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고추잠자리/배 중진

배중진 2018. 9. 5. 07:41

고추잠자리/배 중진


정신없이 뛰노는 손주 놈들에게

거미가 진을 치고 걸리기만 숨죽이고 있음을 알 까닭이 없고

거미줄이 보일 리가 만무했다


작대기에 몽당비를 매고

농촌집을 구석구석 다니시며

휘저으시는 모습만 지금에서야 추억한다


거미 한 마리 더 있다고 하여

크게 잘못될 일이 없는 농촌이지만

불쌍하게 걸리는 것은 누구란 말인가


할 일이 없으셔

뒷짐 지고 

곰방대만 물고 다니시지만


잔말이 필요 없고

뭔가 솔선수범하시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 뜻을 헤아리던 시절이 있었지


텅 벼 다 쓰러져 가는 농가

가을 하늘 높은데

고추잠자리만 높이 떠다니며 분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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