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목련화/배 중진
봄에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련화가
꽃을 피우려 할 때 숨을 죽이며 순간을 기다렸답니다.
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추운 날씨였지만 희망이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느 몹쓸 날
혹독한 날씨가 느닷없이 기습하니
그 아름다움이 추한 몰골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작은 소망은 처참하게 녹슬어 가
엄청난 슬픔을 안겨주며
땅에 곤두박질치고 말았지요
그렇게 짧은 봄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간신히 다른 봄꽃들이 자리를 메꾸었지만
목련의 안타까운 사랑을 잊을 수 없었는데
어느 여름날부터
하나둘 목련 송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봄날의 신선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봄보다 더 신기하기만 했답니다
가을에도
두려움을 가지고
매일 목련 나무를 올려다보며
눈치를 보았는데
비가 쏟아진 뒤 춥고 바람이 강했던 어제도
몇 송이가 피었고 봉오리로 견디고 있음을 보았지요
낙엽이 뒹굴고
근처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꽃을 피운 자목련을
눈이 올 때까지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늦은 봄에도 눈이 내렸을 때
가상하게 피었던 꽃이었으니 말이지요
날씨가 좋지 않아 푸념하던 순간이 있었다면
오랫동안 목련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짧은 봄의 실망을 만회하고도 남았답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같이 소중히 여겨라.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을 네가 먼저 그에게 베풀어라.
-공자-
봄에 피는 목련은 추위에 강하지만 너무 추우니까 녹슨 듯이 색이 변하고 떨어져 보는 이를
아프게도 합니다. 그러더니 8월, 9월, 그리고 시월까지 몇 개씩 나오는 꽃봉오리를 볼 수 있었던
뉴욕이랍니다. 날씨 좋고 아마도 봄에 피우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한다고 저는 보았답니다.
못 핀 것이 피는 것인지 아니면 또는 생명력이 강한 마디의 꽃눈이 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화려하지 않았어도 반갑기 그지없었답니다. 멋진 늦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뉴욕도 단풍이 절정을 넘어서 화려함이 사라졌답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뉴욕이랍니다. 날씨가 좋아 아주 작은 산에 다녀왔는데
아직 화려한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다음 주 정도는 멋질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운동 삼아 가을 정서를 느끼기 위해서는 자주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귀중한
순간이라 느꼈지요. 즐거운 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Cactus님 댓글
완벽을 추구하는 것만이 제일은 아니다
자신이 완벽한듯 자기 것만 주장하여
내세워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완고하며 고지식한 면이 있고
주고 받을 수 있는 들어갈 틈이 없다
조금은 부족한 듯 남아있는 여유가 있고
모자란 듯 아쉬움이 있어 채워주고 받는
원활한 마음에서 자유로움으로 편안하며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남아있을 때
숨통 트일 수 있는 듯한 주고 받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카루스님 댓글
열어보지 않은 선물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 하루는
열어보지 않은 선물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랑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하나 하나 그것을 열어봅니다.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내 마음이, 내 눈과 귀와 손끝이,
발걸음이 그것을 좋아하면
기쁨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될 것이고,
사랑이라 느끼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하루 하루가
사랑과 기쁨의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중에서-
원산님 댓글
몽테뉴가 말하기를 "고결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선함을 믿는다."
라고 했습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은
서로의 선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 사랑의 인사 일부-
파랑나비님 댓글
세상을 보는 지혜 154
화를 낼 때의 기술.
가능하다면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비천한 노여움을 보이지 마라.
현명한 자에게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여움이 생기면 우선 자신이 화내고 있음을 인지하라.
그 다음엔 그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생각하라.
노여움이 어디까지 가야하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를 측정하라.
깊이 생각하여 노여워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구분하라.
적절한 시기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움직일 때 가장 하기 힘든 일은 멈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들이 헤매고 있을 때 홀로 현명할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지혜를 보여주는 것이다.
과도한 열정이란 모두 이성적인 본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7/17/2017
여름에 피는 목련/배 중진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피었던 목련이
희망을 주었다면
그 당시 피지 못했던 목련이
뜨거운 여름에 피면서
소름 돋게 하는데
잎 없이 피던 시절이 있었다면
무성한 잎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어도
듬성듬성 핀 꽃을 보면서
싫지만은 않았고
전에는 몰랐는데
계절마다 피는 이유를
누가 있어 속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으랴
제철에 우르르 쏟아진 참외가 꿀맛이라면
뒤늦게 나온 것은 장아찌로 사용하듯
하늘 높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목련은 끝내지 못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겠지
7/23/2018
7/23/2018 매미 소리 처음으로 들었음.
최근 몇 년간 자목련이 9월과 시월에도 몇 송이 피고 있음을 감지했답니다.
전에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현실인데 봄과 비교할 만큼 많이 피지는
않았고 상태도 깨끗하지 못했지만 제철이 아니라서 관심 사항입니다.
뉴욕도 5도까지 내려가는 날씨로 급변하여 옷을 바꿔 입어야 했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7월의 목련화/배 중진
7월에 목련이 핀 것도 몰랐다가
떨어지고 나서야 알았네
소나기가 쏟아졌다
햇빛이 내렸다 하길 수십 번
괴상한 날이었고
이렇게 비가 많이 퍼부은 날도 드물지 싶은 날
지저분하게 떨어진 목련꽃이 보여
올려다보니
아직도 환한 모습이라
반갑기 그지없지만
누군가 보아주길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랑인 줄도 몰랐다가
떠나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알았듯이
목련은 그렇게 다가왔었구나
'詩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각장애인의 가을/배 중진 (0) | 2016.10.13 |
---|---|
나무/배 중진 (0) | 2016.10.12 |
눈깔방맹이/배 중진 (0) | 2016.10.09 |
독감 예방 주사/배 중진 (0) | 2016.10.08 |
매미 소리는 사라지고/배 중진 (0) | 2016.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