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233

가을은/배 중진

가을은/배 중진 가을은 짓궂은 개구쟁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져다주곤 울긋불긋 차려입고 나들이할라치면 추적추적 가을비 뿌려 하늘을 우러러 망연자실하고 있으면 강한 바람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그것도 분에 차지 않는지 낄낄거리며 흩어진 낙엽 다 쓸어가고 오래 있길 기원하는데도 주섬주섬 세워둔 허수아비 들고 달아나 쓸쓸한 들판만 남기고 떠나가네 저 넓은 들판 채워 놓으면 다시 오마하고 그래도 그리워 올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느라 일 년은 꼬빡 늙어가는데 세월은 유수와 같다지 세상의빛님 글 중에서 10월은 구절초의 계절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꼽히는데요. 구절초의 꽃말은 '순수',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뉴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꽃말보다 꽃을 먼저 보았기에 영어 이름도 모..

詩 2016 2016.10.23

가을/배 중진

가을/배 중진 빛을 반사하여 모든 것을 깨우는 것이 아니고 빗물을 촉촉이 받아들여 더욱 고요한 아침 어둠이 물러난 자리 안개에 휩싸여 조용하니 누적되었어도 바삭바삭하던 잎들 부딪치는 소리 대신 사각사각하며 발에 밟히고 추적추적 가랑비 내리는 가을 바람아 멈추어다오 쓸쓸한 잎새들 떨어지게 하지 말아다오 내 마음도 갈 곳 잃어 간신히 잡고 있는 신세 정처없는 길 떠나가게 하지 말아다오 며칠 더 말미를 다오 곡은 귀에 익숙한데 가사는 처음 듣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절정에 도달한 뉴욕입니다. 빛이 바래지기 전에 눈에 담으려고 하여도 어제와 오늘은 구름과 비가 쏟아져 떠나는 임을 뒤에서 바라보는 아픔이기도 하더군요. 원한다고 기다릴 자연이 아니기에 이해하면서도 궂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답니다. 멋진 시간..

詩 2016 2016.10.22

사랑/배 중진

사랑/배 중진 찬란하게 빛나는 날 바람도 즐거운가 봐 아름다운 단풍을 가만두지 못하고 요리조리 살피다 입맞춤을 했는지 붉은색을 띠면서 황급하게 쏟아져 당혹감을 감추네 첫눈이 내리듯 낙엽은 쌓이고 가슴이 뛰면서 그리움 솟구쳐 연인은 서로를 부르네 떨어져 있어도 사랑한다고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할 때 잘 지켜야 하지요. 돈이 있고 명예가 있고 권력을 부리는 사람도 자칫 관리를 잘못하여 불행해지는 것은 순간이지요. 꽃의 아름다움이 오래가지 않듯 우리의 건강도 영원한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파랑나비님 댓글 세상을 보는 지혜 155 친구는 그대 스스로 선택하라. 그대의 분별력의 시험을 거치고 행운과 불행의 교차 속에서도 여전히 친구로 남아 있는 사람만이 친구이다. 그리고 친구를 선..

詩 2016 2016.10.20

가을이 영원했으면/배 중진

가을이 영원했으면/배 중진 하늘 맑고 바람 졸고 색깔 좋고 아름다운 단풍은 잠시 한때 고요함이 있어야 하고 빛이 있어야 하니 하루에도 하늘을 올려다보길 수십 번씩 하면서 오늘은 어느 곳으로 떠나갈까 생각을 하게 되지요 짐작은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은 갈대 같은 심정 운이 좋아 마음에 담는 정경도 화려하고 거울같이 반사하는 가을이 당분간 계속되었으면 하지요 욕망은 그치지 않고 더욱 영글어 가 피곤함도 잊은 채 잠 못 이루는 긴 밤을 맞이하며 내일도 하늘이 맑고 바람은 미동도 하지 않고 마냥 자 내 마음 둥실 떠다닐 수 있길 기원합니다 어제는 여름 같은 날씨로 매우 찐 날씨였고 역대 기록과 같았으며 오늘까지 매우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면서 기록 경신도 예상하고 있답니다. 하늘이 매우 깨끗하지는 않고 구름으..

詩 2016 2016.10.20

확인/배 중진

확인/배 중진 친구의 유골을 납골당 안에 모셔 놓고 떠나온 지 벌써 삼 개월 당사자가 잘 알아서 처리했으리라 믿으면서도 절차상 성명을 새긴 것을 이제껏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근처에 사는 다른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공동묘지를 둘러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영원하게 새긴 성명을 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는데 한 때를 풍미했던 삶은 이름과 출생연도와 사망연도만으로 짤막하게 표시되어 허무하기까지 했는데 남들도 다 그렇게 간단하게 남겨 놓았으니 어쩔 수 없었고 사연이 없는 묘가 있으랴마는 안타까운 것은 매우 짧게 살다가 떠나신 분들이다 비슷비슷한 비석에 전혀 모르는 주검끼리 비석을 서로 의지하며 이름도 다양하게 섞여 있는데 사진도 있지만 몇 세에 세상을 하직했는가가 주 관심사였고 ..

