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233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이 큰지 작은지 알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동네의 못된 청년들이 눈깔방맹이라고 놀렸다 그래도 눈이 큰지 작은지 몰랐는데 지들끼리 흥에 겨워 욕지거리를 덧붙인다 엄마의 치마꼬리를 붙잡고 다시 눈이 작게 나아달라고 칭얼거렸단다 동네에서 절대로 깔볼 수 없는 집안의 손자인데 어찌 저놈들은 어린아이의 가슴에 평생 가는 상처를 입히고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을 재미있다는 투로 지껄였을까 용서하려고 해도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분한 마음은 잊히지 않았고 죄 없는 우리 엄마를 욕되게 했으니 동네지 간이라 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다 아무런 의미 없이 골려주려고 했던 말이겠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아이에게 너무 심했지 않았나 생각도 하며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까마귀고기를..

詩 2016 2016.10.09

독감 예방 주사/배 중진

독감 예방 주사/배 중진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싶지 않아도 큰일 당하기 전에 미리 방비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벼르고 벼르다 따끔하게 맞았는데 몇 시간 후부터 맞은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여 욱신욱신하며 무겁고 목구멍이 칼칼하면서 마른기침 몇 번 하더니 자꾸 가래가 나와 옷을 껴입고 목을 목도리로 감싸고 입안에 sugar free halls를 집어넣는다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건강한 상태로 혹독한 겨울을 나려면 부품 갈아주고 엔진 오일 점검하여 고장 나지 않고 긴 겨울을 달려나가야 하니까 이 정도 시련은 전에도 경험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즐겁게 시월을 맞이할 생각이다 천사노래2016.10.08 23:03 예방주사 맞으셨군요~ 건강하시여 멋진시월 되시길요~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많은 잎들이 떨어지는 ..

詩 2016 2016.10.08

매미 소리는 사라지고/배 중진

매미 소리는 사라지고/배 중진 정신없이 바닷가로 달리다 보니 매미와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했음을 느낀 것은 깜깜한 바다의 한가운데였더라 무섭게 파도는 부서지고 거대한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나아갈 때 풀벌레 소리 날 리가 없었고 흰 구름이 매미 소리 감싸 안고 저만치 흘렀으리 매미의 삶은 그렇게 끝났고 나도 살던 곳으로 유람이 끝나 돌아가면 여행을 마치게 되겠지 무더웠던 뙤약볕 아래 그대의 노랫소리 있어 청량제 역할 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음을 이제사 뒤늦게 감사드리네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joolychoi님 댓글 시인 소로는 말했습니다 "인생은 짧고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마다 존재의 경이로움에 놀라며 삶의 의미를 맛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알알이 소중한 시간들인가" 그러기에 ..

詩 2016 2016.10.08

석양/배 중진

석양/배 중진 벼르고 별렀던 순간 날마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가슴은 뛰고 숨은 턱 막혀 작은 구멍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우러러 보았던가 제발, 오늘이기를 맑기만한 하늘도 아니요 먹구름 낀 저녁도 필요없이 적당하게 섞인 하늘이 열리기를 하늘은 붉게 타오르고 구름도 가던 길 멈추고 파도는 들끓고 바람도 멎는 순간 긴 하루를 원하지 않았고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찰라를 위해서 오늘도 존재했다 /용광로 뉴욕의 아침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지만 매우 맑은 일출이었답니다. 건물은 그렇게 아름다운 햇살이 반사될 수 없었고 아침 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붉게 빛나더군요. 일출이나 일몰이나 시작과 끝이 아름다우니 하루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지요.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위치에 따라 ..

詩 2016 2016.10.07

자존심/배 중진

자존심/배 중진 오랜 시간 닳고 닳아 볼품없는 비누 조각 거품도 일지 않고 손바닥 안에서 다루기도 힘들지만 자신은 아직도 그 옛날의 비누로 생각하는지 새로운 비누와 같이 사용한 후 힘있게 눌러 하나의 비누가 되달라고 애원해도 막무가내로 밀쳐 살살 달래면서 소중하게 다룬다 향긋한 옛 기억을 더듬다 누군가 그리워 하나가 되고 싶다고 할 때까지 오솔길2016.10.06 04:42 배중진님~ 안녕하세요 ^~^고운 시 읽으며 잠시 쉬다 갑니다 때로는 옛날이 오늘보다 좋았는데...할 때가 있습니다 성경책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옛날이 오늘보다 나은 것이 어찜이냐 하지 말라 이렇게 묻는 것이 지혜가 아니니라""/전도서 7장 10절 님~건강에 유의하시고 주님의 평강이 가득한 나날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詩 2016 2016.10.06

