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촌음/배 중진

배중진 2018. 9. 2. 01:08

촌음/배 중진


조금 시원하다 느꼈는데

채 물들지 않은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네요

성급할 것이 전혀 아니지 싶은데

직감적으로 본능이 발동했는가 봅니다


귀한 포도를 한 알씩 껍질 속까지 빨아 먹기를 좋아하는데

동생은 씨까지 게 눈 감추듯 꿀꺽 삼키고

새로운 송이를 집어 들어

다 빼앗길 것 같은 위기감에 젖어

몫을 챙기는 무리수를 두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알록달록 고운 잎으로 강산을 뒤덮어

아름답게 꾸며 놓고

서서히 음미할 시간을 주면 안 되나요

한여름 힘겨워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아직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이지만

시계는 거침없이 똑딱거리며

재촉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네요


고생을 했기에 더 달게 다가오는 이 가을

소중한 결실의 순간

모두가 인생의 참맛을 아는 계절이 오래 같이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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