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배 중진 한가위/배 중진 한자리에 같이한 사촌들의 모습이 한가위같이 넉넉함으로 다가옵니다 한가롭고 여유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한시름 놓은 것이 우애를 다지며 땀을 같이 흘리면서 벌초를 끝냈기에 대견스러운 모습이기도 하지요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올해는 혈육의 정을 가.. 詩 2018 2018.09.23
홀로 남은 까마귀/배 중진 홀로 남은 까마귀/배 중진 부지런한 까마귀들 벌써 아침을 해결한 모양인지 여름에 살아남은 높은 나무에 앉아 무슨 담판을 벌이는 듯 옆 건물 옥상까지 차지하고 열띤 논쟁이 끝날 줄을 모른다 오늘은 일요일 모처럼 햇볕을 맞이하여 하늘 높고 매우 청명한 가을 날씨로 비구름 온데간.. 詩 2018 2018.09.17
때까치/배 중진 때까치/배 중진 때까치 둥지가 있는 근처를 지나간다는 것은 벌떼를 건드린 듯 마구 들고 일어나는데 극성스러운 때까치도 꽃을 흔드니 모든 것 내던지고 달라붙을 줄이야 먹인 줄 착각했는지는 몰라도 어린아이가 지붕에 앉아 있는 때까치를 향해 주위에 있는 꽃을 꺾어 빙빙 돌리면서 .. 詩 2018 2018.09.15
고주망태/배 중진 고주망태/배 중진 통학생이 집에 일찍 가고 싶은 것은 반복되는 생활에서 일탈하여 환희에 젖어보고 싶은 심정이었으리 하늘은 높고 숙제도 없어 구속감을 느끼지 않기에 도망치듯 다음 역으로 앞질러 가 밤차가 아닌 낮차를 간신히 얻어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이 시원함이란 장난.. 詩 2018 2018.09.13
한국인/배 중진 한국인/배 중진 한국말을 사용할 기회가 무척 적은 양반이 모처럼 한국 사람을 만났다 더듬거림 없이 속사포로 유창하게 떠벌린다 상대가 시인이자 종교학 박사이고 항상 미소를 품은 모습이 보기 좋았고 양보를 미덕으로 삼은 듯 매사 조심스러운 행동이기에 혼자 더욱 신이나 미주알.. 詩 2018 2018.09.12
눈치/배 중진 눈치/배 중진 바람이 부는가 봅니다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것을 보니 습도가 높은 모양입니다 냉장고에서 떨어지는 물이 고이는 것을 보니 추위가 엄습하면 나다니는 사람들의 의상을 보고 알게 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을 하여도 도대체 .. 詩 2018 2018.09.12
악연/배 중진 악연/배 중진 날씨도 좋은 날 17살짜리가 사는 집으로 작은 상자가 배달되었고 이름이 적힌 대로 당사자가 궁금증을 가지고 상자를 여는 순간 그 불쌍한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홀로 집에서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 근시안적이고 어린 마음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원인제공을 했고 물건을 팔 .. 詩 2018 2018.09.12
바닷가의 능소화/배 중진 바닷가의 능소화/배 중진 오시지 않는 임의 발소리를 행여나 들으려고 능소화의 줄기는 남보다 먼저 뻗쳐오르려다가 늘어졌고 꽃잎은 나팔같이 점점 커졌지 싶어도 불타는 사랑을 채워줄 수 없는 임이시여 무정한 임이시여 어느 곳에서 길을 잃으셨나요 왜 못 오시나요 사랑은 영원치 .. 詩 2018 2018.09.11
여름이 떠나가는 소리/배 중진 여름이 떠나가는 소리/배 중진 땡볕이 좍좍 쏟아진다 거리엔 아무도 없고 개미 새끼조차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땀방울만 뭉쳐진다 뜸을 들인다 생각했는데 구름이 꾸물거리며 몰려오기 시작하고 난데없이 벼락 치니 천둥이 떠나갈 듯 울려 헐떡이고 있던 까마귀들이 마구 들고 일어나 어.. 詩 2018 2018.09.07
고추잠자리/배 중진 고추잠자리/배 중진 정신없이 뛰노는 손주 놈들에게 거미가 진을 치고 걸리기만 숨죽이고 있음을 알 까닭이 없고 거미줄이 보일 리가 만무했다 작대기에 몽당비를 매고 농촌집을 구석구석 다니시며 휘저으시는 모습만 지금에서야 추억한다 거미 한 마리 더 있다고 하여 크게 잘못될 일.. 詩 2018 201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