詩 2016 2016.10.17

수렵월/배 중진

수렵월/배 중진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12시간 있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선뜻 이것을 해야겠다 내키는 것이 없어 TV를 켜 놓고 이리저리 죄 없는 채널을 유린하듯 클릭하지만 내용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 밖의 경치가 너무나 황홀한 지경이라서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너무 먼 곳에 있고 가까운 곳은 찾아가는 길이 두려워 초조하게 자꾸 시계만 응시하며 단풍의 세계를 망연하게 보내다가 산엔 둘이 가야 할 것 같아 미루고 바닷가에서 월출을 구경하려고 가깝고 아주 잘 아는 곳으로 뭉그적거리며 떠났는데 생각보다 무척 더웠고 벗은 사람들이 철 지난 해변에 가득했으며 갈매기도 사람도 먹을 것을 줍느라 고개를 숙이고 낚시꾼들은 바다를 들어 올리느라 파도와 겨루는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은 과감하게..

詩 2016 2016.10.16

밝은 내일이 있는 곳/배 중진

밝은 내일이 있는 곳/배 중진 끊임없이 파도는 밀려왔다가 쓸려가고 섬은 부서져 바위로 되었다가 점점 작아져 모래로 변하고 과거가 있었다면 내가 존재하는 현재가 있어 옛날이야기도 하고 오늘이 지나면 미래라고 하면서 나는 모래가 되고 파도가 무섭고 시간이 두려운데 썰물이 되니 갈매기도 사람도 먹을 것을 찾아 자갈처럼 엎드려 있다 모르는 사람은 지나치고 아는 사람만 이곳을 찾는데 옛날에도 그랬듯이 흰머리독수리까지 찾아와 높은 나무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고 까마귀만 아우성인 곳에 갈까마귀의 우렁차면서도 묵직한 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곳 옛날이 살아 있고 밝은 미래가 출발하는 곳인가 보다 갈까마귀 큰 까마귀 도처에 소국을 진열해놓고 가을임을 즐기고 있는 뉴욕입니다. 식물원에도 특별전시를 시작했더군요. 조만간 구경..

詩 2016 2016.10.16

시각장애인의 가을/배 중진

시각장애인의 가을/배 중진 늘 산책하던 길을 벗어나 상점이 즐비하고 사람이 붐비는 거리로 들어서 그곳의 가을을 구경하려고 했던 것은 생각보다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온화한 기온이고 어두컴컴한 집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예정된 시간이 아니어도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이 좋으리라 여겼기 때문에 일찍 나섰는데 다른 곳보다도 훨씬 넓은 인도와 아파트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두 분의 할아버지가 팔짱을 거의 끼다시피 하고 걷는 것이 보였는데 일부러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오른쪽 꼿꼿한 흰머리 소유자가 내젓는 지팡이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안내자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뒤를 따라가다가 멈춰선 둘을 우회하여 무슨 말을 주고받나 귀만을 고정한 채 조심스레 앞장서서 걸으면서도 몹시 궁금하여 힐끔 ..

詩 2016 2016.10.13

나무/배 중진

나무/배 중진 오늘도 나무는 아무 말이 없다 간혹 바람이 불어와 흔들어도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무감각하다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 슬프면 슬픈 감정 표현하고 몹시 덥거나 추운 날씨는 빼놓지 않고 기록하며 주위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까지 자세하게 적어 놓아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일이 보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나무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아라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여 보아라 즉석 대답은 없을지라도 나이테는 다 알고 있어 묵묵히 그대를 품어 줄 뿐이다 후련한 마음 되어 위안이 될 것이다 단풍나무, maple leaf 단풍나무 잎(Canada의 표장) 나무는 증인이라 속일 수가 없다.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주위의 자양분을 있는 그대로 빨아들인다.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

詩 2016 2016.10.12

시월의 목련화/배 중진

시월의 목련화/배 중진 봄에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련화가 꽃을 피우려 할 때 숨을 죽이며 순간을 기다렸답니다. 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추운 날씨였지만 희망이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느 몹쓸 날 혹독한 날씨가 느닷없이 기습하니 그 아름다움이 추한 몰골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작은 소망은 처참하게 녹슬어 가 엄청난 슬픔을 안겨주며 땅에 곤두박질치고 말았지요 그렇게 짧은 봄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간신히 다른 봄꽃들이 자리를 메꾸었지만 목련의 안타까운 사랑을 잊을 수 없었는데 어느 여름날부터 하나둘 목련 송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봄날의 신선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봄보다 더 신기하기만 했답니다 가을에도 두려움을 가지고 매일 목련 나무를 올려다보며 눈치를 보았는데 비가 쏟아진 뒤 춥고 바람이 강했던..

詩 2016 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