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홍시/배 중진
우리 할머니같이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 또 계실까
일이 없으시면 만들어 하시는 분이요
일 자체를 즐기셨지 싶은데
새벽부터 홀로 일어나셔
밤늦게까지 콩이라도 고르시며
글도 모르시는 분이
총명하게도 그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손주들 앞에 술술 풀어놓으시면
콩을 쏟고 고르는 소리도 좋지만
달걀귀신에 대한 솔깃한 말씀과
몽달귀신과 몽당비에 대한 두려움으로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사랑방까지
건너가서 자야 하는데
헛간과 외양간 그리고 도둑이 노리는 광 앞을
오금아 날 살려라 달려간다 해도 무서움을 떨치지 못하여
안방에 불을 밝혀놓고 동생들한테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사랑방에 도착할 때까지 끄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사랑방에서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고래고래 불러
불을 밝히시게 한 다음 총알같이 맨발로 뛰어가곤 했으나
꿈이 없었던 그 시절이 가장 그립고
홍시를 볼 때마다 할머니의 꼬부라진 모습이 보이며
홍시 때가 아닌데도 잡수시고 싶다고 하여 당황케 하셨으나
보상도 바라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셨고
느지막이 오붓하게 단둘이 재미있게 사시다가
느닷없이 훌쩍 떠나신 할아버지를 못 잊으셔
밤이 무섭다고 하셔 옆에서 지켜드렸고
괘종시계가 멈추면 죽음이 연상된다고 싫어하셨지요
마음에 갈등이 없으셔 오래 장수하셨고
누가 무슨 말을 하여도 좋아하시던 모습이었으며
마시지 않던 술을 드리기만 하면 벌컥 들이키셔
90세가 넘으셨어도 홍시같이 불그레하셨던 우리 할머니
타국에서 어느 날 꿈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뵈었고
말씀은 없으셨으나 부음을 직감하게 하셨으며
한국을 떠날 때 이별을 숨겼지만 눈치로 알아차리시고
식음을 전폐하시고 글썽이셨던 사랑스러운 할머니, 비나이다 영생을
사랑은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허리를 숙이고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것입니다
-마더 테려사-
과거는 다시 쓸 수 없으나
미래는 얼마든지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오늘 부터 멋진 책을 완성하기 위해 아름답고 멋지게 살아갑시다.
언젠가 책장을 덮는 날이 오겠지요.
오늘 나태하면 미완성의 작품이 되고 무분별하게 살면 추한 작품이 될 것이니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의 노력을 더해야 할 것입니다.
- 옮긴글 -
일이 없으면 만들어 하시던 할머니의 지혜로움을
이제야 저도 알게 되었답니다.
할머님께서 요즘 돌아가셨나요?
우리네 하머니들 생각에 동감입니다
어디 가시기라도하면 행여 먹을 것 들고 오시려나 밤늦도록 기다리기도 했지요
홍시
미국에도 있군요
요즘에야 냉동으로 여름까지 보관하지만
제철밖에 모르던 시절앤 정말 귀했지요......
잘은 모르지만 저도 빌께요 영생을~~
저는 잘 모르는 단풍마지막 보내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드시고 더욱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갔기에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뉴욕 날씨는 좋아졌지만 주중에 오늘이
가장 좋은 날씨가 될 거라 하더군요.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할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답니다.
홍시를 보면 생각이 나서 지어보았답니다.
감사합니다.
1903 ~1996
94세
새롭게 탄생한 정부가 힘찬 도약을 했으면 하면서
건강하신 눈으로 아름다움을 그리셨으면 합니다.
뉴욕은 시원하면서도 좋은 날씨이지만 주중에
오늘이 제일 좋은 날씨가 될 거라 합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눈시울 적시다 갑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꺽이고 바람 따스하니 매화꽃 향기로 봄인사 하지만
아직 朝夕으로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입니다
감기와 친구먹지 말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까치 밥이라며
맨 꼭대기에 홍시 몇개를 따지 않고 남겨 두시던
제 할머니 생각에 눈물 글썽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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