은행나무/배 중진

은행나무/배 중진 노란 잎이 겨울 준비를 하다가 떨어져 뒹굴어 혹시나 은행을 찾아보았으나 그 많은 가지에 하나도 보이지 않아 봄에 예상치 않은 추위가 저렇게 만들었지 싶기도 하고 헛되이 보낸 한 해가 아닐까 염려가 되지만서도 떨어진 노란 잎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얌전을 빼는 듯하여 밉기까지 했지만 냄새나는 은행알이 뒹굴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던 작년이 생각나고 올핸 피해가지 않아도 될성싶어 미안하지만 반갑기도 하다 길목을 막고 오랫동안 행세를 했었고 코를 막고 뛰다시피 지나갔으며 훗날 그 씨는 찾을 길이 없어 의아하게 했었는데 올핸 피해가지 않아도 될성싶어 미안하지만 반갑기까지도 하다 올핸 피해가지 않아도 될성싶어 미안하지만 반갑기도 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저 걸어가기만 하면..

詩 2016 2016.10.06

바다/배 중진

바다/배 중진 바다에 오랫동안 나가 있으니 풀벌레 소리가 들리지 않더군요 가을이 왔음을 알고 떠났는데 아침과 저녁은 싸늘한 공기가 폐부를 찔러 오면서 겨울임을 느꼈답니다 준비한 옷을 하나둘 더 껴입었어도 찬바람 앞에서는 머리가 냉하고 손이 시려 오래 견디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와야 했지요 거친 파도가 밀려왔다 뱃머리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는데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성난 물살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깜깜한 밤도 두려워하지 않는듯했지요 밤새 물결을 헤치고 도달한 곳은 이제까지 살던 곳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이었으며 수많은 승객을 맞이하려는 대형버스들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낯선 항구는 부산하고 유명세를 치르는 명승지는 유람객들의 기억 속으로 알알이 들어박히게 되는가 봅니다 오솔길2016.10.05 16:24 배..

詩 2016 2016.10.05

고추잠자리/배 중진

고추잠자리/배 중진 고추잠자리는 자신이 평화수호자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정한 공간을 자기 영역이라 생각하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지키다가 누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빨갛게 상기되어 득달같이 날아올라 멀리 쫓아 보낸다 그리곤 방향을 홱 돌려 제자리로 돌아와선 눈을 부릅뜨고 무섭게 노려보다가 슬그머니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화기를 풀면서 미동도 하지 않고 눈알만 돌리던지 머리만 움직인다 맵고 작은 것이 승자가 되어 오랫동안 가을 하늘 아래 자리를 지킨다 가을 하늘은 고추잠자리가 둥둥 떠다니며 감시한다 법정 스님의 글인 줄 처음부터 알았답니다. 홀로 지내시며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범인이 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싶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은 저도 매우 좋아하고 그리워 한답..

詩 2016 2016.09.20

가을에 피는 목련/배 중진

가을에 피는 목련/배 중진 참, 이상했던 봄 날씨였고 그때 피지 못한 목련이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고 있는데 봄에 피지 못한 이유야 뻔하지만 그렇다고 가을에 필 것까지는 없을 텐데 아마도 한가위 달이 연사흘 크게 밝혀주니 사랑의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닌지 봄처럼 수려하고 하나 티 없이 밝은 표정은 아닐지라도 명색이 목련화가 아니던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을까 별님일까 달님일까 해님일까? 고추잠자리가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영역을 지키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던 시간이랍니다. 앉았던 자리 다시 찾아 앉고 누가 나타나면 발진하여 쫓아 보내고 그리곤 평화를 느끼는지 눈알만 굴리곤 하지요. 멋진 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레드님 댓글 산상 ( 山上 ) 거리가 바둑판처럼 보이고, 강물이 배암이 새끼처럼 기는 산 위에 까..

詩 2016 2016.09.20

무릎이 아픈 것은/배 중진

무릎이 아픈 것은/배 중진 가을비가 억수로 쏟아진 후 산책길을 걷다 보니 낙엽을 밟지 않을 수가 없었고 고통 소리가 발끝으로 전해져서일까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 구름이 걷히듯 아픔도 싹 가시리 으스스 추워지는 날씨에 엘모2016.09.27 08:52 그럴스만 있다면 얼매나 좋을까요 ㅎㅎ 저는 다음 주에 무릎 수술 합니다요 ㅎㅎ Catalina2016.10.05 14:27 그러셨어여~배 선생님?" 이젠. 녹슬어가는 기억과 육체의 비명 같습니다. 여유가 생긴 뒤에 남을 도우려 하면 결코 그런 날은 없을 것이고, 여가가 생긴 뒤에 책을 읽으려 하면 결코 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정약용- 우주의주인공님 댓글 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연약할 때 자기를 알고 힘을 기를 줄 아는 ..

詩 2016 201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