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배중진 2013. 1. 31. 04:22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어린 마음에

간절한 소망 하나 있었으니

엄마에게 나의 방패연을 보여 드리는 것이요

하늘 높이 솟구친 힘찬 모습을 보셨으면

 

부엌이나 마루에서

사랑방 지붕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태극마크도 선명한 방패연을 보셨으면 해서

줄을 스르르 풀었다간 멈추면 

 

용을 쓰면서 승천하는 모습에

나 자신도 감탄하며 꼭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만 동네를 지킨다는 거대한 느티나무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안절부절못하게 하고

 

기세 좋게 솟구치던 늠름한 모습은 간데없고

갈기갈기 찢어져 바동 바동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통곡을 하고 있으니

동지섣달 긴긴 밤 어이 잠을 이룰까

 

그 여린 맘을 짓밟기라도 하듯

문풍지는 끝도 없이 굉음으로 절규하고

문이란 문은 집을 때려 부술 듯 사방에서 들썩거리는 데

높은 곳에서 혹독한 눈보라를 어찌 견디겠나

 

보여 드리겠다는 일념으로 무리를 했기에

천방지축 쫄랑대는 방패연을 허공에 떨게 했으며

이젠 어머니의 외로운 무덤을 지키는 심정으로

먼 이국땅에서 잠 못 이루고 고향 하늘 달리네

 

 

 

 

 

 

 

 

 

 

 

 

 

 

 

 

 

 

 

 

 

 

 

3/20/2010
Orchard Beach,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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