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배 중진
자상하신 가친께서
은퇴하시고 틈틈이
기록하신 8.5" x 11"백지에
권당 70여 페이지로 총 6권 중에서
閑居 記錄集 1996 ~ 2011의
내용을 대충 섭렵하니
무엇을 좋아하시고
강조하셨는지 알았으며
한자, 한문, 명언, 명시
紀行, 拔萃文, 家史, 履歷 등으로 분류하셔
두서없지만 모든 것이 있었고
문체는 깔끔하면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명필이시다
선조님들의 비석에 적힌 글도 쓰셨고
전문가에 의해 다만 새겨졌을 뿐인데
정작 본인의 비석에 새길 글은 아직 인 데
어머니 떠나가시고 준비는 하셨으리라
사서삼경에서 발췌도 많이 하셨고
간디, 아리스토텔레스, 프랭클린, 몽테뉴
좌우명/안병욱, 미국 여행기 등
적나라하셨으며 비용까지 적으셨고
형제들의 성장기와 출생 연월일시에서
학교 입학, 졸업, 직장입사까지
무슨 상장을 수상했는지도 알 수 있었으며
조상님들의 출생과 사망시간까지 적으셨는데
살펴보니
6대 祖考 41세
6대 조비 62세
5대 조고 49세
5대 조비 40세
고 조고 73세
고 조비 56세
증 조고 79세
증 조비 27세, 죽산 안씨
증 조비 85세, 저를 사랑하셨던 할머니셨으며 처음 죽음을 보았던 분
조고 77세, 가장 위대하신 분이셨으나 제주 수학여행 중이라 임종을 못 보았음
조비 94세, 가장 오래 사셨으나 미국에 있어 마지막을 뵐 수 없었고
비 82세, 뜻밖의 비보를 가장 좋아했고 원했던 옐로스톤의 Old Faithful Inn에서 들었음
생을 사셨으며
조상님들의 모습은 사라지셨지만
사진, 족보, 기록과 희미한 추억으로 남아있고
진한 피는 우리 후손에게 흐르고 있으며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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