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치아가 반짝이던 아이/배 중진

치아가 반짝이던 아이/배 중진 국민학교 4학년 때인가 구강 검진을 하고는 보건소에서 나온 분들이 그 중 한 아이를 뽑아서 치아가 제일 건강하다고 했으며 그는 보란 듯이 잘난 이빨을 보이곤 씩 웃었기에 부러움 가득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를 보았으며 이구동성으로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고 장수할 거란다 내심 내가 뽑히기를 바랐는데 왕소금으로 닦는 방법이 잘못되었던가 운이 없었겠지 하며 서운해했는데 그 아이도 까만 옷에 하얀 칼라를 했지 싶다 오 년 후 반짝이던 그 모습도 잊을 무렵 난데없이 초저녁에 멀리 있는 곳까지 찾아와서는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대신 연애편지를 전해달란다 치아를 앞세워 잘나갔지 싶어 연결해주다 어른한테 들통이 났고 도망치는 뒤쪽에서 고함으로 내 이름까지 부르며 쫓아오셨는데 어떻게 어디로 사라..

詩 2013 2013.01.11

새해 첫날/배 중진

새해 첫날/배 중진 간밤에 그 난리를 치더니 매우 조용한 아침이었고 해님도 늦잠을 주무시는지 보이지 않고 찌뿌드드한 날씨이었으며 달님 역시 불꽃 구경하다가 늦었음을 알았는지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눈치이고 술기운으로 불그스레하네 난데없는 불꽃놀이에 화들짝 놀라 덩달아 날아올랐던 까마귀들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단잠을 깨운 것에 대한 불만이 아침부터 높으니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저리 가라고 불평하며 내쫓을 수도 없는 일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며 송구영신의 뜻에서 계사년에도 알고 지내는 모두가 건강하시기를 빌었네 아마릴리스 Amaryllis 机扈2013.01.10 09:38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새들과도 대화가 가능하군요 밑에 있는 닭은 칠면조입니까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어서입니다 아침에 좋은 장면 글 감상합니다..

詩 2013 2013.01.10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한숨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눈물은 마를 새도 없이 흐르는 Yellowstone 남들이 부러워하는 곳에서 잠을 청하지만 별이 초롱초롱한 밤 절규만이 메아리치네 꼬리가 유독 긴 까치가 비보를 전해주고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첩첩산중에서 한숨만 푹푹 쉬며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지만 나약한 인간의 애절함은 전해지지 않는 운명의 날이여 밤은 왜 이다지도 길며 한국과의 사이는 왜 이다지도 멀기만 하는가 계곡에서 들려오는 어미 잃고 부르짖는 짐승들의 처절한 울음소리 가슴을 후벼 파지만 이해할 수 있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떨어져 가슴을 적시고 눈물로 뒤범벅되어선 Mammoth Hot Springs의 낙숫물이 되어 눌어붙었지 싶고 이젠 남들이 부럽기만 하네 2013.01.10 05:..

詩 2013 2013.01.10

두물머리/배 중진

두물머리/배 중진 칼바람이 사납게 산을 타고 넘어와 넘실대는 강물을 꽁꽁 얼게 하지만 아늑한 종이학이 학수고대하는 것은 딱딱한 연인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것 노도와 같은 북한강의 사내대장부다운 기질과 다소곳이 미소 짓는 남한강의 여성스러움이 남북을 가릴 것도 없이 한데 어우러져 한이 없는 한강을 이뤄 서해로 빠져나가니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막힘이 없으며 느티나무에 영원함을 기원하니 능수버들도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살랑거리고 연꽃도 때가 되면 향기를 뿜어내겠지 황포돛배 넘실거리니 옛 시름도 잊고 풍악이 울린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두 마음이 화합하고 두 몸이 한몸이 되어 어디로 가는지는 저 구름이 알겠지 좋을 씨라 좋을세라 좋을씨고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다. 능수버들도 좋을세라 살랑거리고 능수버들..

詩 2013 2013.01.09

송추계곡/배 중진

송추계곡/배 중진 송추계곡 어디인가 둑을 쌓아 물을 담고서 서울을 사수하는 병사들에게 여름 휴식처를 제공했었고 도봉산엔 다람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유격훈련에 사격훈련으로 먼지를 일으키는 젊은 장병들의 날카로운 고함으로 요란했었는데 송사리 한 마리가 물장구를 치며 전국에서 뽑히고 뽑혀 이곳까지 왔다 했고 원로가수가 위문공연차 와서는 그 역시 더위를 못 이겨 발가벗고 퐁당거렸는데 송추계곡은 남아있고 원로가수도 두만강을 따라 잃은 임을 찾아 흘러갔건만 언제 돌아간다고 보장도 할 수 없는 계곡이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흐름에 따라 빚어진 아름다운 골짜기여 깨끗함과 순수함을 잃지 말고 언제이든 그 시원함을 찾는 나그네에게 안겨주오 송추 어디엔가 수도경비사에서 근무할 때 하계 야영장이 있었는데 정..

