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오키도키/배 중진

오키도키/배 중진 간밤엔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하염없이 쏟아붓고 약을 먹은 인간은 소가 오줌을 쏟듯 속을 비우고 홀딱 벗은 몸을 가린 환자의 가운 위로 서너 명의 간호사들이 둘러붙어 마치 Friendly Persuasion 영화를 연상케 하면서 평상시 복용하는 약과 수술했던 것들을 낱낱이 물어 파헤치고 의사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지나면서 간호사가 수술대를 밀며 수술실로 간다고 하니 의사 자신도 곧 뒤따라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니까 대답이 섬뜩하게도 오키도키라고 해서 민감하게 영화 Hannibal의 한 장면이 떠올라 어찌하여 수술을 하는 곳에서 그런 말을 사용하느냐 물었더니 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대답이 없다 마취사가 들어오고 간호사, 의사가 들어와 오늘 수술할 순서와 병행되는 아픔을 설명하는데 푸른, 보라색 장..

詩 2013 2013.02.22

물고기가 되어/배 중진

물고기가 되어/배 중진 강풍이 밤이 되니 잠자러 가고 춥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늦겨울 앞으로 있을 36시간의 끔찍함을 멋진 저녁으로 맛있게 장식하고 24시간 동안은 금붕어같이 물만 조금씩 섭취하며 의사가 지시한 대로 알약을 복용하고 섞인 물을 마시지만 그 후는 아무것도 마셔도 안 되니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인간 두통이 찾아오면서 살이 떨리니 어찌 살아남을까 수술대에 오르면 동물같이 몸의 중심을 꿰뚫어 훑고 혼이 나간 인간은 죽은 것과 무엇이 다르리 5년마다 행하는 Endoscopy, Colonoscopy 과정은 지저분하고 꺼림칙하지만 고통을 참으면 개운해지니 살아서 들어가고 나오는 것도 행운이겠지 함초롬2013.02.20 10:03 안녕하세요. 날씨가 포근하여 자전거 타기 좋네요. 상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

詩 2013 2013.02.20

Dr. Zhivago/배 중진

Dr. Zhivago/배 중진 창문을 때리는 강풍은 마치 Dr. Zhivago 영화에서 끝도 보이지 않는 눈 덮인 벌판을 달려와 얼음 궁전을 부수려는 굉음과 같고 아름다움에 도취하여 넋을 잃다가도 하얀 눈이 집안에 산더미 같이 쌓인 것과 혹한으로 창문마저 꽝꽝 얼어붙은 것을 보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데 때가 되면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도 Lara's Theme이 흐르면서 수선화가 천지에 가득하고 Somewhere My Love 곡이 들리면서 바람은 다시 불고 주제곡이 흐르면서 낙엽도 구르는데 여자가 사랑을 찾아 간호사로 변신 전선을 누비는 것도 있지만 남자는 가정이 있으면서도 연인 사이를 오가며 사랑을 나누고 가족을 찾으러 고국을 등지지 않고 어딘가 있을 연인을 선택하여 여인..

詩 2013 2013.02.19

바나나/배 중진

바나나/배 중진 지팡이에 의지하셔 열대림이 있는 식물원으로 들어오신 연세가 지긋하신 분과 역시 좀 거동이 불편하신 중년여성 바나나가 자라고 있는 곳에 다다라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바나나같이 생겼는데.. 바나나가 맞을 거야 하시는 것을 듣고 잠시 멈추고 바나나가 맞습니다 저렇게 바나나가 보이지 않습니까 했더니 깔깔대시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전체를 보시지 못했는지 궁금도 했으며 간혹가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리 차분하게 전부를 보고 좁혀나가거나 반대로 작은 것을 보고서 크게 넓혀가는 안목도 필요하리라 계백2013.02.18 09:09 반갑습니다 제 불로그에 다녀가셨군요 바나나 사진도 좋구요 행운이 가득한 하루빕니다 알 수 없는 사용자2013.02.18 13:08 공감이 갑니다....ㅎ..

詩 2013 2013.02.18

중년의 사랑에 대한 궤변/배 중진

중년의 사랑에 대한 궤변/배 중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이용하고 집착하는 것은 아마도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겠지요 참된 사랑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서로 더욱 노력하여야 하겠지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영원한 관계를 위해서 간혹 다툼도 생기겠지만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라 생각도 합니다 순탄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듯 때론 한눈을 팔 수도 있겠지요 남과 비교를 해서는 절대 안 되지만 같은 밥상을 365일 마주할 수 없다 해도 어디까지나 정도를 벗어나서는 안 되며 소중했던 순간들과 잊지 못할 추억으로 넓게 포용하여 참고 견디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 젊은 혈기로 반짝 탐하는 관계가 아니고 서로 존중하고 변화에도 적응해서 불멸함을 알 수 없는 ..

