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배 중진
정신없이 뛰노는 손주 놈들에게
거미가 진을 치고 걸리기만 숨죽이고 있음을 알 까닭이 없고
거미줄이 보일 리가 만무했다
작대기에 몽당비를 매고
농촌집을 구석구석 다니시며
휘저으시는 모습만 지금에서야 추억한다
거미 한 마리 더 있다고 하여
크게 잘못될 일이 없는 농촌이지만
불쌍하게 걸리는 것은 누구란 말인가
할 일이 없으셔
뒷짐 지고
곰방대만 물고 다니시지만
잔말이 필요 없고
뭔가 솔선수범하시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 뜻을 헤아리던 시절이 있었지
텅 벼 다 쓰러져 가는 농가
가을 하늘 높은데
고추잠자리만 높이 떠다니며 분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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