 변해 방치되었는데 그렇거나 말거나 세월은 흐르고 쓰러진 고목에서도 싹이 움트며 비록 흉한 몰골로 안쓰럽지만 더욱 자연스럽다는 느낌일세 철없는 아이들도 반가움에 금붕어보다 더 큰 먹이를 던져주고 자기 이외 존재하는 것에 관심을 두니 꽃이 자라서 피듯 따스한 마음으로 자라리라 2013.01.31 01:55 3/20/2010 Bartow-Pell Mansion Museum 백목련2013.02.02 09:50 방긋^^ 입춘이 다가오고 포근한 주말입니다 목련꽃도 이쁘고 금붕어도 이뻐요 밝고 고..

詩 2013 2013.01.31

앵두/배 중진

앵두/배 중진 살짝 탄 내음이 구수하고 설탕인지 사카린에 데친 포실포실한 찐 감자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학교에서 받은 100점보다 99점이 더 좋은 이유를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소꿉친구와 6학년한테 설명을 하니 가당키나 하던가 옥신각신에 횡설수설로 남들이 뭐라고 해도 왜 9자가 그렇게 꽉 차오는 느낌을 받았을까 하나가 모자라도 좋기만 하던데 샘가에는 빨간 앵두가 제멋을 자랑하고 따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조금 전에 서로 언성을 높였으니 앵두 같은 얼굴로 양보를 할 그 애가 아니다 감자같이 못생겼다는 느낌은 아직도 씩씩거리는 숨결 때문이려니 언젠가는 앵두 같은 입술로 살며시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그 애와 그 아이의 6학년 누나 그 애와 그 소녀의 6학년 오빠 앵두를 찾다가 들렀답니다. 글도 좋..

詩 2013 2013.01.29

Meerkat/배 중진

Meerkat/배 중진 약한 자는 보통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데 강한 자를 따돌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란다 나름대로 지혜를 가지고 위험을 피했기에 약육강식의 현장에서 오늘도 살아남았으리라 적을 피해 땅속에 굴을 파고 집단생활을 하면서도 같은 종족끼리 살육전쟁도 마다치 않고 무섭게 치달리는 것을 보면 적자생존 한다 싶은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철칙이 있으리라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왜 모르겠는가 작은 키에 얼마나 궁금하고 두려웠으면 두 발로 서서 쪼그만 귀를 쫑긋거리며 여차하면 도망갈 태세이고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겠지 그들 약자에겐 아주 친밀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작고 귀여운 새는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위험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고 정확하고 신속했으며 신뢰할 수 있었는데 간혹가..

詩 2013 2013.01.28

수정 고드름/배 중진

수정 고드름/배 중진 떡가루같이 고운 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밤하늘에 쫙 뿌려졌으나 떨어지기가 싫은 듯 살랑 살랑거리다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슬그머니 내려앉았으나 사뿐사뿐 조심스러운 듯 희미하지만 동그란 달이 반짝반짝 빛나는 속에서도 보였으며 말없이 눈이 떨어지는 것을 그리워도 가지 못함을 부러운 듯 바라보네 품고 싶은 맘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반짝반짝 흰 눈과 달빛으로 어른거리고 시름은 수정 고드름이 되었다가 스르르 녹아 눈물처럼 떨구리 떡가루같이 고운 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밤하늘에 쫙 뿌려졌으나 떨어지기가 싫은 듯 살랑 살랑거리다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슬그머니 내려앉았으나 사뿐사뿐 조심스러운 듯 명절이 가깝다 생각되는 것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눈 속에서 보았고 희미하지만 동그란 달이 반짝반짝 빛..

詩 2013 2013.01.27

잘 알지는 못하지만/배 중진

잘 알지는 못하지만/배 중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왔고 우연히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운을 띠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람이고 몇 년 전에 은퇴했으며 지금은 이 근처 어디에 살고 있단다 밝은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저 사람은 뭐했던 사람이라고 아는 체도 했으며 매번 지나가는 School Bus 운전사에게 손을 흔들었고 옆구리엔 항상 가볍게 보이는 가방을 지녔는데 남들은 출퇴근하는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는 것이 보였고 새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는 빵부스러기를 쏟아내었으며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갔다가 돌아오는데 운동화를 신었고 작은 키에 검은색의 긴 외투를 입었더라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건네고 명랑한 표정 지었을 테고 혹독한 추위..

