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기억 속의 어머니/배 중진

배중진 2018. 9. 1. 02:59

기억 속의 어머니/배 중진


눈물범벅이 되신 어머니와 마지막 작별할 때를 떠올리며

어머니의 주름살을 헤아려 보지만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어머니의 흰 머리칼도 그려 보지만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전화로 언제나 따스한 말씀만 하시고 농담만 하셔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옐로스톤의 밤하늘을 뒤덮을 때까지
무심하게 무수한 별만 세고 따라가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허둥지둥 몸부림치며 통곡해보았지만, 늑대와 들짐승들의 아비규환만이 들려 오이다

밤길같이 되돌아가는 길이 막연하기만 한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여행길 진정시키며 어렵사리 머나먼 고국 땅을 밟으니

고향산천이 전혀 달갑게 맞아주지 않았습니다

안길 마음도 없었고 슬픔만이 가득한 꿈의 집이었습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마을이었던가요

꿈에서조차도 잊지 못한 동네였지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전혀 반갑지가 않았고 서러움만이 솟구쳤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싱겁게 사별할 줄이야 알았겠는지요


자꾸 어디선가 부르실 것 같아

미소 띠고 금방 나타나실 것 같아

어머니가 계시던 부엌을 흘끔흘끔 들여다보고 또 보아도

묵묵부답이었고 텅 빈 고향 집이 되었지요

끝내 뵙지도 못하고 외로워하시는 아버지 홀로 남겨 놓고

고국을 언제나처럼 황망히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네 슬픈 인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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