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배 중진 꿈에 그리던 만리포를 갔는데 고교 시절의 그 만리포가 없었다 바다 쪽이 육지가 되었고 육지 쪽이 바다로 보여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이 지긋하신 분에게 여쭈어보았다 인천으로 가던 연락선을 어디에서 탔었느냐고 저쪽이라고 하면서 가리킬 때 나는 우리에게 마지막 떨이로 상한 조개를 팔던 아주머니가 머리에 이고 오시는 정경이 눈에 선했다 그러면서 방향감각을 되찾았고 우리가 천막을 쳤던 곳을 아련하게 보았지만 그때의 소나무와 깨끗한 모래언덕 그리고 흐르던 맑은 물은 너무 멀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더 자세하게 기억을 더듬고 싶었지만 일행도 있고 아픈 기억을 들춰내기도 싫었다 상한 조갯국을 끓여 먹고 비가 부슬 내리는 밤중에, 밤새 설사하고 구토하고 배를 움켜쥐고 오한에 떨던 처참한 몰골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