詩 2013 2013.02.18

무릎을 꿇게 하는 곳/배 중진

무릎을 꿇게 하는 곳/배 중진 반복되는 생활에서 훌훌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안고 있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장래를 계획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 먼 훗날을 위해서 꼭 필요하리라 생각하며 다들 그렇게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여러 사정이 발목을 잡아 선뜻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만드니 짜증은 눈더미같이 자꾸 불어나고 스트레스는 알게 모르게 싸이건만 해결할 방법이 묘연하고 하루가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지는데 우연히 산도 높고 호수도 깊어 고요한 곳 세상의 분진도 날아올 수 없는 곳 물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안개만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곳을 만나면 명랑하게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근심일랑 저 흰 구름을 따라 사라지겠고 졸졸거리며 흐르는 시냇물소리 흥겹고 찰랑거리는 물결소리 장단 맞추며 ..

詩 2013 2013.02.17

봄을 준비하며/배 중진

봄을 준비하며/배 중진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이 닥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인데 믿음이 깊지 않다면 변수는 많으리라 봄이 올 거라는 굳은 신념하에 남들이 조롱하건 말건 눈보라가 휘몰아치건 말건 싹을 틔우고 보란 듯이 꽃을 피우니까 그 꽃을 보고 경탄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고 시종일관 그 꽃에 대하여 거품을 물며 이야기하고 벌벌 떨며 움츠리고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봄이 왔다고 하는데 정작 꽃을 피운 당사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더라 그러한 삶을 선택했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 인내를 배웠으며 힘들다고 자리를 쉽게 옮겨 피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에 눈치만 보며 기회를 엿보다가는 남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을 바탕으로 씀씀이도 지혜롭게 배웠으리라 yel..

詩 2013 2013.02.16

야생 칠면조/배 중진

야생 칠면조/배 중진 저 거대한 덩치가 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가까이 오질 않는데 배가 고팠던지 너무 가까이 와 두려움을 가지고 경계를 하면서도 주머니에 있었던 모이를 바닥에 쏟아부었는데 미안하게도 먹이는 작은 새를 위한 것이었는데도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었으며 딱 두 마리인데도 싸움이 있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가슴에 수염이 달린 것이 덩치도 컸으며 수놈인데 어찌하여 작은 암놈에게 당할까 수놈은 나의 주위를 오른쪽으로만 돌고 있어 이상하다 생각했고 나중에 알았지만 왼쪽 눈이 멀겋고 보이지 않는 듯했으며 그 신체적인 결함으로 민첩하지 못하여 그런 처우를 받는듯했는데 오히려 친 인간적인 모습이었으며 아무리 야생 동물이었지만 길들이기 나름이고 암컷에 대한 배려와 화목을 위하여 생명줄인 먹이도 양보하..

詩 2013 2013.02.15

향기/배 중진

향기/배 중진 코가 크고 작고를 떠나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폭설로 텅 빈 식물원은 떠밀리지 않아서 좋았고 앞으로 갔다가 발걸음을 돌려 빠진 것을 자세하게 구경할 수도 있었으며 찍고 싶은 것 마음대로 담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고 조용해서 진지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는데 오렌지가 항상 있었던 자리에 다다르니 냄새가 지독했고 옆에서 늘 강한 향기를 품었던 치자나무 냄새려니 했는데 찾아보니 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도대체 이 향기의 근원은 어디란 말인가 킁킁거리며 치자나무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꽃을 찾아도 코를 자극하는 이 냄새는 무어란 말인가 냄새가 나지 않는 곳으로 갔지만 궁금하여 다시 되돌아오기를 몇 번을 하다가 난생처음으로 오렌지 옆에 작은 꽃이 있음을 보았는데 너무 높아 직접 냄새..

詩 2013 2013.02.15

Valentine's Day/배 중진

Valentine's Day/배 중진 따스한 방안에 있어서일까 열린 창문 밑으로 살짝 밀치고 들어온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는데 오늘은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는 Valentine's Day! 쌓였던 흰 눈도 봄바람에 녹아가고 있으니 쌓였던 앙금도 Chocolate처럼 혀끝에서 녹으리 Card 한 장으로 사랑을 전달하고 붉은 장미꽃다발처럼 서로의 마음을 묶어 Red Wine과 Candlelight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고 봄과 사랑을 부르는 Romantic한 Classic으로 흥취를 돋궈 서로에게 그래도 아쉬웠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툭툭 털어내면서 먼 길을 어렵지 않게 같이 갈 것을 다짐하는 지혜로운 날이 되었으면 yellowday2013.02.15 07:12 제이님은 쵸콜릿 많이 받으셨나요? ㅎ 오..

詩 2013 201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