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소쩍새/배 중진

배중진 2016. 6. 14. 14:58

소쩍새/배 중진

 

소쩍새가 찾아와

모두가 잠들은 밤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지키다 훌쩍 떠나곤 했었는데

 

미국 생활 30년이 넘어

이런 일이 없었는데

Mockingbird가 새벽에 귀를 번쩍 뜨이게 하네

 

하루도 아니었고

이틀도 아니었으며

누구와 이야기할 수도 없는 처지

늦은 밤도 아니고 이른 새벽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틈을 주지 않고

누구에게 저렇게 호령하고 있단 말인가

 

언제까지 울부짖나 알아보려고

계속 숨을 죽이지만

어느 사이 목소리도 변해

동이 틈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멀리 사라지네

 

소쩍새는

아픔이 있기에

잊을 수 없으며

고향처럼 잠겨있는데

 

남을 흉내 내길 좋아하는 저 새는

왜 저리 요란하고 방자하게 지껄이며

누가 듣기를 원하는가

연적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승자라도 된 양

 

알 수 없어라

제정신이 아닌 것들이 어디 너뿐이랴

 

 

 

 

 

 

 

 

 

Red Bishop

 

 

 

 

 

 

 

 

 

 

 

 

 

소쩍새

올빼밋과의 새. 몸길이 20cm가량. 깃털이 짧으며 눈빛이 노랗고, 부엉이와 비슷하게 생겼음.
침엽수 숲에 살며 우리나라에는 여름에 오는 철새인데, 일부는 일 년 내내 살기도 함.

 

소쩍소쩍 하고 주로 밤에만 욺.

 

정옥식 박사·한국조류학회 총무이사

여기서 잠깐 사족을 하나 달자면 어릴 적 국어 시간에 소쩍새의 동의어로 귀촉도, 불여귀, 접동새, 두견이
등이라 배운 적이 있다. 그것도 모자라 4개를 다 외우지 못한 수만큼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두견이와 소쩍새는 엄연히 다른 종류의 새다. 두견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겠지만
뻐꾸기의 일종이다.

 

귀촉도
두견새
두견이:두견과의 새. 뻐꾸기와 비슷하나 좀 작음.
불여귀
자규

 

두견이는 소쩍새와 다름.

 

접동새
'두견이'의 방언.

 

소쩍새와 두견이는 다르다는 말씀에 동감하면서도 두견이의 울음소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쩍새는 잘 안다고 생각을 했답니다. 최근에 한국에 가서 초가을 밤을 보냈는데 소쩍새 소리가
들려 긴가민가 귀를 의심한 적이 있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상주하는 새가 되었다고도 하더군요.
좋은 말씀 감사드리며 참고하겠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yellowday2016.06.16 04:04 

Mockingbird

의중도 모르고 멋대로 울부짖다
제딴엔 노래라고 신이나서 불렀건만
주인님 눈밖에 났으니 어쩌면 좋으냐

그래도 한 번쯤은 사랑으로 들어 주오
시끄런 존재라고 밀치지만 마시고
멀리서 찾아 온 정성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쩍새 그리운 맘 왜 아니 모를까만
눈치 없는체로 설쳐대던 모킹버드
기어이 허둥대는 발걸음 돌아 갈곳 몰라라

님의 창 불 켜지면 한 달음에 날아와
노래도 아닌것을 목청껏 뽑았는데
이렇듯 요란, 방자타 하시니 다시 올 수 있을까

 

분수를 모르고 안하무인 나대다가
친구님 심기만 불편하게 하였구나
이제는 오매불망, 잠 못 이뤄도 오지랖을 여미거라

 

엑스퍼트님 댓글

옛날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먹는 것,
잠을 자는 것까지 미워하여 며느리가 밥을 못 먹게 하기 위하여 솥을 적게 만들어서
밥을 하게 했다고 한다. 솥이 적으니 밥이 모자라서 며느리만 밥을 먹지 못하게 되어
늘 굶고만 있었다. 이런 나날이 계속되고, 며느리는 하소연을 하지 못하여 점점 야위어
갔고 결국은 어느 날,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그때 며느리가 피를 토한 자리에서는
철쭉이 피어났는데, 며느리의 피의 색깔이 무척 붉어서 철쭉의 색이 붉은 것이고
며느리는 한 마리의 새로 변했는데, 그 새가 바로 접동새이다. 접동새는 '소쩍당' 하고
울곤 하는데, 이것은 며느리가 밥을 먹지 못하므로 '솥이 작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 라는 뜻,
즉 '솥 작다' 라는 뜻이다. 며느리의 시어머니에 대한 한이 맺혀서 그런지 접동새의 울음은
서글프기만 하다.

 

소쩍새와 접동새(소쩍새)를 같은 새로 보았음.

 

한국어 맞춤법에서도 같은 새로 표기하고 있음.

 

olivier21님 댓글

'소쩍새'는 '소쩍소쩍' 운다고 해서 '소쩍새'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소쩍새'의 이름에는 전설이 있는데,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마을에
시집 온 며느리가 있었는데, 집이 너무 가난하여 식량이 없다보니 밥 지을
밥솥도 너무도 작았다. 당연히 밥을 하면 며느리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밥을 못 먹은 며느리는 이내 죽고 마는데, 그 며느리가 죽어서 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새는 울 때마다 '솥적솥적(솥이 적다)' 울어 이를 듣고 사람들이 '소쩍새'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소쩍새'의 '소쩍'을 '솥적'의 발음과 동일시한 데서
연유한 것인데, 이처럼 약간의 형태적 또는 음성적 유사성에 근거해서 기원적으로
그 형태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다른 형태와 연결 짓는 현상을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folk etymology)이라고 한다.

 

소쩍새들이 운다.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뒷산에서도
앞산에서도
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저렇게도 많이 나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시는 그 사이에도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 댄다.
밤이 깊도록 울어 댄다.
아아, 마을은
소쩍새 투성이다.

- 장만영, '소쩍새' -

☞ bsb2001님의 추천 포스트

'詩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배 중진  (0) 2016.06.21
밤새 우는 작은 새/배 중진  (0) 2016.06.15
장미/배 중진  (0) 2016.06.10
상추쌈/배 중진  (0) 2016.06.08
순간/배 중진  (0) 201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