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배 중진
기세 좋게 하늘을 찌르며
운 좋았던 고목이
최근에 연거푸 발생한
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으며
전선을 끊을 기미가 보이자
아예 싹둑 잘라내어
보는 이를 무상케 했는데
한 때는 숲이었던 지역이
인간이 들어서며 벌목이 되었고
재수 좋아 버티던 몇 그루마저
필요 없으니 사라져야 한단다
일이 년 자란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10년 20년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더 멀리 올라가 100년이 넘었는데
어쩌다가 우리 세대에 저런 변이 생겼는지
아름드리나무를 토막토막 내었는데
며칠 후면 뿌리까지 뽑아내어
지구 상에 흔적도 남기지 않겠지
이제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 옛날 주위에서 티격태격하던 나무들
사라진 지 오래되어 그립다가도
자기가 잘나 강하게 살아남았다고 착각을 했던 것이
뿌리째 몽땅 뽑혀나가는 비정한 순간이었다
배경 너무 아름다워요~~
■ 산다는 건 ■
그리움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사막을 홀로 걷는 일처럼 버거울 거다
마른하늘에 구름 한 조각 걸리는 날엔
혹시나 하는 맘에 하늘만 내내 쳐다보며
헛꿈을 꾸는 듯 의미 없는 일일 거다
소망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퇴색한 마른 풀잎의 잔해처럼 외로울 거다
우뚝 선 채 속마음을 다 빼앗겨버린
한 그루의 고목처럼 덧없을 거다
사랑 없는 삶을 오래도록 살아야 한다면
혈관 속 굳어버린 붉은 녹으로
생명줄을 연장하는 한 줌의 흙덩이
눈물도 없는 절망일 거다
산다는 건
그리운 마음에 소망을 꿰어
사랑을 낚는 일이다
~시집, "흔들의자" 中에서~
이제 봄이 가까운 곳에 와 있는것 처럼
날씨도 포근해 진답니다
그 추워던 겨울 눈과 비가 많이 왔지만 잘 이겨 내시고
봄을 기다리는 설래임 누구나 희망적 입니다
오늘도 보람되고 알찬 하루 엮어 가시길 바랄께요
물속에 잠긴 나무들의 모습으로 인상이 깊었던 플리트비체입니다.
물도 맑지만 떨어지는 것은 물만이 아닌 듯싶었답니다. 경치를
보고 압도되어 젊은 남녀들은 사랑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밤새 창문은 윙윙거리고 나무들은 요동을 쳤으며 빗물을 흩뿌리고
있는데 오전까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입니다. 짧은 2월을 멋지게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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