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233

허탈감을 남기고 떠난 친구/배 중진

허탈감을 남기고 떠난 친구/배 중진 자주 연락은 하지 못했어도 저 높고 넓은 하늘 아래 건강하게 잘살고 있으리라 생각했고 가끔 같이 즐겼던 Tennis Court에 나아가 친구의 그림자라도 찾아보려고 헤맸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옆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친구의 부인이었음을 확인한 후 생전 친구의 웃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아 고통스럽고 이것이 운명이라면 감수하여야 하겠지 생각하면서도 허탈감과 공허함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다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Tennis를 하면서 너무 정을 쌓았던 것은 아닌가 존재의 막연함에서 죽음을 알게 된 뒤였지만 봄꽃은 조용히 날씨를 탓하지도 않고 언제나 와 같이 피고 졌으며 우리가 뛰놀던 곳은 새로운 물결로 가득 찼고 많지도 않은 친구 중에 영영 만날 수 ..

詩 2016 2016.06.21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배 중진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배 중진 어떤 기회에 만나 친구가 되었어도 가까이할 수 없어 우리 모두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사각 화면에서 제자리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정이 쌓이면서도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보고 나서 시시하다고 할까 봐 거리를 두고 지켜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소식 없어 무척 궁금하지만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해명할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겠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것은 없어도 남들이 먹고 마시고 구경한 곳을 보면서 시기하지 않고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나도 가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습니다. 교통편이 없어 24시간 아무 때나 들려도 누가 뭐라지 않고 형편에 따라 들르고 싶은 친구에게 근황 소식을 짤막하게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취미가 달라 모든 정보 나눌 수는 없어도 각자의..

詩 2016 2016.06.21

밤새 우는 작은 새/배 중진

밤새 우는 작은 새/배 중진 동이 트고 인간의 왕래가 빈번하니 피에 젖은 목구멍을 뚫고 나오던 소리도 점점 잦아드는데 무슨 사연 있길래 밤새도록 울어 젖혔는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누구를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워하는고 날마다 같은 시간에 나타나 하염없이 부르는 이가 애달픈 소리를 듣고 어서 빨리 돌아와 주었으면 하고 달님은 가슴이 반쪽이 되어 바라보고 별님도 초롱초롱 눈물 글썽이며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살며시 지나가니 오로지 듣는 자, 베갯잇을 적시네 Taveta Golden Weaver Crimson-rumped Toucanet 제꼈는가 2016.06.15 22:11 6/5, 5/1(음력) New Moon 6/9, 5/5 단오 6/12 First Quarter 6/20 Full Moon 6/27 Last ..

詩 2016 2016.06.15

소쩍새/배 중진

소쩍새/배 중진 소쩍새가 찾아와 모두가 잠들은 밤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지키다 훌쩍 떠나곤 했었는데 미국 생활 30년이 넘어 이런 일이 없었는데 Mockingbird가 새벽에 귀를 번쩍 뜨이게 하네 하루도 아니었고 이틀도 아니었으며 누구와 이야기할 수도 없는 처지 늦은 밤도 아니고 이른 새벽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틈을 주지 않고 누구에게 저렇게 호령하고 있단 말인가 언제까지 울부짖나 알아보려고 계속 숨을 죽이지만 어느 사이 목소리도 변해 동이 틈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멀리 사라지네 소쩍새는 아픔이 있기에 잊을 수 없으며 고향처럼 잠겨있는데 남을 흉내 내길 좋아하는 저 새는 왜 저리 요란하고 방자하게 지껄이며 누가 듣기를 원하는가 연적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승자라도 된 양 알 수 없어라 제정신..

詩 2016 2016.06.14

장미/배 중진

장미/배 중진 장미는 왜 피는가 고요한 마음 들썩이게 하여 장미가 많이 핀 곳으로 유인하곤 보여주기 싫은지 바람을 핑계로 미친 듯이 휘저으며 오늘은 보고 싶지 않다네 살짝살짝 숨 멈추고 요염한 모습 훔쳐보다 시간이 지나도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떠나긴 떠나는데 떠나는 모습이 싫다며 더욱 요란을 떨고 가시를 들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몇 발짝 가지도 않았는데 돌아보는 심사는 또 무언인가 장미는 왜 지는가 짧은 글이지만 모든 것을 함축했지 싶습니다. 역경이 찾아와 인생에 위기를 맞이하나 용기와 불굴의 정신으로 맞서며 운명이라 여기지 않고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서 재난을 이성으로 극복하며 최선을 다하면 돌아섰던 행운도 다시 찾아와 승자가 될 거라는 굳은 신념과 믿음이 인상적이고 불행한 일을 ..