詩 2013 2013.01.26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배 중진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배 중진 젊은 시절의 삶은 자체가 사랑이었겠지요 중년의 시간은 원숙함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황혼의 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도록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칼로 물을 베듯 언제였더냐 싶은 다툼도 다시 두리뭉실 뭉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주위를 의식하는 시간도 다독여주며 정에 얽히고 보살펴주는 따스한 손길만 하오리까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듯 젊음은 너무나 재빨리 사라지고 홀로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시간이 길수록 골은 깊어져도 산전수전 함께 다 겪었기에 서두를 이유도 없고 짧고 소중한 시간 헛되게 낭비하지 않는다네 앵두가 있었으면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이웃집에 가니 샘가에 빨간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고 따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였답니다. 뉴욕은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는 월요일 아침이..

詩 2013 2013.01.26

녹차/배 중진

녹차/배 중진 아름다운 곳에서 자라나 다소곳이 이별을 고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바꿔서 차분하게 향기를 풍기네 커피맛에 익숙한 아침에 피곤했던 심신을 추슬러 변화무쌍 세계를 맞으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잠시나마 바쁨을 달래고 그윽하게 여유를 마시니 참신하게 퍼지는 향기가 이웃에도 은근히 전하네 영국사람들이 오후에 즐기는 다과 시간을 준비하는 호텔, 리조트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엔비2013.01.25 22:56 Good morning 배중진님. 아, 그래요. Tea time, 얼마나 좋은가요. 녹차에 대한 글을 올려주셨으니 오늘 아침에는 coffee 대신에 Earl Grey tea를 한 잔 마셔볼까 합니다.^^ 여기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아침입니다. 저는 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냥 ..

詩 2013 2013.01.25

도봉산 원통사/배 중진

도봉산 원통사/배 중진 멋진 산에 기이한 바위도 많이 있고 고통받는 중생들이 마음을 의지할 수 있게 경건한 기분이 들도록 꾸며져 있으며 우거진 소나무 숲에선 통한의 눈물도 삭일 수 있으리 저 멀리 희미하게 자리 잡고 있는 수없이 많은 아파트 단지와 보이지도 않는 인간들을 느끼며 아수라장을 생각하고 차안에서 건너와 피안으로 가는 길이 분명 있건만 헤아리지 못하고 까마득하게만 느끼고 있으니 저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이 안타깝다 하시네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몸을 닦고 마음을 평온케 하고 깨끗이 하여 부처님 앞에 수백 번 조아려서 가피를 입고 둥글고 원만하게 두루 통달했으면 알 수 없는 사용자2013.01.23 20:09 배중진님.. 늘 평안하시죠, 가지가지 수련 구경 잘하고 갑니다.. 나..

詩 2013 2013.01.23

여명/배 중진

여명/배 중진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새벽에 봄이 오기를 희망하는 겨울에 청설모가 필요 이상으로 캑캑거려 살피니 너구리가 잡아먹으려고 나무를 오른다 나무도 잘 탔지만 어디 비교가 될까 청설모는 잔가지를 타고 옆으로 도망쳤고 너구리는 넋을 잃고 입맛을 다시지만 청설모는 일전도 불사할 듯 밑에서부터 다시 올라오고 너구리는 내려오다 청설모 둥지를 기웃거리는데 한 떼의 까마귀들이 똑같은 음성으로 경고하며 나뭇가지에 올라타니 너구리가 슬금슬금 도망친다 쏟은 정성에 비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날이다 작은 새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혼전이 벌어지고 까마귀들이 같이 날아 뒤섞이는 아수라장 자동차만 지나가도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전깃줄에 앉지만 작은 새는 자리를 까마귀에게 양보한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새벽에 꿈이 있다고..

詩 2013 201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