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배 중진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동생 친구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어려움도 잘 견디면서 이곳까지 도달했는데
남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그것도 19층에서
모처럼 부산에서 남편 친구들이 막 회포를 풀려고 하는 순간에
수상쩍은 괴전화가 오더니
급기야는 사달이 나고 말았다
모임도 잠시 혼비백산한 남편은 대전으로 튀고
친구들도 뒤따라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병원으로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기상천외한 사건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최대의 고비를 갓 넘어선 60대에게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망자에겐 불행이
남은 가족 및 친척, 친구들에게도 죄의식을 안긴 채 말이다
좀 더 살펴봤어야 하는 건데
봄이 되어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에
우리 인간들만 거꾸로 가는 것인지
후배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고
최악의 악몽을 어떻게 해서라도 극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