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악연/배 중진

배중진 2018. 9. 12. 05:25

악연/배 중진


날씨도 좋은 날

17살짜리가 사는 집으로

작은 상자가 배달되었고

이름이 적힌 대로

당사자가 궁금증을 가지고 상자를 여는 순간

그 불쌍한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홀로 집에서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 

근시안적이고 어린 마음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원인제공을 했고

물건을 팔 때 더 싼 물건을 대신 보냈으며

불만의 전화가 올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피했는데


손기술은 좋았어도

상술을 몰랐고

허술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치니

술술 잘 풀리는가 싶었는데

제 기만술에 나가떨어질 줄이야


독기를 품은 사람이 있었고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안면도 없는 사람을 미워했고

손해 보았다고 복수를 다짐하게 했으며

결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남을 사랑하지도 않고

원망과 증오에 사로잡혀

상대를 해치기 위해 고심을 하다가

급기야는 사제폭탄을 제조하여 보냈던 것이었지요


시간이 있었는데

원수를 품을 여유가 있었는데

눈이 멀었던가 봅니다

둘 다 불행에 빠져

하나는 남을 희롱하다가 영원히 사라졌고

회개를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한 사람은 감방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이런 악연도 드물지 싶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우리의 만남은 악연이 아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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