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봄을 꿈꾸며/배 중진

봄을 꿈꾸며/배 중진 지긋지긋한 겨울 혹독하게 추운 날씨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하얀 눈 속 해가 떴다고 하나 보이지는 않고 따스하던 어느 날 꿈꾸던 봄을 맞이하고 싶어 다들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가슴에 피로 응어리지고 봄은 착각이었네 늦추위는 봄을 비아냥거리듯 지독함을 더해갔고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자라던 새싹들 그나마 피를 토하고 동토의 지루한 나날들 암흑의 세계 이웃과의 단절 속에 세상 사람들은 외면하고 봄을 찾아 따스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절망 속 암울함으로 빨리 늙어가고 봄이 왔다지만 훈훈함은 아예 느낄 수 없었으며 굳게 닫힌 정원에 꽃은 영원히 피지 못할 듯 봄을 기다리다 얼어 숨져간 아름다운 꽃님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쌓였으나 싹을 틔우고 피울 수 없어 뿌리로 바싹 움츠려 때를 기다..

詩 2013 2013.03.02

쏟아지던 비가 멈추니/배 중진

쏟아지던 비가 멈추니/배 중진 밤새 칭얼거리던 강풍은 멈출 줄을 모르고 거기에 편승하여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는 부서져 같이 날아가고 있으니 아무리 좋은 우산이라 해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잘못하다가 Mary Poppins 꼴이 되겠지 싶은데 그래도 몸을 숙이고 안간힘을 써본다 예상대로 강풍이 잠잠해지고 물줄기도 가늘어지더니 이슬 되어 안개같이 감싸고 언제 사용했었느냐는 듯 쓰레기통마다 내동댕이쳐진 몰골 사나운 우산들 찢어지고 살만 보이는 것 등 제대로 쑤셔 넣지도 않아 주위에 쌓였으니 아무리 값이 싸다 해도 그렇고 들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지만 혹시라도 또 비를 만나면 어쩌려고 사나이답게, 앙칼지게 버렸단 말인가 兎死狗烹(토사구팽) yellowday2013.02.28 15:35 다 썼으니 버리는..

詩 2013 2013.02.28

천둥소리/배 중진

천둥소리/배 중진 어머니는 아셨을까 우리의 이별이 이 지구 상에서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러기에 눈물, 콧물로 엉망이셨지 싶고 충혈된 눈에 이지러진 모습은 웃는 사진으로 그 모습을 애써 지우려 해도 그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다 하얀 손수건을 흔드시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떠나는 자동차 속에서 애달파하셨는데 무심하게도 세월은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12년이 흐르고 전화로만 안부를 여쭙다가 날벼락 같은 비보를 접하니 하얗게 기억도 사라졌네 그 모습 어디 가셨나 꿈에 그리던 고향을 찾았건만 덩그러니 풀도 자라지 않은 무덤만이 싸늘하게 맞아주시니 얼마나 서러워하셨을까 유언도 남기지 않으시고 수술 후 홀로 주무시다가 인사불성이 되어 병원에서 그대로 영면하셨으니 하시고 싶은 말씀들 가끔가다 천둥 되어 호되게 질책하시네 시..

詩 2013 2013.02.27

고목/배 중진

고목/배 중진 기세 좋게 하늘을 찌르며 운 좋았던 고목이 최근에 연거푸 발생한 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으며 전선을 끊을 기미가 보이자 아예 싹둑 잘라내어 보는 이를 무상케 했는데 한 때는 숲이었던 지역이 인간이 들어서며 벌목이 되었고 재수 좋아 버티던 몇 그루마저 필요 없으니 사라져야 한단다 일이 년 자란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10년 20년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더 멀리 올라가 100년이 넘었는데 어쩌다가 우리 세대에 저런 변이 생겼는지 아름드리나무를 토막토막 내었는데 며칠 후면 뿌리까지 뽑아내어 지구 상에 흔적도 남기지 않겠지 이제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 옛날 주위에서 티격태격하던 나무들 사라진 지 오래되어 그립다가도 자기가 잘나 강하게 살아남았다고 착각을 했던 것이 뿌리째 몽땅 뽑혀..

詩 2013 2013.02.27

산속에서 만난 노인/배 중진

산속에서 만난 노인/배 중진 세월은 덧없이 흘러 옛 명성은 사라지고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도 흔적은 남았는데 저 유명한 지역으로 검은 구름을 뿜으며 철마는 힘들게 오르고 있었으나 지금은 레스토랑을 변하더니 늦은 점심을 때우려고 허둥대다가 뭣도 모르고 들어섰으나 좌석은 꽉 차서 빈자리가 없었지만 흡연이 가능한 자리는 남아 울며 겨자 먹기로 한자리 차지하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똑같은 처지로 들어서신 점잖으신 분은 다름 아닌 금연을 강조하셨던 Dr.Koop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하여 이곳은 금연장소인데 어쩌시려는지 여쭸더니 마찬가지로 좌석이 없어서 바늘방석이지만 피치 못한다며 쓴웃음만 지으신다 정계를 떠나면서 찬란했던 조명을 벗어나 고요한 산속에서 자연을 즐기시며 세계적인 호텔에서 식사를 즐기셔야 하는..

