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233

참새의 눈물/배 중진

참새의 눈물/배 중진 참새 한 마리가 요란하게 울고 있었고 안절부절 사람이 가까이 왔는데도 안중에도 없이 목을 놓아 시선을 끌면서 살펴보니 얼마나 오랫동안 울었는지는 모르지만 얼굴이 붓고 털이 부스스하며 날개를 질질 끌어 지저분하고 꽤 시간이 흘렀던 모양인데 주위를 살피니 한 마리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주검으로 놓여있어 영문은 모르겠지만 사랑놀이하며 쫓고 쫓기다가 지나가는 차에 당했지 싶은데 못다 이룬 사랑이 아쉽고 임이 그리워 떠나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 주검을 지키며 통곡하면서 눈물 흘리는 것뿐이지 싶은데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예고도 없이 불시에 누구에게나 닥치고 빛과 그림자같이 항상 존재하니 즐겁다 해해거리고 슬프다 질질 짤 일도 아니며 시간과 함께 극복하면서 성숙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겠는지..

詩 2016 2016.04.25

개미의 짝짓기/배 중진

개미의 짝짓기/배 중진 먹고 살기 위해 시장에 다녀오는데 한 바구니 잔뜩 실어 왔는데 자동차 유리에 뭔가 걸려있어 wiper를 작동시켜 떨굴까 생각하다가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개미가 짝짓기를 열심히 하는 듯하여 생각을 바꿨는데 조금 가다 보니까 어디론가 사라져 죽이지 않았음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면서 공중에서 짝짓기하다가 걸린 것이겠지 싶고 수놈은 필사적으로 매달린 느낌이고 덩치가 차이가 나니 죽기 살기로 마지막 안간힘을 쓴 후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살생을 함부로 해서야 쓰겠나 여왕님은 모든 것을 얻었으니 배가 남산만 하고 힘도 들겠지만 좋은 곳을 잡아 수놈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유지를 받들겠지 그래도 여왕을 정중히 대했으니 보통사람으로서 할 일은 다 했지 싶다 유심조님 댓글 조건 없는 사랑 - 3 조건 없..

詩 2016 2016.04.24

편견/배 중진

편견/배 중진 화창한 날에 앞에서 술 취한 듯 걸어오는 사람 대낮부터 환상을 좇는 젊은 녀석을 용서할 수 없고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들리지 않게 혀를 끌끌 차는데 가까이 지나가면서 질책을 하려는 순간 붙잡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충동이여 그는 비지땀을 뻘뻘 흘리면서 남들이 어찌 생각하는 건 안중에도 없이 자기의 길을 똑바로 걸어가려고 노력하는 신체 부자유자였네 그것도 모르고 피상적인 것으로 냉혹하게 평가하고 질시의 눈길을 보냈으니 누군가로부터 호된 지청구를 들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알게 되었고 심심하게 속죄하는 심정이었네 오솔길2016.04.24 03:17 배중진님~안녕하세요 ^~^ 고운 시와 사진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우리는 영원히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겸..

詩 2016 2016.04.24

불공평/배 중진

불공평/배 중진 영화를 보고 난 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넓은 유리 창밖으로 젊은 흑인 여자와 같은 또래의 백인 여자가 팔짱을 끼고 지팡이로 더듬으면서 그래도 거침없는 걸음이었는데 눈이 휑하게 들어가고 하늘을 향하고 있어 단번에 소경임을 알 수 있었으나 운동량이 적었기에 화창한 날씨에 바람을 쐬는 모습이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서 사라졌어도 불안감은 떠나지 않았는데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듯 바로 이때 광장에 등장한 아시아 여자와 백인 남자는 생긴 것도 제멋대로였지만 머리칼이 남자는 초록색 여자는 보라색이었으며 가려 보이지나 않았으면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일부러 보란 듯이 드러내 온몸이 문신으로 덮여있어 순간적으로 증오심을 불러일으켜 잘 봐줄래도 봐줄 수가 없었으며 이웃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詩 2016 2016.04.23

뒷북을 칠까 말까/배 중진

뒷북을 칠까 말까/배 중진 요사이는 휘발윳값이 싸 장거리 여행에도 부담이 적지만 그래도 더 싼 곳을 선호하곤 하는데 거주지의 세금이 비싸 가급적이면 동네에서 기름을 넣지 않고 딴 지방을 들를 때 가격의 동향을 보고 싼 곳이면 넣고 비싼 곳이면 지나치기에 항상 여유 있는 기름탱크인데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한 후 혼자만 배부른 것 같아 슬그머니 미안함도 들어 현금이나 크레딧이나 같은 값이라 쓰여있고 다른 곳보다 싸 잔뜩 기분 좋게 넣은 후 막 떠오르는 보름달이 다된 달님에게 미소 지으며 과수원을 지나 호숫가를 넘나들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휘파람을 불면서 만족스럽게 집에 다다른 후 영수증을 살펴보니 가격이 이상했고 분명히 제일 싼 등급으로 넣었는데 가장 비싼 가격으로 찍혀있어 기억을 더듬어도 Button을 잘..

