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431

봄은 오는가/배 중진

봄은 오는가/배 중진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다가 너무 지쳐 한 발자국씩 내딛다 보니 벌써 까마득하게 내 처져 있었고 맨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 전반적으로 늦은 봄이지만 남쪽엔 그래도 화사함이 돌고 꽃들도 많이 피었으며 수많은 새들이 즐겁게 지저귀고 있기에 욕심이 동하여 두 눈 가득 정경을 담고 심호흡을 하여 가슴 깊이 춘풍을 들이마시지만 남쪽 바람도 몸을 사리고 꺼리는 눈치요 제자리에서 그저 빙빙 돌고만 있으니 어느 세월 한반도에 꽃은 피려나 간신히 싹을 틔운다 하여도 망나니 같은 삭풍이 불어닥쳐 마저 떨군다면 차라리 나오지 않는 것만 못하리라 2013.04.10 06:30 3,272.9 마일 달렸음. 5,236.64 km yellowday2013.04.10 15:46 여기도 오늘은 겨울 날씨를 하고 ..

詩 2013 2013.04.09

오아시스를 찾아서/배 중진

오아시스를 찾아서/배 중진 넓은 미국을 달리다 보면 목적지를 정한다 해도 제대로 그곳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오아시스는 아닐지라도 적당하게 이 한 몸 하룻밤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지도상으론 가까워 보여도 가도 가도 쉴 곳은 보이지 않고 분명 사람이 사는 곳이건만 주유소만 나타나 다급해지는데 숙박시설이 보인다 해도 반가움에 들어서면 방이 꽉 차 허탕치거나 담배 연기가 배어있는 곳뿐이며 안전치 못한 인상을 받으면 발길을 돌리고 가격이 생각보다 꽤 비싸면 고개까지 설레며 뒤도 돌아보지 않다가도 원하는 곳과 너무 거리가 멀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들어서는데 무리를 해서 먼 길을 잡아 무대뽀로 달려서는 안 되고 무턱대고 고집을 피워서 기분 좋을 리 만무요 무사고와 무서운..

詩 2013 2013.04.05

상처를 보듬는 봄비/배 중진

상처를 보듬는 봄비/배 중진 151년 전에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가 도도히 흐르는 테네시 강물에 물었지만 말이 없었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물은 수북이 쌓인 마른 나뭇잎에 나뒹굴며 누가 듣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니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던 묘지에서도 이상한 기운이 솟고 난데없이 성조기는 펄럭이며 큰소리를 쏟아붓네 나목들은 말없이 빗물에 젖어들고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 독수리가 이런 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었으며 오래된 교회는 침묵으로 묘지를 감싸주네 Shiloh National Military Park, Tennessee April 6-7, 1862 yellowday2013.04.05 16:30 묘지에 비가 내리니 더욱 을씨년스럽습니다. 가까운 분이 떠났나봅니다.

詩 2013 2013.04.05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배 중진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배 중진 딸을 끔찍이나 사랑했던 사람 평소에도 과하다 생각할 정도로 남들 앞에서 친밀감을 표시하더니 진지한 순간을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고 이 그림을 그릴 땐 분명 딸을 생각했겠고 진주같이 영롱한 눈빛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눈과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부름이 있었는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빛나는 진주 귀고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천진난만한 눈동자와 더불어 반겨주는 해맑은 미소는 아무리 어려운 일로 지친 하루였지만 피로는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지고 날마다 새로운 희망으로 부풀었으리라 사랑하는 딸은 신혼살림을 차려 방은 텅 비었으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밖을 응시하고 고양이 Bill과 Frank는 영문도 모른 체 기다리지만 출장 떠난 사람은 돌아올 줄을 모르며 화장으로 한 줌의 재로 변했다는..

詩 2013 2013.04.03

영원한 삶/배 중진

영원한 삶/배 중진 Eternal life, Eternal love. 얼마나 좋은 표어인가 그렇게만 산다면 그렇게 살지를 못하기에 저렇게 바위에 새겼으며 이렇게 읽고서 반성함은 어떻게 맺어진 운명인가 경치가 빼어나 찾는 이도 많고 혹여나 문제가 있는 사랑이면 가능한 실마리 찾아 풀어갔으면 해서 과거에 찬란한 외국 문화의 부흥을 보여주네 비가 내렸다가 햇빛이 반짝였다 그래도 많은 조문객이 방문했고 한 인간의 삶을 축복하기 위하여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추억을 상기하네 yellowday2013.04.04 13:21 조문을 마치고 돌아 오셨나봅니다.

詩 2013 2013.04.03

치타의 사랑/배 중진

치타의 사랑/배 중진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곳 우연히 만난 치타들 세 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 간의 사랑싸움 누가 차지하는가의 치열한 싸움인데 정작 당사자인 암놈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며 수놈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어 운명을 저주하는 데 죽음의 사자가 진작부터 이들을 미행하고 있었고 싸움은 점점 치열해가며 주위를 의식지 않고 저희끼리 날뛰니 절호의 찬스가 따로 없었으며 아무리 날렵한 치타라 해도 방비가 허술하여 단 한 번의 기습으로 불쌍한 암컷은 명을 다하고 수컷 한 마리가 좀 늦었다 싶었는데 결국은 이때 부상을 당하여 멀리 도망가지도 못하니 남아있는 두 마리가 부상당한 수놈을 공격하며 또 쟁탈전을 벌이는데 이땐 암컷이 죽은 줄도 몰랐고 한 마리의 희생자에 만족..

詩 2013 2013.04.03

봄날의 흰 눈/배 중진

봄날의 흰 눈/배 중진 기분이 들떠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고 화창한 날씨가 반겨주는 것도 아니며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는 봄날에 약간은 무리한 일정으로 몰아치네 끊임없이 눈은 쏟아져도 쌓이지는 않고 거세게 달리는 차의 창문을 난타하지만 빗길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두려울 것이 없었고 짓눌린 겨울의 끝자락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설경 아무 생각도 없이 바라보는 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저 조화에 감탄을 하고 환호를 지르며 내달리니 지루하고도 멀게만 느끼던 장정을 쉽게 달렸고 생각보다 안전하고 멋진 추억을 만들어 또 다른 면의 미국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며 앞으로 닥칠 다른 미국을 신선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험한 세상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yellowday2013.03.28 13:42 4/10일에..

詩 2013 201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