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233

검은 고양이/배 중진

검은 고양이/배 중진 모처럼 친구 집에서 검은 고양이를 만났는데 반가워하기는커녕 만남을 피하고 걸음걸이가 어찔어찔한지 비틀거리면서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애교도 그친 상태에서 맥없이 이 층의 계단을 헛디디며 오르고는 꾸물거리며 내려오고 멍청이 서 있다가는 술 취한 사람같이 안간힘을 다 쓰면서 또 오르곤 비틀비틀 벽에 부딪히면서 힘겹게 내려오고 마취에서 덜 깨어 뭔가 다름을 알기는 아는 것 같은데 반복적인 행동을 스무 번이 넘게 하여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다가가 껴안으며 정신 차리라고 했는데도 계속 묵묵히 오르고 내려오는데 말을 못하기에 더욱 안쓰러웠고 친구가 집을 비운 사이 뭔가 비정상인 상황이 벌어졌던가 아니면 독립기념일 축하 폭죽으로 놀랬는지 알 수 없고 믿고 의지할 주인이 간데온데없이 사라져 큰집 지..

詩 2016 2016.07.14

강물을 바라보며/배 중진

강물을 바라보며/배 중진 오래전부터 강물은 둑을 따라 자연스레 흐르고 둑을 쌓도록 총괄 지휘했던 면장님은 먼 훗날 한 줌의 재가 되어 안개에 휩싸인 전설처럼 물길 따라 어딘지도 모르고 저 세상으로 정처 없이 흘러갔지만 후손들은 언제 어느 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강물에 벌거숭이로 첨벙 뛰어들기도 했고 백사장에서 맨발로 마냥 뛰어놀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물결 옛날처럼 무섭게 흐르지 않고 시원하게 발 담그도록 허용도 하지 않지만 까맣고 지저분한 강태공도 보이고 물고기를 노리는 새들도 옛날보다 많아 보기보단 청결하다 싶어도 옛날 강을 건네주던 나룻배는 온데간데없고 넘실거리던 시퍼런 물결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지 않는 임을 나루터에서 밤늦도록 쓸쓸히 초조하게 기다리던 추억도 사라졌네 달빛..

詩 2016 2016.07.12

목련화와 무궁화/배 중진

목련화와 무궁화/배 중진 이상한 세상에서 목련화와 무궁화가 만나 처절했던 봄을 이야기하니 궁금했던 얘기에 무궁화는 끄떡거리면서 신기한 듯 아름다운 자목련을 바라보네 신선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더위에 지쳐있는 듯한 느낌이라 될 수 있으면 말을 삼가고 주위에 있는 무성한 잎을 바라보며 원래 잎이 먼저 피고 꽃이 피는지도 물으니 손사래를 치면서 목련이 아름다운 것은 추위를 무릅쓰고 꽃부터 피우기에 꽃이 그리운 인간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어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는 무궁화는 어제를 짐작하고 오늘의 삶에 감사드리며 미지의 세계를 유추하면서 많지 않은 목련이 후회하지 않는 여름이 되도록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달콤함을 주고받네 사막의 극한상황에서 생존하는 동물과 식물을 구경하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

詩 2016 2016.07.10

고통/배 중진

고통/배 중진 반년 전에 소화기관인 위를 위시하여 대장, 결장, 직장조사를 했고 악몽은 아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꿈속까지 쫓아 들어와 대장 검사를 또 받게 되었으며 마취를 했기에 달콤한 꿈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다가 아스라해지는 순간 눈이 껌뻑이며 마취가 덜 된 느낌을 받았지만 의사가 된 알고 지내는 신부님은 소리치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아픔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작은 기구를 통해 자르고 끄집어내는 등 자기 할 바를 다 하는 동안 항문을 통해서 전해지는 쓰림은 끝끝내 사라지지 않고 방송인까지 등장하여 링거주사액이 주입되지 않고 눈금이 멈췄음을 알려주지만 무지막지한 의사는 환자의 불평쯤은 무시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울부짖는 소리는 작은 신음으로 변하면서 꿈을 깼지만 쑤심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신변에 무슨..

詩 2016 2016.07.10

여름에 피는 목련/배 중진

여름에 피는 목련/배 중진 건성으로 사는 삶인가 봄이 왔다 가고 여름이 왔는데도 봄을 기다리는지 작년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도 여름이라 생각하며 땀을 흘리는데 매일 지나다니는 길목에 철이 지난 목련이 피는 것도 모르고 꽃잎 한 조각 떨어져서야 나무를 살폈더니 어럽쇼 세상에 여름인데도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어 잔인한 봄철의 피지 못한 목련의 애처로운 모습이 떠오르면서 괴롭고 시절이 하 수상하니 우리 인간만 돌출행동을 하여 악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꽃마저 멋대로 피고 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까지 들었는데 한 그루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최소한도 세 그루를 살피며 늦었지만 제 구색 맞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고 빠진 아까시나무 꽃만 맞추면 여름에 봄이 못다 한 향연의 한 조각을 마저 끼워 넣는 것이..