詩 2016 2016.04.22

숲과 나무/배 중진

숲과 나무/배 중진 저 멀리 푸른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건강해서 보기 좋았으며 약하디약한 나무들 서로 어렵고 힘든 일 어우러져 같이 헤쳐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었는데 푸르름은 오래가지 않았고 어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제일 높고 오래된 나무가 휘청하며 쓰러지니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잘려나갔고 남아있는 나무들 매우 슬퍼 징징 우는 소리 들릴까 말까 며칠 할 때 톱밥으로 돌아온 나무 습기를 머금으라고 주위에 재같이 뿌려 놓았네 의지할 곳 없는 자리 텅 빈 넓은 공백 누구라서 채울 수 있으며 찾아와 재잘거리던 산새들마저 어디론가 멀리멀리 떠나갔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과거지사 좋았던 세월 그리워 눈물지으며 바람이 불면 철렁하여 휘청거리고 천둥과 번개가 치면 무서움에 고개 떨구고 가뭄이 들면 큰 그늘을 갈망하며 ..

詩 2016 2016.04.18

무궁화/배 중진

무궁화/배 중진 무심한 무궁화는 무슨 꿈을 꾸고 있길래 무척이나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일까 남들은 꽃을 피운 지 오래고 춘래불사춘의 날씨 탓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진 것도 있으며 혹한 속 볼썽사납게 망친 것도 있는 등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고 잎까지 삐져나온 이 마당에 아무리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꽃이지만 그동안의 봄기운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춥다거나 불만이 많은 것은 아닌지 아무런 말대꾸를 하지 않으니 게을러 보이는데 남들이 경외하는 태양을 훔친 족속은 사기 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꾸밈으로 그럴듯하게 치장하며 법석 떠느라 추위도 잊은 채 활짝 폈다가 벌써 요란하게 사라졌지 않았나 잠을 자고 있다면 얼른 일어나고 불만이 있어도 봄눈 녹듯 하였으면 싶고 뜨뜻미지근한 사랑이 불만족이면 성큼 다가와서 봄..

詩 2016 2016.04.14

그 시절/배 중진

그 시절/배 중진 우린 하하 호호 웃고 즐기는 모임을 중요시하였고 음악은 귓전으로 흘렸는데 어느 날 모두 뿔뿔이 흩어져 흔적조차 없는 공간이 그립기만 하고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들려오는 그때 그 곡이 아픈 마음을 눈물로 호소하는 듯 폐부를 찔러오게 될 줄이야 yellowday2016.04.13 04:28 아마 시인님도 그 때가 그리우실겁니다. 야후가 수몰을 시켰으니 더러는 네이버로 더러는 다음으로 이주를 했겠지요~~ 이제는 추억이 되어 가끔은 되새겨 보며~~~~~ 허물없던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답니다! 생신 즐겁게 보내시고 맛있는것도 많이 드시고 축하도 많이 받으세요! 그중에 제일은 건강이니 부디 아프지 마시고요~~` 자나깨나 제이님 안녕을 빌고 있다는것도 잊지 마시구요~ 사랑합니다! 我愛爾! (..

詩 2016 2016.04.13

너를 사랑해/배 중진

너를 사랑해/배 중진 태초에 빛이 있었고 어둠이 있었으며 따라오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밝은 밖에 나오기만 하면 바짝 따라붙는다 멀찌감치 떨어지라 일렀는데도 가는 길이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가는 곳이 항상 위험스럽게 보였으며 그리고 사랑하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란다 구름 끼거나 비가 내리거나 눈이 쏟아지면 가까이하고 싶어도 못하고 깜깜한 밤이 되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있고 싶어 했으며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니 못 이기는체하고 내버려 두란다 자기는 알게 모르게 낮은 곳으로만 다닐 테니 그러나 딱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세상이 아무리 검다 할지라도 컴컴한 밤이라 누구도 볼 수 없겠다 싶어도 ..

詩 2016 2016.04.12

괴상한 봄/배 중진

괴상한 봄/배 중진 살살 봄기운을 불어 넣어주니 모두 옷을 벗고 좋아라 하더군요 봄이 일찍 찾아왔다면서 낄낄거렸습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에게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공평하게 찾아와 불만이 없어 보였습니다 방에 처박혀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서니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거리를 두던 너와 나의 간격이 좁아지자 뜸하던 다툼도 발생하면서 봄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날씨에 예민한 봄꽃들이 수수방관할 리 만무했고 뿌리가 있는 곳이라면 기를 쓰고 나와 어느덧 아름다운 꽃이 피고 향기까지 내뿜으며 봄의 향연이 무르익어갈 무렵 느닷없이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면서 우박과 흰 눈과 찬비가 섞여 내리길 몇 차례 했고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길 며칠 하니 번지르르했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반반하던 꽃들이 죽어갔으며 거리는 다시 한산해지..

詩 2016 2016.04.09