詩 2013 2013.01.07

바쁜 인생/배 중진

바쁜 인생/배 중진 맨해튼 나갈 때마다 들리는 멕시칸 음식점 한 때의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고 종업원은 좀 이른 시간이라 여유가 있었는데 추운 날씨에는 매운 음식이 제격인 것 같아 느슨한 종업원을 다그쳐 Chili를 시켜 놓고 지나가는 교외손님을 뜯어보는데 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지금이 아침 시간인가 착각을 했으며 마주치지 않고 서로 피해 움직이는 그들이 신기했고 정신이 사나워 어지럽기까지 했으며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저렇게 휩쓸리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그들은 분명 가는 곳이 정해져 있기에 조금도 지체치 않고 움직이는데 곳곳에는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자는 사람도 보였으며 음지에서 신음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하여 그만한 대가를 받고 성공한 사람과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따르지 못하여 불행한 사람들이 섞여서..

詩 2013 2013.01.06

시간이 되었군/배 중진

시간이 되었군/배 중진 자정이 넘자마자 켜놓았던 컴퓨터의 화면이 사라지고 난데없이 조그만 상자가 떠다니는데 자기네가 보내는 방식이 아니니 권하는데 해상도를 높이란다 모니터를 만든 삼성으로 연락하거나 인터넷을 제공하는 Optimum으로 전화해서 이럴 수는 없다고 항의하고 싶어도 짧은 지식을 갖고 따질 수도 없거니와 햇수로 7년이나 지났으니 바꿔줘야 하기에 시세를 확인하고 시장조사를 마친 다음 마음에 드는 것을 집어왔는데 재고도 있었으며 가격도 괜찮았고 가벼워 다루기도 만만했으며 아무리 문외한이었지만 설치도 쉬웠는데 19인치를 사용하다가 23인치를 쓰니 너무 성급한 결정인지는 모르되 글자가 커서 눈에 부담되지 않았고 감상하는 첼로 협주곡이 깨끗하고 경쾌하여 당분간은 음악에 심취할까 보다 처음 대하는 트리클리..

詩 2013 2013.01.05

Happy New Year!/배 중진

Happy New Year!/배 중진 깜깜한 거리를 아무 생각도 없이 좀 빠르게 걷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Happy New Year!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보이지 않는 여인에게 Happy New Year To You, Also! 항상 어둠침침한 집엔 Holiday Season에 누구나 장식하는 밝은 조명의 전구도 없었고 거의 빈집같이 작은 빛만 보였었는데 여인의 밝은 소리를 들으니 그녀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던가 아니면 작심삼일로 그치는 이웃사랑의 발로였는지 그녀와 그녀의 가정에 축복이 있길 빌고 아직도 눈이 녹다 말은 빙판길을 조심하며 꽁꽁 얼음같이 얼고 굳게 닫친 마음들을 새해에는 모두가 활짝 열었으면 싶은 밤이었다네 yellowday2013.01.03 16:18 Also! 참으..

詩 2013 2013.01.03

불꽃처럼/배 중진

불꽃처럼/배 중진 수많은 사람들이 엄동설한에 발을 동동 구르며 떨면서도 모였고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저희끼리 히죽거리고 귀가 아플 정도의 굉음에 맞춰 춤을 추면서 곧 다가오는 새해를 환영하는 눈치인데 다정하게 알고 지냈던 묵은해가 섭섭하다 하겠다 오늘보다는 더 멋진 내일을 지금보다는 더 알찬 미래를 만족하면서도 어딘가 부족한 듯 보이는 것 뒤쪽을 살피더니 불꽃이 펼쳐지자 환호하고 찬란한 현실로 이어지길 빌며 사라지는 연기를 우러러보며 잘 가라는 말 잊지 않았네 간밤에 그 난리들을 치더니 매우 조용한 아침이랍니다. 해님도 늦잠을 주무시는지 보이지 않고 찌뿌드드한 날씨이고요. 달님은 불꽃 구경하다가 늦었음을 알았는지 서둘러 길을 재촉하더군요. 불꽃놀이에 화들짝 놀라 덩달아 날아올랐던 까마귀들이 무슨 일이 있었..

詩 2013 2013.01.02

토사구팽/배 중진

토사구팽/배 중진 빠르다 냉정하다 가차 없다 여반장이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일찍 시작했던가 아쉬움이 있으련만 언제 봤다냐는 듯 내팽개쳤다 즐거움이 사라지고 분위기가 변했으니 좁은 공간 차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단다 선물로 사랑을 구하고 화려함으로 혼란케 하고 귀를 찢을 듯 떠들썩하고 입으로만 기도 올리더니 믿을 수 없다 웃음소리 아직도 들리는데 따스함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배신으로 처량한 신세여 먹고 살아야 하고 안전한 곳이 얼음과 흰 눈으로 꽁꽁 얼어붙었으니 종적이 묘연하군요. 날이 풀리면 또다시 모이리라 생각도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 감사하게 잘 보았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창경궁 춘당지의 원앙새 저는 올해 늦게까지 치우지 않았답니다. 게을러서 그리고 푸른 공간이 있어 보기가 좋았기에 말..

詩 2013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