詩 2013 2013.02.26

할머니와 홍시/배 중진

할머니와 홍시/배 중진 우리 할머니같이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 또 계실까 일이 없으시면 만들어 하시는 분이요 일 자체를 즐기셨지 싶은데 새벽부터 홀로 일어나셔 밤늦게까지 콩이라도 고르시며 글도 모르시는 분이 총명하게도 그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손주들 앞에 술술 풀어놓으시면 콩을 쏟고 고르는 소리도 좋지만 달걀귀신에 대한 솔깃한 말씀과 몽달귀신과 몽당비에 대한 두려움으로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사랑방까지 건너가서 자야 하는데 헛간과 외양간 그리고 도둑이 노리는 광 앞을 오금아 날 살려라 달려간다 해도 무서움을 떨치지 못하여 안방에 불을 밝혀놓고 동생들한테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사랑방에 도착할 때까지 끄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사랑방에서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고래고래 불러 불을 밝히시게 한 다음 총알같이 맨발로 뛰..

詩 2013 2013.02.24

뉴욕의 한국식 사찰/배 중진

뉴욕의 한국식 사찰/배 중진 반갑기만 하여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항상 굳게 잠긴 문 봄이 와도 꽃이 피지 않는 곳 그러길 벌써 몇 해였던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음을 생각지도 않고 마무리할 여유가 없는가보다 계획은 원대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겠지 뉴욕에 와서 사는 세계인들 한국다운 맛을 느꼈으면 하는데 겨울처럼 찬바람이 휑하지만 혹독한 삶에서도 매화꽃이 피듯 따스함으로 이웃을 감싸며 불쑥 중생을 위하여 문호를 개방했으면 반갑기만 하여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항상 굳게 잠긴 문 봄이 와도 꽃이 피지 않는 곳 그러길 벌써 몇 해였던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음을 생각지도 하지 않고 마무리할 여유가 없는가보다 계획은 원대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겠지 뉴욕에 와서 사는 세계인들 한국다운 맛을 느꼈으면 하는데 겨울처럼 찬..

詩 2013 2013.02.24

간절곶/배 중진

간절곶/배 중진 자연적으로 생겼기에 아름답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편리하기도 하며 장삿속으로 꾸며놔서 비위상한다 해도 유명하기에 새로움을 간직하고자 갔네 바닷가에서 우체통은 사랑스러움 모아 전국각지로 달려가서 그리워함을 보여 망부석 되어 보고 싶어 어제오늘도 서서 못다 했었던 이야기들 알게 모르게 펴네 그런다 해도 밀물 썰물 사람 가리지 않고 몰려왔다가 떠밀려서 자연스럽게 가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도 말은 저벅거리며 손님 태워 이름난 지역 가네 밤낮없게도 등댓불은 거칠기만 한 파도 산더미같이 달려와도 꺼지지 않고 밝혀 조국강산에 기쁜 소식 알려주듯이 환한 빛을 비추고 희망에 찬 아침나절을 주네 yellowday2013.02.25 15:12 울산 간절곶 말씀인가요? 다녀 오셨나요? 사진으로만..

詩 2013 2013.02.24

월류봉/배 중진

월류봉/배 중진 만삭의 보름달이 넘기 어렵다는 봉우리엔 흰 구름도 가던 길 멈추고 흐르던 물도 잠시 쉬면서 달은 휘영청 물 위를 둘러보고 산도 몸을 기울여 굽어보고 구름은 분을 바르듯 토닥거리니 바람도 잠잠하여 명경지수로다 정적을 일깨우듯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밤하늘을 튕기니 별들이 쏟아져 물속으로 잠기는 모습에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잠시 머물며 이슬로 목을 축이고 아름다움에 취해 가는 길도 흥겨워 힘차게 내일을 향하여 나아가리 최고야2013.02.22 20:05 봄이 많이 가까워졌지요? 겨울 한파가 아무리 황우장사라해도 가녀린 봄의 향기를 이기진 못 할 겁니다. 열매로 맺어지는 꽃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지요. 그렇지 않는다 하여도 향기로 기억되면 섭섭하지는 않을 겁니다. 멋진..

詩 2013 2013.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