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한국인/배 중진

배중진 2018. 9. 12. 05:58

한국인/배 중진


한국말을 사용할 기회가 무척 적은 양반이

모처럼 한국 사람을 만났다

더듬거림 없이 속사포로 유창하게 떠벌린다


상대가 시인이자 종교학 박사이고

항상 미소를 품은 모습이 보기 좋았고

양보를 미덕으로 삼은 듯

매사 조심스러운 행동이기에


혼자 더욱 신이나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주절거린다


듣기보다는 쏟아내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내용도 알차지 못했다


점점 목젖이 아파진다

필요 이상으로 떠벌려

화를 자초했지 싶고

남을 흉보았다면 이미 늦었으며

그녀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

시인이자 종교학 박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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