詩 2016 2016.07.09

신비스런 여인/배 중진

신비스런 여인/배 중진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일장 한복판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여인 지나가는 촌사람들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며 이런 재미로 장 구경 가는 것이 아닌가 역시 장돌뱅이가 판을 쳐야 오일장이 제격이지 무엇을 파는지도 모르게 수시로 이것저것 내밀며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가격도 천정부지였다가 깎고 또 깎아주고 멋진 손님이라 거저 준다고도 능청 떨며 떨이라고 하면서 몇 개 껴서 주기도 하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데다 선전하는 것마다 만병통치약이요 공동묘지가 왜 생겼으며 오늘도 아파서 죽어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알고 싶지 않으나 어디 사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젊었는지 늙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 가면을 썼기 때문인데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요 남의 이목을 사로잡는 끼는 있으나 꼭 필요한 물건이 ..

詩 2016 2016.07.09

건반/배 중진

건반/배 중진 하얗고 검은 건반이 화음을 이뤄야 듣는 이도 기분 전환이 되는데 일선에서 흑백 간에 충돌이 잦아 선량한 시민들을 불안케 하네 과잉진압이라고 호소하는 자들은 물리적인 저항을 하지 말 것이며 편견을 가지고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생명을 존중하여야 하는데 법을 떠나 몸으로 부딪치니 하루가 조용한 날이 없네 집단의 힘을 빌려 폭동의 뇌관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데 위대한 나라가 안팎으로 생사존망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건반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청중이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바울님 댓글 *남을 판단* 누구도 남을 판단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왜냐하면, 타인을 진정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토머스 브라운 경- 지올님 댓글 남의 손을 씻어주다 보면 내 손이 따라서 깨끗해지고 남의 귀를 즐겁게 해주다 ..

詩 2016 2016.07.09

무궁화/배 중진

무궁화/배 중진 오랫동안 기다렸던 무궁화 꽃이 드디어 피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도 급한 모습은 아니었고 나름 이것저것 재면서 앞뒤 살핀 뒤에 방긋 웃는 모습을 드러냈지요 은근과 끈기로 버틴 세월이 자랑스럽고 오랫동안 우리의 곁을 아름답게 장식할 겁니다 남들은 잠시 확 피어올랐다가 금세 사라졌지만 부러워하지 않았고 시샘도 하지 않았으며 남을 따라 멋도 내지 않고 고유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녀 더 인상적입니다 무궁화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궁화의 화신이 되어 피지 않는 곳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떠났는지도 모르지요 무궁화가 우리 곁을 떠날 즈음에 그녀가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joolychoi님 댓글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다 방..

詩 2016 2016.07.08

능소화/배 중진

능소화/배 중진 미모에 홀려 만졌다가는 옳고 그름을 냉정하게 보고 판단하는 시력을 잃게 하는 맹독이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시기 질투를 알지 못하여 내 처진 아름다운 꽃이라더니 바람을 핑계 삼아 끈적끈적한 교태를 부리면서 지나가는 사람 누구를 막론하고 길을 막고 껴안으려고 하니 명예는 어디로 사라졌고 사랑이란 무슨 뜻이며 자만하다 실의에 찬 모습 무심한 돌담이 높다면서도 기어이 타고넘네 미모에 홀려 만졌다가는 옳고 그름을 냉정하게 보고 판단하는 시력을 잃게 하는 맹독이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시기 질투를 알지 못하여 내 처진 아름다운 꽃이라더니 바람을 핑계 삼아 끈적끈적한 교태를 부리면서 지나가는 사람 누구를 막론하고 길을 막고 껴안으려고 하니 명예는 어..

詩 2016 2016.07.07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배 중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배 중진 오랫동안 기다리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하던 아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무서운 침묵만이 흐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연이었지만 영욕의 세월 주살같이 흘러 흔적이 없어도 알알이 추억되어 가슴 속을 후벼 팝니다 많지 않은 친구라서 더욱 아쉬워도 아이를 찾는 것을 접기로 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붙잡지 않았습니다 무궁화 꽃이 떨어졌습니다 무궁화 꽃이 떨어졌습니다 또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까 봅니다 무궁화 꽃이 지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지었습니다 대장님 댓글 느낌표를 잃어버린 사람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경이로움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가슴 안에 느낌표를 잊고 살고 있기 ..

詩 2016 201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