詩 2016 2016.06.10

상추쌈/배 중진

상추쌈/배 중진 겨우내 지겹게 김치만 먹다가 봄이 되니 냉이가 산뜻하게 상에 올랐고 치마만 둘렀다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보리밭을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가고 아지랑이 먼지 일으키듯 가물가물하니 놀란 종다리 엉겁결에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 제자리에서 팔랑거리며 보금자리 염려하네 모든 것이 졸립던 시절 상추쌈을 먹어서 그렇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시름도 한입에 꿀꺽 이요 악을 쓰던 걱정도 밀어 처넣으니 그만이었으며 어색하던 이웃들끼리 서로 먹여주니 얼음 녹듯 하고 시아버지 앞이라 감추고 싶은 것도 흉이 되지 않았으니 된장이면 어떻고 고추장이라 땀을 흘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지 않았던가 개구리 울음소리 개골개골 끊임없고 소쩍새 슬프게도 소쩍소쩍 훌쩍거릴 때 등잔불 앞에 엎드려 꾸뻑꾸뻑 졸았던 시절 숙제가..

詩 2016 2016.06.08

순간/배 중진

순간/배 중진 호우 성 찬비가 유리창을 거세게 두들기더니 언제였느냐는 듯 뚝 그치고 무지개가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면서 묶였던 발이 풀려 즐겁게 정들은 초목과 인사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데 둔탁한 소리가 뒤쪽에서 두 번 들려오는 순간 섬뜩하여 발을 멈추고 지나왔던 길을 날카롭게 뚫어봤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똑같고 서두르지 않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참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반환점을 되돌아 소리 난 곳으로 걸어오니 막 경찰차가 현장에 도착하고 있었으며 두 대의 차가 떨어져 있었으나 한 대는 갓길을 올라타 STOP sign을 넘어뜨렸으며 할아버지 두 분이 반바지 차림으로 골프를 치고 오던 참이었는지 멋진 Porsche는 앞부분 왼쪽이 부서졌고 85세 정도 보이는 할머니 혼자 Honda에 앉아 계시는데 외상은 보..

詩 2016 2016.06.08

친구의 노래/배 중진

친구의 노래/배 중진 오랜만에 불알친구와 허심탄회하게 저녁 겸 술을 거나하게 마시니 분위기도 좋고 떨어지기 싫은 것은 이심전심이더니 노래방에 가잔다 옛날로 돌아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잔다 아는 노래라곤 흘러간 구닥다리 옛날 노래뿐인데 친구는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벗을 위하여 그동안 친구를 생각하며 익혔던 노래를 손을 꼭 잡아 가슴에 갖다 대고 능청스런 표정을 지으며 몸으로 멋들어지게 불러제꼈는데 아는 노래는 물론 아니었고 처음 듣는 노래였어도 어떤 시의 구절보다도 가슴에 다가와 슬프게도 멀리 떨어져 색바랜 우정이었지만 가슴속에 뜨거움이 치밀기 시작하여 새록새록 말랐던 가슴을 적셔 세월과 거리감을 훌쩍 뛰어넘어 쉽게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갔는데 친구는 무심코 불렀던 노래였을지는 몰라도 정이 그리웠던 친구에게..

詩 2016 2016.06.08

무궁화/배 중진

무궁화/배 중진 오늘도 마냥 기다립니다 남들은 일찍 꽃을 피우고 울적했던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은 후 내년을 기약하며 후회 없이 사라졌지만 이제사 잎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살펴보는 이가 기다리다 지쳐 아예 포기하고 곁을 떠날 지경이지요 어울리기 싫어하는 꽃이 있기에 모든 것을 꾹 참고 남들이 꺼리는 뜨거운 날을 선호하는 것 단순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하기에 한 번 피기 시작하면 무궁무진하게 열렬한 사랑을 오랫동안 퍼붓곤 합니다 그야말로 대기만성형이요 섣부르지 않으며 은근과 끈기로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고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한 점 찡그림 없이 받아주고 마음껏 달래주곤 하지요 시원한 계절이 다가올 즈음엔 그동안 나눴던 이야기 돌돌 잘 말아 변함없는 땅에 정으로 담뿍 안겨주고 떠나 뒷맵시도 ..

詩 2016 2016.06.07

석류/배 중진

석류/배 중진 석류를 생각하면 침이 고이듯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글썽이니 알알이 박힌 알갱이마다 무슨 사연은 저리 많길래 속으로 간직하지 못하고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울음을 터트릴까 붉은 피를 토하듯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랑을 잔디도 채 자라지 않았는데 겨울을 성급하게 맞이하신 첫눈 덮인 어머니의 무덤에 고스란히 쏟고 싶어라 석류를 생각하면 침이 고이듯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글썽이니 알알이 박힌 알갱이마다 무슨 사연은 저리 많길래 속으로 간직하지 못하고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울음을 터트릴까 시큼한 맛보다는 건강에 좋다고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요즈음 붉은 피를 토하듯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랑을 어머니 앞에 흔적으로 보여주고 싶어라 yellowday2016.06.04 20:28 예전 야후에 올렸..

詩 2016 201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